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52.
멀리 오봉(五峰)이 바라다 보이는
가을 계곡에서
땅거미가 산을 지우는 걸 보고 있었다.
땅거미는 계곡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산마루를 향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급하게 뒤를 따르는 어스름에
숲이며 골짜기며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차곡차곡 적막을 쌓아가며
제 안에 맺혀 있는 것들을 물에 풀어내고 있었다.
계곡 아랫동네에서 하나씩 둘씩 불을 켜는 시간에
나는
꿈꾸는 소년의 마음으로
바위에 걸터앉아
크기를 알 수 없이 번져가는
북한산의 깊고 검은 눈빛을 찾고 또 찾는데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의 발목에 누가
족쇄를 채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