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는 어떻게 20년 넘게 독점할까?

15년 차 변리사가 정리한 바이오·신약 기업의 4중 특허 방어 전략

by 석종헌 변리사

제약사는 어떻게 20년을 독점할까?


특허의 법적 수명은 원칙적으로 출원일로부터 20년입니다.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서 독점권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은 10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하나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2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복제약(제네릭)의 진입을 막아내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립니다. 이들이 수명을 연장하는 비밀은 단일 특허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특허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다층적 포트폴리오(에버그리닝) 전략’에 있습니다.


바이오·제약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핵심 특허 유형과 그 활용 전략을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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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강력한 1차 방어선: 물질 특허 (Substance Patent)


신약 개발의 가장 핵심이 되는 특허로, 새로운 화합물이나 항체, 단백질 등의 '물질 자체'에 부여되는 독점권입니다.

실무 핵심: 물질 특허는 해당 물질을 어떤 용도로 쓰든, 어떻게 만들든 무조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전략적 팁: 특정 화합물 구조 하나만 달랑 특허로 내서는 안 됩니다. 유사한 구조를 가진 수많은 화합물들을 하나의 청구항으로 묶어내는 '마쿠쉬(Markush) 형식'을 활용해 넓은 권리범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항체의 경우, 특정 CDR 서열뿐만 아니라 기능이 유지되는 변형 서열까지 촘촘하게 포괄해야 경쟁사의 회피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시장을 확장하는 2차 방어선: 용도 특허 (Use Patent)


이미 알려진 물질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의학적 효능(적응증)'을 발견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물질이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로, 탈모 치료제(미녹시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실무 핵심: 기존 물질 특허의 존속기간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용도 특허를 출원하면 해당 적응증에 대해서는 독점 기간을 새롭게 연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략적 팁: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을 시도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특허입니다. 단, 용도 특허는 반드시 명확한 약리기전을 입증하는 in vitro(시험관) 및 in vivo(동물) 실험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만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후발 주자를 따돌리는 3차 방어선: 제법 특허 (Process Patent)


물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입니다.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불순물을 줄이는 정제 공정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실무 핵심: 물질 특허가 만료되어 복제약 회사들이 약을 만들 수 있게 되더라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제법 특허'가 살아있다면 타사의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전략적 팁: 제법 특허 출원 시에는 온도, 압력, 촉매의 종류 등 구체적인 공정 조건들을 수치 한정으로 정밀하게 설계하여 특허를 구성해야 합니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우리 기업만의 노하우가 담긴 공정일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4. 제네릭의 무덤, 4차 방어선: 제형 및 결정형 특허 (Formulation/Polymorph)


동일한 성분의 약이라도 알약, 패치, 주사제 등 '형태(제형)'를 바꾸거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새로운 '결정형(Crystal type)' 구조를 찾아내어 특허화하는 전략입니다.


실무 핵심: 화학 합성 신약의 경우, 물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형 특허'와 파라미터(물리화학적 특성) 청구항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전략적 팁: 하루 세 번 먹던 약을 하루 한 번만 먹게 해주는 '서방형 제제' 특허나, 복용 편의성을 높인 제형 특허는 환자의 선택을 좌우합니다. 이는 기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정보성 무기입니다.


"단일 특허 하나로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4중 방어막을 설계하는 입체적 IP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에필로그: 특허 설계는 연구의 첫 단추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임상 단계에 가서야 특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이미 모든 구조와 데이터가 픽스된 상태에서는 변리사가 개입하여 권리범위를 넓히거나 추가 방어막을 치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강력한 신약 보호망은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는 초기 단계부터 물질, 제법, 용도, 제형 특허의 로드맵을 함께 그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정된 연구 자원을 가장 가치 있는 독점권으로 치환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인 IP 전략을 수립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석종헌 변리사
15년 차 바이오·의약·화학 전문 변리사이자 기술거래사.

녹십자, 코오롱생명과학, 한국화학연구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주요 연구기관의 IP 전략을 전담해 왔습니다. 단순한 출원 대행을 넘어, 신약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입체적 특허 포트폴리오'와 '가치 평가'를 통해 기술이 강력한 비즈니스 자산으로 자리 잡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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