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생리는 불규칙하고 양도너무 적었다. 조기폐경이 오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폐경 대신 완경을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나는 폐경도 그리 나쁜 거 같지 않다. 인생 사계에서 어느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 문이 열리니까. 생리가 끝났다고 뭐가 완성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애는 낳았다. 모유 수유 마치고 첫 생리 터진 날, 미리 준비한 면 생리대를 꺼냈다. 호기롭게 천 기저귀샀다가 시도도 못해보고 처박아둔 게 찔려서 나라도.. 하는 심정이었다. 어차피 양이 많지도 않으니 면생리대도 괜찮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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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심상치 않다. 대형은 사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할 수 없이 남은 산후 패드를 썼다. 확 줄었다. 뭐지?
다음 달에 실험을 해봤다. 면생리대로는 맑고 충분한 양의 생리를 하는데 일회용으로 바꾸면 반나절만에 색과 양이 변했다. 아, 이걸 쓰면 안 되는 거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면생리대를 쓴다.
여자들은 안다. 생리는 해도 미치겠고 안 해도 미치겠는 존재란 걸. 하면 몸이 불편하고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면 생리대를 쓰면서 정상적인 양으로 돌아오니 미친 3일 대신 3분 만에 석션?으로 뽑아버리는 상상도 한다. 어차피 임신 준비로 두터워졌던 자궁벽이 떨어져 나가는 거라면 석션도 일리 있지 않을까? 매달 생각한다.
출처 : 엠디저널
미친 3일을 견딜 수 있는 건 내가 비정규직이라 그렇다. 집에 있으면 폭포가 쏟아지는 즉시 헹굴 수 있으니까. 운 좋으면 밖에 한 번도 안 나갈 수 있으니까. 행여 나간다 해도 하루 서너 시간만 버티면 되니까.
우연히 사용한 면 생리대로 나도 모르게 어긋났던 몸 안의 문제를 바로잡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덕? 에 유지하고 있다. 흡수력 떨어지는, 바로 헹구지 못하는 면생리대를 쓰며 종일 버티라고 했으면 진작 포기했을 거다. 아니, 지금까지 일회용을 썼다면 양이 얼마 없으니 그런 생각조차 안 했으려나. 그 대신 호르몬제를 찾고 있었으려나.
비정규직은 쓰레기를 줄였고 (일회용 생리대도 썩지 않는 쓰레기 중 하나다) 조기폐경의 걱정에서도 해방시켰다. 고마운 비정규직이다.
몸이 건강해진 만큼 비정규직도 건강해지는? 방법을 고민한다. 하면 피곤해서 미치고 안하면 불안해서 미치는 그런 비정규직 말고 나의 의지로 조절되는 비정규직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