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떤 생각 May 29. 2024

그 학교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44



청주 육거리를 지나

물비늘 반짝이는 냇가를 바라보고

둑방길을 따라 걸어가면

커다란 플라타너스 곁가지 위로

흰색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곳에 학교가 있


모두 검정색 물들인 교복을 걸치고

칠이 벗겨진 칠판을 보면서

누렇고 얇은 재생지 공책에

철수와 영희 이야기를

몽당연필로 받아 쓰면은

수수한 시절만큼 수시로 찢어졌다


그때는 미제 연필을 쓰는

고아원 애가 그렇게도 부러웠다


초여름 벌써 땡볕인데도 우리는

오후반 종이 울리기 전까지

삼삼오오 운동장에 모여

공을 차고 놀았다

밑창이 혓바닥처럼 나온 운동화는 

나무둥치에 벗어


내 짝은 군인이었아버지를 따라

강원도로 전학을 갔는데

집가위로 자른 상고머리가 웃겨

종례시간 끝날 때까지 놀렸던

그 소녀는 그 후

종적을 알 길이 없


그 학교는 나에게 세상과 사람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고

살며 상처받을 때마다

기억의 터널 저 끝에서 불쑥 찾아와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늘푸른 안식처로 남아 있다




回想,  2024,  Mixed media, 300mmX540mm




작가의 이전글 그곳에 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