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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최금희 Sep 05. 2022

초보 방과 후 강사의 희로애락

3. 나를 울린 아이들의 순수함

설레는 맘으로 아이들과 첫 수업을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나의 수업을 통하여 우리말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글과 스피치로 잘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매주 수업 준비에 담아내려고 애썼다.


다행히 아이들은 스피치수업을 점점 좋아하는 것 같았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절대로 입을 열지 않던 도현이, 다빈이, 민결이가 수줍게 발표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아이들도 적절하게 공조를 하는 수업시간들이 흘러가는 중이다.

얘들아, 선생님은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이란다.


초등학교 4~6학년 친구들과 수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어느 날 나는 아이들에게 나에 대한 출신 아웃(출신+커밍아웃)을 했다.


지난 15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나는 늘 청진 사람이라고 공개하고 살았던 차라 이 친구들에게도 적당한 타이밍에 이야기해주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개별적 성향도 파악하고 농담도 주고받고 개별적으로 찾아와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은 모습에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순간 아이들은 아주 해맑게 그리고 눈망울이 커지면서 내게 연거퍼 질문을 던졌다.


우와 정말요?

헐 대박~ 선생님 진짜예요?

어쩐지 가끔 선생님의 억양이 좀 이상했어요.

선생님 두만강 헤엄쳐 왔어요?

선생님 탈북? 왜 탈북했어요?


강의실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겨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차분차분 탈북 이야기를 잠깐 해주고 수업 진도를 나갔다. 수업 진도를 나가는데도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꾸 이것저것 질문한다.


자 ~자~ 얘들아, 추가적인 질문은 휴식시간이나 앞으로 나누어서 해주렴~


오늘 수업에서 다룰 주제는요...


이 날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가니 선생님들이 "오늘 난리 났었다면서요?" 하면서 아이들이 우르르 교무실에 몰려와서 마치 자기들만 아는 놀라운 사실인양 전해주더란다. 사실 강사지원서를 제출할 때 이미 선생님들은  다 알고 계셨고 우리는 그렇게 활짝 웃었다.


집으로 가면서 운전하는데 왠지 맘이 울컥한다.


북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순간 사람들의 태도가 갑자기 변하는 상황을 몇번 경험해온 터라 이 아이들의 순수한 태도가 나를 울린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배워야 할 순수함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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