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첨벙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28.

by 어떤 생각




감기 때문일까?

으슬해지는 마음을 덥히려 지난해에 선물로 받아 두었던

우전차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깊은 어둠에 오래 숨어있던 잎이 조잘조잘 떠오르니

작업실 창가에 걸쳐진 햇살도 첨벙

찻잔 속으로 몸을 담근다.


체온은 36도

찻물은 73도

은은한 차향이 사랑보다 더 깊은 정을 우려낸다.


움츠렸던 마음에 온기가 돋아

햇살을 휙 건져 놓고

혀 끝에 감기는 하동 쌍계의 지난 봄 이야기


올해도 곡우(穀雨) 전에

좋은 날 잡아 하나 둘 여린 녹차 잎만 따서

그리움을 분재했겠지?


시간 흐른 뒤에도

생의 따뜻함을 식지 않은 정(情)으로 축이며

너와 함께 향기롭게 풀어 보라고





나무 210mmX135mm, pencil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