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흐린 듯해서, 비가 오려나 했지만, 오히려 뜨거운 햇볕만 내리쬐는 무더운 날.
모처럼,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들길을 걸었다.
걸음을 옮기던 중, 어린 시절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예전에는 이 길이 소달구지 타고, 농사를 짓던 시골길이었겠지만. 지금은 둑을 쌓고
도로를 내서,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골 향기가 물씬 나는 들길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들길에서 해 질 녘,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걸음을 멈추고, 추억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 만난다면 서로 알아볼 수 있을는지,
친구들과의 놀이를 마치고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났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냉랭한 엄마의
모습에, 서러움이 복받치고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어린 가슴을 웅크리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의 냉랭함은, 나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딸을 안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아보니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이제야...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남는다. 효도랍시고 돌아가신 해 겨울,
외투 한 벌 사드렸는데, 엄마의 손때도, 엄마의 냄새도, 스며들지 않은 채, 옷장 속에 우두커니 걸려있다.
도로 가장자리엔 실개천이 흘러, 물소리가 더위를 식혀주고, 큰 돌을 피해가며 흐르는 시냇물이, 오늘따라 참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누가 심어 놨는지, 아기 주먹만 한 호박이 햇볕에 반짝이고, 호박잎 사이로 얼굴을 내민 "샛노란 호박꽃"은 여름 들녘을 화사하게 꾸며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