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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17. 2024

막내놀이

마흔 중반의 막내


어디 가서 막내 한 지 참 오래됐다. 수영에서도, 골프에서도 막내가 아닌데 사자소학 팀에서 막내다. 내 바로 위 언니가 환갑이 넘었으니 막내 중에서도 상막내다.



어제 회의에 갔다. 어떤 쌤이 사자소학 160개를 뽑아오셨다. 한글로 읽어도 입에 안 붙는데 이걸 같이 읽어보자신다.



막내가 뭐라 할 수 없어서 입 꾹 했는데 환갑언니가 "우리가 쓸 거 정리 다 되면 그때 읽어요. 글고 난 작가쌤(어쩌다보니 그게 나다)이 풀어오면 그거 읽을래." 하신다.



풀어쓰는 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이 자리에서 이 160개를 안 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맞아요. 정해지면 그때 해요~" 막내는 슬쩍 무임승차 해본다. 덕분에 안 읽고 넘어갔다.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다 떼고 읽는 게 사자소학이란다. 천자문은 하늘천 따지까지밖에 모르는 내게 어려운 건 당연하다. 



초등용 사자소학을 보면서 우리 애들에게 하고 싶지만 잔소리 같아서 안 했던 말들을 본다. 마음 안쪽에서 단어들을 긁어모으는 기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잔소리 반가울 사람은 없다. 어쩌면 옛날 사람들도 잔소리로 휘발될 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네 글자씩 맞춰 글을 남겼을지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보니 이해가 쏙쏙 되고 입에 착착 붙는다… 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40초짜리 샘플 음원 만들면서 악기는 금방 끝났는데 가사는 500번 틀린다. 더 무서운 건 그리 틀리는데 아직도 못 외워…



사자소학을 아주 잘 감내하는 막내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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