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이를 키우면서 해외 이주까지 심각하게 생각했던적이 있다. 아마도 작년 초? 제작년 말? 그쯤에 최고조였던걸로 기억한다. 이 나라에서 평균과 많이 벗어난,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살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때는 너무나 아이가 일반 아이들과 달라보였다. 갭이 극대화 되어보였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작년 한 해 동안 자기조절력이 좋아지고 점점 안정화되면서 작년 하반기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메뉴얼 배우듯 훈련하면 적당히 잘 섞여 살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에 남을 생각이 (여전히 잠정적이지만) 더 커졌다.
지난번에 '자폐냐 아니냐'를 주제로 쓴 글을 보니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해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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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에 해당하는 특징>
-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자주 있다
- 부르면 잘 처다보지 않는다(그러나 "엄마가 무슨 얘기했어?"라고 물으면 알고있다.)
- 제한된 관심사가 있다(가전제품, 그림그리기, 머리스타일)
- 감각추구를 한다(부드러운 손수건에 집착)
- 뜬금없는 주제로 말을 시작한다(내가 밥뭐먹을지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비그리 머리는 길어 짧어?라고 물어본다던지...)
- 또래와 잘 놀지 않는다
<자폐같지 않은 특징>
- 돌 전후에 주세요하면 손을 내밀고 율동도 따라한다
- 부모와는 상호작용이 찐하고, 껌딱지 수준이다(낯가림을 일찍부터 시작했고 좀 정도가 심했다)
- 혼내면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 마"라고 한다
- 혼날 행동을 일부러 더 하고 나를 쳐다보며 눈치를 본다
- 속상했고, 당황스러웠고, 슬프고, 즐겁다는 표현을 적절히 한다
- 대근육 발달이 늦지 않았고(돌 전에 걷기), 소근육은 매우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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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의 에피소드는 자폐같지 않은 특징에 더 무게를 실어준다.
- 친척들 모임에 사람이 많았는데 밥먹고 다 헤어지니 "사람이 줄어드는거 싫어, 아쉬워..."이러다가 울어버렸다.
- 비그리와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 모임에서 키카에 갔는데 헤어지려고 하니 또 "헤어지는거 아쉬워..." 말하더니 급기야 대성통곡을 했다.
- 어린이집 등원하는데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딸국질이 난다며 밍기적거리더니 같은반 친구가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가니 급 방긋하며 차에서 내려서 기분좋게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 엘레베이터에서 사람 만나는것 특히 언니오빠들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으면 엘베 소리가 싫다며 짜증을 부리기 일수인데 사람이 있으면 괜챦다 한다. 자기 말로도 그렇게 표현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
- 놀이터에서 언니오빠들이 놀고있으면 그쪽으로 돌진하는 경우가 있다(이건 같이 놀고싶어서라기 보다 나도 많이 커서 언니가 됐으니 언니오빠들 타는 높은 미끄럼틀을 탈 수 있다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얼마전에 한 풀베터리 검사에서 처리속도가 매우 낮고(최고점 지표와 40점 이상 차이) 주의력 검사에서 adhd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왔다는 것!
정리해보면 비그리는 자기가 좋아하는것만 집중/주의를 기울이고 그 나머지 것은 보지 않는다. asd, adhd 둘다 완벽하게 비그리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지금 보면 충동성, 부주의 이런 부분에서 adhd에 더 가깝고, 지금까지 보였던 사회성 발달 지연은 감각 예민 때문에 파생된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가설이 새롭게 등장했다.
어찌보면 반전이고, 어찌보면 새로울 것이 없다. 렌즈를 바꿔 끼었더니 좀더 아이가 선명해 보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가장 우선시 해야하는 과제가 주의력 & 감각예민으로 좁혀져서 내 마음이 좀 덜 혼란해졌다. 결국 몸쓰기로 귀결된다. 운동은 더 열심히 시키고 감각통합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