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실리콘벨리가 되지 못하는가
기업의 권리는 사라지고, 근로자의 권리는 높아졌다.
[2023년도 노동위원회 통계 연보]
이에 대해 중노위 관계자는 "증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아직 하지 않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노동위 역할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업무 능률은 올랐을까?
연령대별로는 20대의 가짜노동시간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부문별로는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가짜노동시간의 비중이 높았다. 고용 형태별로는 비정규직(직접고용)이 가장 높고, 다음이 정규직, 비정규직(간접고용)순이었다.
가짜노동시간의 범위를 보면, 과반수가 매주 10~19시간을 가짜노동으로 소모하고 있었다. 40시간 이상, 즉 주간 노동시간의 대부분을 회사 일과 무관한 일에 보낸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0.7%에 달했다.
출처 :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개인 역량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경제자유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장 분야에서 '부자유(Mostly Unfree)' 등급을 받아 경제 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먼저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의 투자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
해고가 어렵다는 규제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이나 사업 구조 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만들어,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이러한 경직성은 기업의 민첩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산업 구조 개편 속도를 늦추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과 사업 재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해고의 어려움 때문에 비효율적인 인력 재배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계약직이나 파견직 같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과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경직된 노동시장은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검토할 때 유연한 인력 운영의 어려움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개인의 능력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해고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와 처리가 어렵고, 이로 인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고성과자들의 사기 역시 하락하게 되며, 개인의 자기 계발 동기와 도전 정신이 위축된다.
특히, 실패가 재취업의 기회로 인식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한국의 재취업 시장 경직성은 개인의 도전과 혁신에 큰 장애가 된다.
(이 표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과 기존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반면, 실리콘밸리는 시장 유연성, 기업의 혁신 역량, 그리고 개인의 경쟁력 기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줍)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어떻게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지 보여준다. '앳윌(at-will)' 고용 원칙 아래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유연성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빠른 혁신과 인재 유동성, 그리고 성과 중심 문화를 만들어냈다.
물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성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정책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AI시대에 더욱 현재의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균형 있게 개혁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