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운동은 무조건 가기 편해야지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어우, 사람은 확신을 하면 안 된다. 5분 만에 가던 수영장이 이사 후엔 50분이 됐는데 결석을 안한다.
지난주에 같은 라인 할머니들이 힘들다고 30분만에 다 도망가서 1:1 강습을 받았다. 수영 20년차들은 울 엄마처럼 다 물개인 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날은 혈중 수영지수가 치솟는다. 월 34,800원 내고 어디가서 1:1 강습을 받을까. 최신식 수영장이 15분 거리에 있지만 꾸역꾸역 50분을 지키는 이유다.
어제 또 1:1이 됐다. 지난주에 배운대로 하니 어깨가 아파서 이거 왜 이러냐고 물어봤다. 팔과 몸이 너무 멀어졌단다. 듣고보니 팔 붙이기도 배웠다. 하나를 배우면 다른 하나를 까먹는, 운동하기에 완벽히 부적합한 몸이다.
수영 17개월차다. 부적합한 몸에 수시로 좌절하고 수영이라는 기능을 해내는 몸에 수시로 기뻐한다. 수영하면서 보여지는 몸보다 기능하는 몸을 자세히 인식한다. 보여지는 몸보다 기능하는 몸은 훨씬 활기차고 자유롭다. 그 자유는 단단한 자기 유능감을 준다. 초기 우울증에 모든 의사들이 입을 모아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거 같다.
이렇게 20년을 버텨보고 싶다. 수영 강습 힘들다고 도망가는 할머니 말고 날아다니는 할머니 되는 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