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그리고 2026년 계획

by 다중성격자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올해 9월이니 아마 숨좀 쉴 수 있게 되고 나서 시작을 했나보다.


비그리를 키우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아마도 어린이집 들어가고 나서 두번째 되는 해, 그러니까 비그리 만 3살때였던 것 같다. 첫해에는 드디어 기관에 보내서 9 to 6 안정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숨을 좀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때 비그리는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기였지 싶다. 두돌까지 많았던 부모와의 상호작용 & 관심이 급감하였고, 그 때는 여전히 수면분리를 고수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시간이 1년이 지나고 비그리의 자폐적 성향으로 인해 육아 난이도가 극악 수준에 도달하고 어린이집에서의 피드백이 최악이었던 때가 만3살 작년 한해였다. 센터에 다니기 시작하고, 아이의 다름에 나와 남편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시기였다.


사실 분리수면에 대해 참 할 말이 많다. 평범한 아이에게 적용되는 분리수면 시도 때문에 얼마나 후폭풍이 심했는지... 비그리는 태어나서부터 만3살까지 나와 같은 침대에서 자본적이 거의 없다. 신생아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침대만 분리를 했고, 6개월이 넘어가면 3살인가 6살까지는 같이 자야한다는 말에 6개월이 되기 전에 방까지 분리를 했었다. 처음에 분리를 했을 때는 오히려 더 잘 자는듯 했다. 그러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혼자자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차싶었다. 비그리는 평범한 아이보다 몇 배는 불안도가 높은 아이였는데 무식하게도 나는 '불편함을 견디면서 크는거지...'하면서 밀어부쳤다. 아이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만3살 즈음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혹시 정서상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직감을 따라 같이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비그리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돼 보인다. 안정돼 보이는 이유가 같이 자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다. 워낙 많은 개입을 했기 때문에. 그러나 엄마로서 느낌은 Yes이다. 비그리는 초반에 같이 자면서도 수시로 옆에 사람이 있는지 체크를 했다. 그에 비해 요즘은 뭐 혼자 자느라 바쁘다. ㅎ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같이 자면서부터 중간에 깨서 우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중간에 안깬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그리를 만 3살까지 키우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1. 미디어 노출, 2. 분리수면, 3. 보직자 제의 수락 이다. 이 모두가 나와의 상호작용의 양과 질을 급감시킨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1을 제거했고, 곧 이어 2가 제거된 후 많은 안정이 찾아왔고, 한참 후에 3이 제거된 대신 1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두세살때처럼 미디어에서 보고 들은 것을 줄줄 읇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니 그 어릴적 보였던 총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학습이 잘 안되는 아이인가? 싶은 수준이 되었다. 그래도 정상 궤도에 가까워지는 것이 비정상적인 총기보다 낫다.


그리고 만5세가 곧 되는 지금 이 시점. 여전히 감각이 예민하고 친구와 놀지 않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삐쭉삐쭉 튀어나왔던 부분이 많이 둥글해진 느낌이다. 감정조절도 많이 좋아졌고, 눈맞춤도 찐해졌다. 티키타카도 재밌어졌다. 이러다가 또 다운 사이클이 오면 이 시지프스 인생 언제 끝나나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우상향하는 사이클이라 믿으면 좀 더 견딜만해진다.


그동안의 개입이 지금의 둥글둥글함을 가져왔다면 느낌적인 느낌으로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었을까?

1. 가장먼저 시작했고 천운으로 비그리와 케미가 매우 좋은 놀이선생님을 만나 감정조절력과 기본적인 규칙 지키기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첫 단계에서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2. 감각통합/운동이 비그리의 혼란한 감각 시스템을 좀 더 정상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3. 비그리가 잘하는 영역에서의 사교육을 시작한 것도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미술 활동에 푹 빠져있는 시간이 만족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 욕심을 더하자면 2026년부터는 일반화의 한 해로 보내려고 한다. 자폐치료의 mountain of doom으로 비교하면 너무 나갔나 싶지만 여하간 종착지로 정의하자면 또래와의 놀이가 유지되고 단짝스러운 친구가 생기는 것! 그래서 짝과 그룹치료에 좀 더 에너지를 투입하려고 한다. 이 시기가 지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와 학원에서 부딪히는 상황마다 헤쳐나가는 것 밖에 답이 없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위에 나열한 1~3을 줄이기에는 아직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이미 시간도 돈도 만만치가 않게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 된다. 이성적으로는 이제 1:1 놀이는 가성비가 낮아져서 정리 1순위가 되어야하겠지만, 나도 그렇고 비그리도 그렇고 정이 많이 들어 쉽사리 정리하기가 어렵다. 당분간은 마른 수건 쥐어짜듯 없는 시간 돈을 쪼개어 새로운 사회성 치료에 투입을 해야할 것 같다.


레몬을 받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진흙속에서 연꽃을 피어내듯 그렇게 2026년을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려면 나도 비그리도 즐거워야하고 특히 내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재미를 찾을 수 없으면 의미가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즐거운 여행을 비그리와 같이 계획하고 갔다 와서는 사진첩을 만들어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어떨까? 비그리가 센터에서 수업하는 시간에는 자기계발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AI가 자기계발을 참 많이 도와준다던데 한번 잘 활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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