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일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진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께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1. HRer로서 당신은 현재 속한 조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나요?
2. HRer로서 당신은 현재 속한 조직에서 성과를 내고 있나요?
3. 그렇다면 HRer로서 당신은 현재 속한 조직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나요?
아마도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담당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HRer로서 현업에서 요청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또 평가를 진행하고, 그 밖에도 당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한달, 한 해는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잠깐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쁘게 일하는데 내가 해야할 일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지’라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은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HR이 만들어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HR이 만들어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본 칼럼과 함께 정말로 HR이 추구해야 하는 성과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위의 세 가지 질문들 모두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한 HRer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성과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정말 유의미한 성과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예를 통해 어떤 것을 HRer의 성과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최근 OKR이 유행하면서 이를 실제로 조직운영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HRer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관련하여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야 하고, OKR 운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피드백도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을 통해 OKR을 도입하였다면 이는 HRer로서 성과를 낸 것인가? 또는 트렌드에 따라 기존 직급제도를 개편하거나, 과거에 만들었던 인재상을 수정/보완하는 것은 HRer로서 성과를 낸 것인가? HR의 성과를 단순히 요구되는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본다면 위의 예시에서 HRer는 성과를 창출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HR기능에게 기대하는 성과가 ‘산출물 도출’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위의 성과를 냈냐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모른다”이다. 그 이유는 필자가 생각하는 HR의 성과는 단순히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그러한 산출물을 만든 궁극적인 목적의 달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행하는 일은 목적이 있다. 밥을 먹는 행위 조차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또는 ‘함께 식사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서’ 등 목적이 존재한다. HR이 무언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개선하는 행위 또한 그 목적이 분명 존재한다. 위의 예시에서 OKR을 도입하는 목적을 조직의 성과 극대화, 직급제도를 개편한 목적을 수평적 조직문화의 구현, 인재상을 새롭게 보완하는 목적을 채용 효과성의 극대화라고 가정해보자. 위에서 제공된 정보만으로 우리는 이러한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필자는 성과를 낸 것인가 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것이다. 예시에서 좀 더 나아가 OKR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창출에 기여했다면 OKR을 도입하고자 하는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HRer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운영되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면 HRer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HRer의 ‘진짜 성과’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만드는 것이 아닌,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HRer에게 요구되는 ‘진짜 성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 Dave Ulrich는 그의 저서 HR Champion에서 조직 내 HR의 역할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Ulrich는 HR이 수행해야 할 역할 네 가지를 2By2 매트릭스로써 제시한다. 매트릭스의 가로축은 프로세스(시스템)와 사람을 기준으로, 세로축은 일상/운영과 미래/전략을 기준으로 각각 구분된다.
행정전문가
프로세스 및 일상적/운영적 관점에 속하는 ‘행정전문가’로서 역할은 ‘HR행정의 능률 향상을 통한 서비스의 질 향상 및 비용 절감’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본다. 즉, 현재 운영 중인 HR행정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능률을 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성과로 인식한다. 그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하여 조직 전반의 프로세스 능률에 대한 관점도 이에 포함되기도 한다.
직원옹호자
사람 및 일상적/운영적 관점에 속하는 ‘직원옹호자’로서 역할은 ‘구성원들의 헌신과 역량 증대’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본다. 즉, 구성원들의 불만을 제거하고,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욕구를 해소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직원몰입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성과로 인식한다.
전략적 파트너
프로세스 및 미래/전략적 관점에 속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은 ‘조직 전략의 실질적 실행 지원’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본다. 즉, 조직의 전략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략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HR 차원의 지원을 통해 이상적 그림인 전략을 실현하여 궁극적으로 조직 차원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궁극적인 HRer의 성과로 인식한다.
변화주도자
사람 및 미래/전략적 관점에 속하는 ‘변화주도자’로서 역할은 ‘조직 내 혁신 DNA 함양’을 궁극적 지행점으로 본다. 즉, 조직구성원의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을 궁극적인 성과로 인식한다.
HRer는 위의 네 가지 역할과 각 역할별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Ulrich는 이야기한다. 확보부터 개발, 평가, 보상, 유지, 이직에 이르는 HR의 세부기능을 운영 및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재 수행 중인 업무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그 목적을 지향점으로 삼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HRer가 어느 한 가지 역할에만 매몰되지 않고, 네 가지 역할 모두를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HRer의 ‘진짜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Ulrich가 제시한 역할모델을 기준으로 HRer에게 요구되는 ‘진짜 성과’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다. 이처럼 HRer의 성과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현재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성과, 즉 일의 지향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막연히 앞으로 걷는 사람과 목적지를 정해두고 걷는 사람은 제3자가 보기에는 걷는다는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으나, 두 사람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지향점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HR을 다루는 업무환경에서도 동일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지한 상태에서 일을 바라본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과업 자체에 매몰되어 일을 바라볼 때는 과업의 완수에 목메게 된다. 혹여 본 칼럼을 통해 생각이 많아졌다면 지금 잠깐 시간을 내 현재 내가 진행 중인 일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정의 내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