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여름
백부는 다사다난했던 삶을 내려놓았다.
와병 소식을 전해들었던 터라 부고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크게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는 되레 당혹스러웠다.
백부는 돌아가시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직접 농사를 지을만큼 누구보다 건강하셨으니까.
민첩하고 낙천적이었으니까.
장례식장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장례식이 진행되기 전까지 그들은 어수선한 표정으로 이따금 아픈 다리를 주무르거나
벽에 구부정히 허리를 기대기도 했다.
장례가 진행되자
그들은 태극기를 들고 일제히 도열하였다.
태극기로 감싼 백부의 관을 절도 있게 운구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자
왈칵, 북받쳐 올랐다.
옛 전우의 분향실 앞에 늙은 전우가 서서
마지막 전송하며 깃발을 펴들었다.
구부정히 벽에 기댔던 그의 허리가
후들거리며 곧추세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