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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너는 뭐냐(1)

북한에서의 미국 '비밀작전'을 중심으로

by 생각하는 쥐

"How a Top Secret SEAL Team 6 Mission Into North Korea Fell Apart"

2025년 9월 5일. 미국 유력 언론사인 뉴욕타임즈는 2019년 초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북한 해안에 감청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침투했으나 민간인 어부 2~3명과 조우하여 그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이 작전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미국 단독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와 유사한 작전이 2005년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전 실패 후, 미 국방부는 이 사살이 '작전 노출 방지를 위한 자위행위'라는 교전 수칙에 의거해 정당하다고 판정하고 관계자 전원을 승진시켰다.


충격적인 사건이다. 타국 특수부대가 한반도 해역에서, 독단적으로, 극도로 위험한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실패했다. 북한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묵했으나, 발각되었을 시 이는 북한에게도, 우리에게도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북한은 보복을 천명하고 군사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랬을 경우 한국은 높은 확률로 보복 대상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보도 이후에도 국내는 이상하리만치 잠잠했다. 어떤 정치인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항의는커녕 언급조차 없었다. 언론사들은 그저 뉴욕타임스 보도를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다. 그 이후 자체 취재를 포함한 어떤 후속 보도도 없었다. 나는 바로 여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나는 21세기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런 내가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에 가진 인식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 "정치·경제·군사·기술·문화 모두 앞선 세계 최고 선진 강대국". 한미동맹은 우리나라를 '지켜 주는' 고마운 존재였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최고' 엘리트이며, 미국인은 알게 모르게 '동경'의 존재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런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트럼프가 초임·재임 시절 한국을 무임승차 국가라 부르며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국가가 휘청일 만한 막대한 투자금을 상납하라 요구했을 때부터? 미국이 20세기 내내 지구 전역에서 행한 비밀작전을 담은 책을 읽고 나서부터? 조선 해방과 분단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에 미국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공부한 후부터? 분기점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나는 더 이상 미국을 맹목적인 이상향,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엉클 샘'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인식 변화 속에서, 나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오늘날 한국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나라가 어디인지부터 자문해 보자. 역사를 되짚어 보면 조선 말기까지 그 나라는 중국이었고, 청일전쟁 이후로는 일본이었으며, 해방 이후로는 미국이다. 단연코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먼 나라지만 가까운 일본·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리라.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은 미국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그들의 의지에 복종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과 거부를 병행하며 중도를 지킬 것인가? 이상적인 대답은 중도(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길)이겠으나, 이는 가장 어려운 길이다. 대부분의 개인과 집단은 어려움 앞에서 중도를 지키지 못했으며, 한국 역시 지난 수 세기 동안 중도를 지키지 못하고 수없는 고난을 겪었다.


따라서 미국에 어떤 태도를 견지할 것인지 묻기 전에 다음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반미든 친미든 그 중간이든, 어느 길로 갈지 알려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법이다.

"말해줄래, 제발, 난 어느 쪽으로 가야 되지?”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어디든 상관없어.”
“그럼 어디로 가든 상관 없겠네.”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는 2019년 미군 특수부대의 북한 독단 침투 및 민간인 사살 사건을 기점삼아 160년에 걸친 한미관계를 반추해보고자 한다. 거창한 학술 논문을 쓰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능력은 아직 없다. 다만 읽고, 생각하고, 쓸 수는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세 가지다. ①미국의 독단적인 대 한반도 작전 전개. ②작전 수행 과정에서 민간인 사살·유기. ③한국 정치·언론·시민사회의 기이한 무반응.


"미국의 독단적인 대 한반도 작전 전개"라는 첫 번째 주목점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있는가?", "미국은 왜 이 시기에 그런 작전을 수행했는가?", "이 사건은 당시 한반도 상황, 그리고 국제정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차근차근 살펴보자.


첫 번째 의문.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있는가?

이는 미국 법률·한국 법률 및 한미 국제조약·국제법 세 범주로 나누어 살펴볼 여지가 있다. 첫째, 미국 법률 관점이다. 미국 법률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지역에 관계없이 미군 작전을 합법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에 관한 법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 자위권에 관한 법률. 미국 대통령은 미군 통수권자로서, 미국 본토, 해외 주둔 미군, 미국 국민 또는 미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2001년 9.11 테러 이후 제정된 무력사용권한법(AUMF: Authorization for Use of Military Force). 이 법은 9.11 테러를 계획, 승인, 자행했거나 도운 국가, 조직, 개인에 대해 의회가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가하도록 한다. 즉 AUMF가 지정하는 것은 '지역'이 아니라 '적(敵)'이며, 그 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작전 지역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은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 시 48시간 내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60일(최대 90일) 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철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북한에서 '임박한 위협'을 탐지하지도 않았고, 북한은 9.11 테러와 연계된 국가도 아니었으며,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이 작전을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의 통일뉴스 기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침투 작전에 대한 뉴욕타임즈 보도가 나온 직후인 5일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해 볼 수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 지금 처음 듣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국가안보 담당 데이비드 필립스 기자는 5일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대통령이 직접 승인해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그 작전은 극도로 어렵고 복잡했다. 북한 영토에 미군을 투입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인질 사태로 이어지거나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군 북한 침투 작전은 미국 법률상 불법이다.


둘째, 한국 법률과 한미 국제조약 관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므로 한반도 전체가 한국 영토로 간주된다. 따라서 외국군이 한반도에서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행위는 주권 침해이고 위헌이다. 또한 미군의 한국 주둔과 활동 범위를 규정하는 국제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한반도에서 미군의 임무를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해 대한민국과 협력하는 것'에 한정한다고 명시한다. 즉 미국만의 독자적인 이익을 위해, 한국과협의 없이 북한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일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위반이다.


셋째, 국제법 관점이다. UN헌장 제2조 4항은 "어떠한 국가도 타국의 영토, 영해, 영공을 무단 침범·무력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북한은 UN에 남한과 개별 국가로 가입했으므로 주권국가로 인정받는다. 이 조항은 오직 자위권 발동 조건을 충족하거나 안보리 결의에 근거했을 경우만 예외를 허락하는데, 미국의 지난 대 북한 군사작전은 자위권을 발동할 상황도 아니었고 안보리 결의에 근거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법을 위배한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없으며 이는 미국 법률·한국 법률 및 한미 국제조약·국제법 상 모두 동일하다. 2019년 미국의 북한 침투작전은 불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종종 법을 아무렇지 않게 위반한다.


두 번째 의문. 미국은 왜 이 시기에 그런 작전을 수행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특수부대의 대북 침투 작전을 승인한 2019년 초는 북미정상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작전의 목표는 북한 해안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도감청 장치 설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작전을 통해 북한 지도부의 속내를 파악하여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민간인 조우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다. 북한이 이 작전의 실체를 즉시 파악했는지, 아니면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에야 파악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동 보도에 따르면 작전 직후 미국 정찰위성이 해당 지역에서 북한군 활동이 증대되었음을 감지했다. 이는 잠수부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러나 시체를 찾지 못했다면 단순 사고 혹은 탈북으로 결론내렸을 수 있다. 만약 시체를 찾았다면 폐에 난 칼자국을 보고 살해당했음을 짐작했겠다.


세 번째 의문. 이 사건은 당시 한반도 상황, 그리고 국제정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휴전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지만 이는 대부분 북한의 도발로 인한 위기였다. 타국이, 그것도 동맹국이 독단으로 이런 위험천만한 도발을 감행한 전례는 없었다. 이번 뉴욕타임즈 보도로 2005년에도 미국의 독단적인 대북 군사작전이 있었음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런 작전이 얼마나 더 있었는지, 우리 정부가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더 우려된다. 2019년 작전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이런 위험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작전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는 통일뉴스 기고문 "미국, 한국 배제한 대북 침투작전 더 이상 안 된다"에서 당시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사소한 군사행동일지라도 재앙적인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묵살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승우 대표는 한미동맹과 한미연합 작전이 명목상 양국 안보 수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미국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이 혈맹이라며 극한적인 신뢰를 보내는 미국이 한국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무반응으로 보건대 북한은 2019년 미군 작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혹은 너무 늦게(뉴욕타임즈 보도 전까지 몰랐을 수도 있다) 상황을 파악한 것 같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미군 작전을 제때 인식했고, 이를 감청장치 설치가 아닌 '지도부 참수' 등 더 치명적인 작전으로 인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쟁이다. 최소한 국지전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주한미군기지가 1순위 공격목표이고, 미군기지가 공격받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은 자동 참전한다. 그 원인이 미국에 있더라도 상관없다. 한국과 북한이 싸울 때 미국은 참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과 미국이 싸울 때 한국은 참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냐고? 미군기지가 아닌 한국 땅이라고 과연 무사할까? 북한은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고, 미국 본토 공격은 큰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미군기지 외 '미국 혈맹' 한국 영토도 100% 공격한다. 즉 한국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어 북한이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포격과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 수백만 명이 사망한다. 원자탄을 사용한다면 수천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 물론 한미연합군도 반격할 것이나 결국 양쪽 다 궤멸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은 확정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쑥대밭이 되는 곳은 한반도다. 미 본토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있기 때문에 오직 ICBM 공격만 주의하면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사실은, 북한과 전쟁이 벌어져도 미국의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즉 미국의 위기의식과 한국의 위기의식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위험천만한 작전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1950년, 비극적인 내전 이후 반으로 쪼개져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진 적 없었던 한반도. 이런 상황 속에서, 전쟁에서 대신 싸워준 고마운 '형님 국가' 미국은 대한민국에게 언제나 '갑'이었다. 주한미군이 사라지면 그 즉시 전쟁이라는 인식 하에 한국인들은 언제나 미국 눈치를 봤고,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라는 말 한마디라도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이런 과잉 의존 상태가 반세기 넘게 지속되면서 오히려 한반도 안보를 저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예시가 바로 2005년과 2019년의 북한 침투 작전이다. 정말 위험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한미동맹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다시는 한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미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한미동맹의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 벌일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가능할까?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항의하지 않고, 미국 정부도 사과하지 않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왜 한국은 항상 미국에 절절매는 걸까?


두 번째 주목점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민간인 사살·유기"다.


참고문헌

고승우(2025.09.08),「미국, 한국 배제한 대북 침투작전 더 이상 안 된다 」,『 통일뉴스』,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450. (접속일 : 2025. 10. 8.).


Dave Philipps and Matthew Cole(2025.09.05),「How a Top Secret SEAL Team 6 Mission Into North Korea Fell Apart」, 『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5/09/05/us/navy-seal-north-korea-trump-2019.html. (접속일 : 202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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