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P2021 최우수선정작 후속작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회화와 영화(Cinema)를 전공하였으며, 일상세계의 특정한 경계영역에 나타나는 빛, 기억, 소리 등 보이지 않는 다양한 징후와 감각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인류의 삶의 방식의 반대항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던 감성, 기운, 무의식 등 우리 삶과 연결된 모든 기이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나타냅니다. 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 스스로 구성하고 있는 임의의 가상세계에 대한 상상을 공간 설치, 퍼포먼스, 나레이션, 그리고 영상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2.
이번 후속작의 제목 <돌과 유리 하이킹: 단단하거나 연약한 것을 경유하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2021년 이후 발표되고 있는 저의 작업들은 “현재 전지구적인 자연 재앙의 위기 앞에 현세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과연 지혜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Are Homo sapiens headed in a direction that is wise in the face of planetary ecological catastrophe?”)라는 큰 질문을 토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돌과 유리 하이킹’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은 이질적이고 혼성적인 감각들만의 초현실적 여행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와 생태의 문제, 그리고 바이러스 공포 등 온갖 트러블과 함께 살아가는 인류의 동시대적인 고민을 반영하며, ‘현재를 초월하기 위한 SF적인 상상’을 구현하고자 한 것이 이번 후속작 ‘돌과 유리 하이킹’입니다. 즉 돌과 유리 하이킹은 초현실적인 상상과 관객이 접속하는 접점으로서의 공간을 구현합니다. 둥글고 유연한 존재들이 흐르고 구르는 공간으로서, 단단하거나 연약한 질감들을 경유하는 이 작업은 모든 감각이 섞이고 혼재되는 초현실적인 서식지로의 여행을 의미합니다.
Q3.
지난 PLAP 2021의 <아울러(Ourler)>에서는 ‘우연과 예측불허의 불협화음’을 탐구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반대 항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서, <돌과 유리 하이킹>을 통해 구현하시고자 하는 감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울러(Ourler)>와 <돌과 유리 하이킹>은 우연과 원형적인 조화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 특히 청각과 공간 경험이 지구 오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공존하는 시대에서 가능한 인류를 위한 미학적 시도로서 어떤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때문에 두 작업을 통해 표현되었던 ‘이질적인 감각의 원형적 조화’와 ‘균형감’은 최근 예술가들의 글로벌 이슈인 ‘공존’ 및 ‘공생’의 문제와 상당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설치 오브제를 통해서 생성되는 매우 우연적인 불협화음은 저의 작업 속 하나의 미시적 생태계를 이루어가는 상황적 연출이자, 전작 <아울러(Ourler)>와 <돌과 유리 하이킹>의 중요한 전략과 개념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작업의 전개에서 <돌과 유리 하이킹>은 소리와 신체성을 더욱 긴밀히 연결하며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소리와 세계를 연결을 넘어 소리와 신체, 그리고 관객과의 접속 지점을 더욱 견고히 연결하여 의식작용을 소환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소리 그 자체의 발생보다, 안무자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소리를 구현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과 명확한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돌과 유리 하이킹>은 ‘신체적 표현’, ‘상상의 오브제’, 그리고 ‘소리의 생성’이라는 세가지 연결고리의 과정이 순환하며 진행되는데, 이것은 현대사회의 가치상실이 초래하는 혼돈과 파멸의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행위로서 접근한 것이며, 프로젝트 본연의 주제로 보다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안무에서 몸으로 사물과 소리를 다루는 방식은 전작에서 진행된 음악적 흐름의 연주보다 더욱 다채로운 창의성으로 구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적 행위 이전에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는 감각 행위로서 신체와 오브제의 접점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4.
사운드, 비디오, 퍼포먼스 등 여러 매체를 경유한 작업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주요 소재가 되는 개념과 각각에 주어지는 매체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작품 안에서 작가님만의 ‘소리 공간’을 구축해내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의 작업에서 ‘소리 공간’이라는 최초의 구상은 제가 2019년 아이슬란드에서의 레지던시 기간동안 경험한 ‘강풍’의 기억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기후 격변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을 들리게 합니다. 거센 강풍에 의해 모든 도시의 기물이 흔들리고 벽체가 요동하는 기묘한 경험을 통해 환청과 같이 태고의 코끼리 소리와 같은 기이한 부름을 느끼기도 했고, 부활(혹은 재활)하는 원시적 생명력을 미래적인 상황과 혼재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온통 울림통이 되어버린 도시로부터 전 지구적 위기를 청각적으로 경험하며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중간지대에 대한 묘한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개인과 사회의 제한된 인식과 현실의 한계성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들이 내재한 변곡점으로서의 소리공간을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위기를 인식하는 가장 본능적 감각입니다. 위험요소를 눈으로 보기 이전에 귀가 열려 소리로 가장 위험한 것을 먼저 감지한다는 것이죠. 저는 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공간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것들, 위기, 불화, 어긋난 모든 상황 들에 대한 글쓰기와 연구를 나레이션 서사에 반영합니다. 이것은 비디오의 주요 내용이 되어 연관된 모든 설치와 퍼포먼스의 단서 및 맥락이 됩니다. 이는 서로 묶이거나 당겨져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거나, 중력을 거스르는 묘한 힘의 작용처럼 각기 다른 매체를 보이지 않게 끈끈히 연결하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가능케 합니다. 텍스트 기반의 영상 프로덕션을 거대한 줄기로, 공간 안에 여러 불특정한 상황들을 견인시키는 것이죠. 이때 증폭된 심상의 공간이야기가 펼쳐지고, 연결점 반대 항의 이질적인 것들은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이것은 무관한 조합들이 스스로 구성하는 가상 세계, 그리고 모든 존재들의 유기적 경험을 표현해냅니다.
Q5.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예정된 전시, 계획중인 작업 등)
A.
이번 작업 <돌과 유리 하이킹> 이후 예정된 대표적인 차기 작업은 올해 12월에 열리는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발표될 것입니다. 현재 작업 <돌과 유리 하이킹>에서 발표된 작업의 맥락과 긴밀한 연결관계를 가진 신작 구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작업 역시 객관적 세계가 아닌 각자 출렁이고 빛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보이지 않는 신호, 텔레파시, 주파수, 우연한 것들의 빠른 속도감 등, 설명되지 않는 감각체계의 사소한 상상으로 균열을 채우거나 매만지고자 하는 작가적 구상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울림의 이야기를 구현합니다.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성 사이에 흐르는 동시대 유동하는 개념들을 경유하는 초월적인 서식지이자, 최근 인류가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상황, 각종 트러블과 함께 살아가는 극단의 현실에서 또다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예술의 최선의 가치로서 감각 공간에 대한 고민을 펼쳐낼 것입니다.
l Artist
이수진(b.1980)은 인류의 삶의 방식 반대항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감성, 기운, 무의식, 은유법 등 우리 삶과 연결된 기이한 세계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현실이 아닌 각각의 생명체에 특별한 유기적 경험,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 스스로 구성하고 있는 임의의 가상세계에 대한 상상을 펼쳐 나간다. 이것은 자본화, 산업화 사회로 이행되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던 ‘대립과 갈등’의 상태를 ‘화해와 치유’, 생동감의 세계로 변모하려는 상황에 대한 탐구이다. 또한 개인과 사회의 관습적인 인식과 제한된 현실의 한계성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들이 내재한 변곡점의 생성을 탐구한다.
Platform-L Live Arts Program 2021 최우수선정작 후속작
이수진
<돌과 유리 하이킹>
전시
2022.09.16(금)-09.25(일) ㅣ11:00-18:00
(월요일 휴관)
공연
2022.09.18(일)ㅣ17:00-18:00
관객참여 워크숍
2022.09.24(토)ㅣ15:00-16:00
장소ㅣ플랫폼 라이브(B2)
주최ㅣ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주관ㅣ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진행ㅣ학예팀 김소희
예매ㅣ 프로필 링크 및 플랫폼엘 홈페이지 참조
https://www.platform-l.org/performance/detail?performanceNo=774
플랫폼엘은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여려 있는 학습과 탐구의 공간, 국내외 예술가 및 기관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플랫폼엘은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해온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