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부산해지는 이유가 있다
시끌벅적한 좌판 아래
진탕길을 오다가다 몇몇 사람이
꼼장어 굽는 소리에
찾아들 것 같은
자갈치 내 단골 포장마차
무뚝한 쥔장은 제주사람인데
손맛이 끝내주는 아줌씨는
충남 대천이 고향이란다
바다 짠내가 좋아
부산에 정착해 두 남매를 일구고
이제는 아들딸 살피듯
후덕하게 안주도 내어 놓는다
안주는 딱 한 가지
매콤달콤하게 버무리거나
소금 간해 연탄불에 구운 꼼장어다
시원한 시락국은 덤이요
숙취에 최고라는 계란 프라이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마신다
이곳에서 몇 순배 술잔이 돌아가면
모두가 친구다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고
시도 짓고 조청보다 끈적한
음담도 날리고
무엇보다 아줌씨 털털한 웃음이
일품 양념이다
찢어진 천막 틈새로
갯벌 냄새가 비집고 들어와
그리움에 서러워 죽겠는 날은
쉬 다치기 쉬운 내 감성 끌어안고
다친 시간 어루만져줄
군대 동기와 함께
알싸한 대선소주 한 잔 해야지
아주 먼 옛날,
선머슴처럼 쾌활했어도
수줍어하던 눈빛이 고혹해 더 예쁜
동기놈 여동생까지 불러내어
웃고 떠들고 흥얼거리다
멸치국물 엎을 때까지
밤새 마셔야지
부산에 가면, 2023, Mixed media, 300mmX3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