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가치평가(SMART5)를 지배하는 특허 청구항 설계

기술의 우수성이 아닌 '청구항의 정량적 구조'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결정

by 석종헌 변리사

수백억 원의 잠재 가치를 지닌 딥테크 혁신 기술이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도, 막상 기술특례상장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기술가치평가(SMART5 등)에서 예상치 못한 낮은 등급을 받아 당황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철저한 선행기술 분석을 거쳤고 기술의 진보성도 확실한데, 왜 평가 시스템은 우리의 특허를 낮게 평가할까요? 해답은 기술 자체의 우수성이 아닌, 그 기술을 담아내는 그릇인 '청구항의 정량적 구조화'에 있습니다.


"AI와 평가 시스템은 기술의 감성적 위대함을 읽지 못합니다. 오직 잘 설계된 IP 포트폴리오의 '정량적 구조'만을 신뢰성 있는 지표로 인식합니다."


SMART5를 비롯한 객관적 특허 평가 모델은 정량성, 객관성, 완전성을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즉, "이 기술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묻지 않고, "독립항이 몇 개인가?", "청구항 계열(Family) 구조가 얼마나 탄탄하게 짜여 있는가?"를 측정합니다.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모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투자 가치를 높이는 청구항 설계 전략을 제시합니다.


1. 관점의 분해: 하나의 기술, 다각도의 독립항 설계

하나의 혁신적인 기술을 단일한 관점으로만 권리화하는 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심각한 기회 손실입니다. 기술의 본질을 여러 각도로 쪼개어 독립항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는 IT, 기계, 소재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원리지만, 제가 전문으로 다루는 바이오·화학 분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일 신규 화합물(NCE)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화합물' 하나로만 독립항을 구성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세 가지 관점으로 분해하여 견고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합니다.


물질 자체 (Product): 화합물의 마쿠시(Markush) 구조나 균주 자체를 포괄적으로 보호합니다.


방법 (Method): 해당 물질을 합성, 배양하거나 추출하는 최적의 제조 공정을 권리화합니다.


용도 (Use): 특정 타깃 질환에 대한 의약 용도나 식품 제조 용도를 명시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독립항의 수가 2~3개로 확장되며, 경쟁사의 회피 설계를 입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철옹성이 완성됩니다. 평가 시스템 역시 이를 '다각화된 권리를 가진 고가치 특허'로 인식하여 정량 점수를 높게 부여합니다.


2. 방어벽의 두께: 구체적 한정을 통한 종속항 및 계열 수 확보

평가 시스템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청구항 계열 수'는 하나의 독립항과 그에 딸린 종속항들의 그룹핑(Grouping)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종속항의 개수만 늘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실질적인 권리 보호와 평가 점수 확보를 위해서는 수치, 범위, 조건을 활용한 치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상기 제1항에 있어서~"와 같은 단순 나열은 지양해야 합니다. 제약·바이오 실무의 예시를 빌리자면, 실험실의 통찰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한정을 가해야 합니다.


구조적 한정: 독립항이 '화합물'이라면, 종속항에는 핵심 치환기(R1, R2)의 구체적인 변형 구조나 생체 이용률이 가장 높은 특정 다형체(Polymorph) 결정을 명시합니다.


조건 및 배합 한정: '제조 방법'이나 '조성물'의 경우, 효능이 극대화되는 정확한 온도/시간/촉매 조건이나 성분 배합비(wt%)를 한정합니다.


실시예 기반 한정: '의약 용도' 발명이라면, 실제 임상에서 적용될 질병의 세부 종류, 투여 용량, 특정 약물과의 병용 투여 요법을 종속항으로 묶어냅니다.


이러한 방식은 각 독립항 아래에 밀도 높은 종속항 계열(Family)을 형성시켜, 정량적 지표의 수치와 평균 길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최적의 결과를 낳습니다.


3. 정량화된 권리 구조의 차이 (비교)

동일한 발명이라도, 변리사의 설계 역량에 따라 특허의 외형과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학 소재 특허를 예로 든 아래의 비교표는, 모든 기술 분야의 청구항 설계에 동일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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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연구소의 혁신을 자본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다

특허는 단순한 기술 보호를 위한 서류 쪼가리가 아닙니다. 기술기업에게 특허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증명하는 재무적 자산이자, 투자자가 수십억의 자본을 투입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근거입니다.


피땀 흘려 얻은 뛰어난 연구 성과가 청구항 설계의 허술함으로 인해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목적에 맞는 치밀한 구조화와 비즈니스 관점의 IP 전략만이, 여러분의 기술이 가진 진짜 가치를 세상에 증명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권리 확보를 넘어, 기술이 어떻게 자본이 되는지 그 명확한 경로를 설계하시길 바랍니다.



석종헌 변리사 (특허법인 린 파트너변리사)

15년 차 바이오·의약·화학 전문 변리사이자 기술거래사 및 지식재산가치평가 전문가. 녹십자, 서울대학교병원 등 주요 연구기관과 혁신 스타트업의 특허 전략을 전담해 왔습니다. 단순한 권리 확보를 넘어, 기술이 기업의 가치가 되고 투자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관점의 IP 포트폴리오를 설계합니다. 실험실의 혁신이 자본 시장에서 온전히 빛날 수 있도록 돕는 통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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