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오늘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날이다

by 옹달샘

순백의 여릿여릿한 작은 들깨꽃이 짧은 화양연화의 순간을 뒤로하고 자기의 곁을 내어 주어

그 자리에 들깨를 앉혔다.


들깨와 들깻잎은 잘 알려졌지만 들깨꽃의 청초함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큰 주목은 못 받은 것 같다.

나도 최근에,

들길 산책을 통해 들깨꽃이 아름다운 꽃이란 걸 알았다.

오늘, 비 오는 들길에 까맣게 탄, 들깨가

들깨향을 솔솔 내면서 타작 순서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밭 가에 누워있었다.


들깨 한 알을 영글게 하기 위해 여름의 햇볕, 바람, 이슬, 땅의 신비한 자양분, 들깨꽃의 희생,

사람손이 안 가는 것 같아도 주인의 발소리에 들깨는 단단하게 영글었을 것이다.

가을 무는 인삼보다 더 몸에 좋다고 한다.

무성한 푸른 잎사귀를 붙잡고, 무 푸른 부분이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모양새가 곧 굵고 실한 가을무가 탄생하려나 보다.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가 펑퍼짐하게

땅에 퍼져있는 배추의 머리를 묶느라 한창이다.

속이 알찬 김장배추가 우리들 밥상으로

올라올 채비가 한창이다.


가을 들판은 눈으로만 봐도 풍성하다

누렇게 익은 벼를 손으로 만져보았더니 단단하게

영글어,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알곡은 정미소로 쭉정이는 다시 거름으로

자연은 탄생과 죽음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만

인간의 시간은 늘 앞으로만 직진한다.


흘러간 강물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모래시계 속 모래는 다시 오지 않는 지나간 시간이고 나의 세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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