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인가 소모인가: AI 시대, 정부의 전략 부재
AI 전문가 한 명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단순한 인사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에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 전 네이버 AI 센터장을 대통령실 보좌관직으로 데려갔다. 요란한 타이틀이지만, 현실은 한시적 역할에 불과한 자문 자리다. 이건 실질적으로는 AI 인재를 '소모성 자원'처럼 다루는 방식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AI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건 AI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고, 입법의 구조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이다. 즉, 연구자도, 개발자도 아닌 AI에 대한 실질적 통찰을 갖춘 정치인이다. 그런데 이 인재를 그저 대통령실 보좌관 한 자리에 묶어두었다. 당장 써먹고 끝내려는 발상이라면, 그건 국가적 낭비다.
이건 단순히 이번 한 번의 인사 실수가 아니다. 한국 조직, 특히 정부와 대기업은 오랫동안 ‘내부 순환’과 ‘안전한 인사’라는 논리로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AI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 속도는 다르고, 기술은 몇 달 만에 판을 뒤엎는다. 그런 세상에서 아직도 '이 사람 괜찮다더라' 수준의 인사를 하고 있다면, 그건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그 자체다.
이제는 정치와 기술의 사이를 오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 구조가 필요하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법·제도·윤리·산업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인재 전략이어야 한다. 단순히 '기술 고문' 자리를 하나 주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그 인재가 권한을 가지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