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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Oct 31. 2024

아프고 쉼을 선물 받았다.

<서평> 슈퍼 거북을 읽고 

2년 전쯤에 <슈퍼 거북>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다.

동화책중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표지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거북이 표정이 비장하기도 해서 내용이 궁금했다. 

거북이는 사실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느리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의 거북이는 '빠르게 살자!' 라고 흰띠에 빨갛게 적어 이마에 비장하게 둘렀다.  2년전 읽었을 때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 도서관에 다녀오면서 도서관 앞에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손님을 보았다.

'바쁠 때 나도 저런 여유가 갖고 싶었는데. 여유가 있는 지금 나는 왜 못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더 추워지기 전에 테라스에서 책 읽으면서 커피 마시자' 싶어 도서관 카페로 향한다. 읽고 싶은 동화책을 몇 권 고르는데 예전에 읽었던 노란색 <슈퍼 거북> 책이 눈에 띄었다.

자리로 돌아가 한 장씩 천천히 넘기면서 읽어보았다.  

자기 실력에 자만했던 토끼가 최선을 다한 거북이에게 경주에서 진 동화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것이다.

이 책은 이기고 난 후 거북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북이는 모든 동물에게 박수받는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거북이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가십 거기라 되었다.

조금만 느리게 걸어도 "슈퍼 거북이 이상해졌어."라며 수군대기 바빴다. 거북이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밤낮으로 훈련과 공부에 매진했다.

이제는 누구도 느리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거북이가 되었지만 거북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느리게 여유 있게 살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느 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천년은 늙어버린 얼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가 다시 시합을 제안해 왔다. 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경기에 참여했다. 거북이는 토끼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출발했다. 눈에 토끼가 안보이기도 하고 피곤해 잠시 눈을 붙였는데 눈을 떠보니 토끼가 결승점에 먼저 도착한 후였다. 집에 터덜터덜 돌아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 하고 이야기가 끝난다. 


그때는 몰랐던 내용이 눈에 들어와 딸과 다시 함께 읽고 싶어졌다. 

학원 다녀온 딸에게 동화책 같이 읽어보자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딸이 대뜸하는 말이 "너무 슬퍼." 였다. 

내가 놀라며 "왜? 어디 부분이 슬퍼?"라고 물었다.

"거북이가 졌잖아. 졌으니깐 슬프지... 왜 잠을 잔 거야..."라고 씩씩대며 말했다.

"가윤이는 승패가 중요하구나...여기 맨 마지막 장을 봐봐, 거북이가 꽃도 키우고 책도 보잖아. 그리고 거북이 표정을 봐봐. 엄마는 행복한 느낌이 드는데?" 라고 내가 느낀 점을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딸은 마지막 장을 유심히 보았다. 


시간을 쪼개가며 워킹맘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을 때는 슈퍼 거북의 비장한 표정을 보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유방암에 걸린 지금은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예전의 나를 돌아보니, 어쩌면 거북이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지키고 싶었나 싶다. 

또, 거북이처럼 열심히 산다는 이유로 혹사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을 때 천년은 늙어 보인 거북이처럼 나도 고개를 들어 보니 나는 못된 병에 걸린것 처럼 말이다.  


거북이가 경기에서 지면서 다시 평범한 예전의 삶을 되찾았다.

나도 유방암에 걸리고  '쉼'을 선물 받았다. 

딸은 슬프다고 했지만 나는 이 동화책을 읽고 행복했다. 


딸과 나는 늘 동상이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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