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병을 겪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

금요일이 되면 흔들린다.

by 송 미정

이상하게도 금요일만 되면 일도,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 다이어트까지 흐트러진다.

토요일엔 멀쩡한데 금요일엔 다짐들이 순식간에 힘을 잃는다.
‘불금’이어야 할 금요일 밤이, 오히려 후회의 밤이 되는 이유다.
해야 할 일은 분명 많았는데 TV와 유튜브에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나는 또 나를 탓한다.(다행히 토요일이 되면 그 마음은 싹 사라진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해낸다.
문제는 이 금요병이 매주 찾아온다는 것.(이상하게 월요병은 요즘 거의 없다.)

오늘도 문제의 금요일이다.
해야겠다고 다짐한 공부는 한 장도 펼치지 못했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결국 블로그와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무언가라도 발행해야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작은 위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참, 나를 몰아붙이는 사람이다.

어제도 자기 전에 핸드폰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책을 안 읽고 자면 후회할 게 분명해서
침대 맡에 두었던 책을 억지로 펼쳤다. 그렇게 몇 장 읽고 나면 행복하다기보단,

단지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다.


대학원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든 아니든 공부는 늘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방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벌써 2주가 지나버렸다는 사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방학에 꼭 하고 싶은 세 가지

1.논문 50편 찾아 정리하기

2.직업상담사 자격증 따기

3.재해구호식 수업을 여러 버전으로 준비하기

아이와 여행 가는 계획보다 온통 나를 위한 계획만 가득하다.

그리고 이걸 지키지 못하면 나는 또 나를 미워할 것이 뻔해 정말 나는 어떤 인간인가 싶어 계획을 세우고 웃음이 난다. 며칠 전 글에서 “소탐대실 하지 말자”고 써놓고도 또 금세 잊는다.


요즘 도파민 터지는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사연자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심리극에서 “00님은 유방암 완치되셨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그 말이… 진짜 듣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서장훈님이 말했다.
“나는 당신이 다 나을 수 있다고 믿어요. 진짜로 믿어야 돼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정말 될까?’라는 약한 의심을 계속 품는 나 자신이 조금은 서글펐다.
세상 모든 일은 기세로 밀어붙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은 그 기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방학 계획만 세울 게 아니라 2026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도 생각해본다.

내년에는,
내가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는 나를 칭찬하고,
무엇이든 끈기 있게 공부하는 나를 칭찬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용기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마음
그게 내년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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