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51.

by 어떤 생각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잡은 비릿한 날것들은

뭐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한

충청도 촌놈이라서


장어라 하면

금방 배를 가르고 꽁지가 출렁이는 놈을

토막 내어 소금 간을 하거나

간장소스를 발라 불에 지글지글 구워낸

보양식 안주로만 생각했는데

여수 수산시장 어느 식당에서

뚝배기로 내놓은 장어탕을 맛보니

저무는 여수 앞바다가 목젖에 잠겨

혀끝까지 얼얼해집니다.


식당에 앉아 장어탕을 기다리며

설레어 들이킨 몇 잔의 소주가

후끈 가슴을 데우고, 코끝부터 붉어지면서

낯선 것을 기다린다는 것

새로운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일몰의 잔광처럼 남아 있는

돌산대교를 배경으로

새 떼들이 화르르 날아오른 뒤

온종일 쿵쾅거리던 조선소에도 하나씩 둘씩 불이 켜지고

파도와 갈매기와 드잡이 하듯 온갖 소리들로

시끌벅적했던 어시장 지붕에 걸린

텅 빈 하늘을

터질 듯 붉은 노을로 가득 채우면


역시 먼바다에서 달려온 구름을 따라

아득한 어둠 속으로

별똥별 앞세우고 먼 길 떠날 시간입니다.





그곳_여수 앞바다 420mmX135mm,Watercolor on Paper(Croquis Book),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