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이동으로 첫 근무를 하게 된 사무실, 처음 마주친 실장님의 모습이 내게는 좀 신선했다. 늘 똑같은 차림의 회사원들 사이에서 그는 누구나 지나가다 마주치면 흠칫 볼 수 있을 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마르고 큰 키에, 콧수염이 나 있었고, 여름이라는 계절을 잊을 법한 복장의 정장과 구두. 마치 유럽 신사를 떠올리게 했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유럽을 가 본 경험은 없지만, 단 번에 그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엄중할 것 같은 분위기와 다르게 재미있고 위트있는 농담까지. 첫 하루였지만 내게는 기억이 강렬했다.
늘 그랬다.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이나 거리를 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울릴 법한 스타일이 아닌, 누구에게는 극호, 누구는 불호일 수도 있어도 정말 그 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모습과 스타일을 가진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못한 분위기를 내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만 가고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 전체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템이나 옷 만으로는 그 사람의 전체를 나타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 밖으로 꺼내는 단어부터 말투, 생김새까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꾸고 가꾸어 표현해 내는 건,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려운 일이기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것도 안다.
누군가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는 건, 평범함을 거부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 나도 누군가에게는 복장으로, 생김새로, 말투로, 행동으로 특별한 사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