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와 학군지 열풍을 이해하다

by 다중성격자

오늘은 그동안 써왔던 자폐아이 육아와는 전혀 다른 주제로 써보려고 한다.


요 며칠 사립초 지원/발표 때문에 맘카페가 들썩들썩하는 것을 보면서 초등학교부터 교육에 이 난리인 이유가 궁금했다. 여기서 밝혀야 하는 사실은, 내가 아이 사교육에 무지랭이 수준이라는 것.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아이가 '정상' 발달하는 것이 목표이니 학습적인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그리는 모자란 사회성으로 학교생활을 무난히 하려면 학습적으로 뛰어나거나 예체능 어느 분야에서던 뛰어난 구석이 있어야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당장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맘카페를 들락이면서 남들은 사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직은 레떼에서 쓰는거라고 추정되는 전문용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고, 학원에 들어가고 레벨업 하는 주기를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학부모들의 고민과 성찰의 글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라떼는 초등학교는 갔다오는 것에 의의가 있고 열심히 노는 것이 주업이었으며,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 가고 유학갔다와서 교수하는 트랙을 가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라떼의 이야기고 맘카페를 드나들며 나름 흐린 눈이 덜 흐려지면서 지금의 초등학교에서의 학습 환경이 어떻고, 그것을 둘러싼 사교육 생태계가 이렇게나 튼튼하고 콧대높을 수 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내가 파악한 바는 이렇다. 물론 잘못된 정보가 섞여있을 수 있다.

1. 현재 공교육은 하향평준화 되어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피상적이고, 예를 들어 받아쓰기, 단원평가 등을 하면 민원을 넣는 학부모가 있어서 공립학교에서는 안전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학습만 시킨다)

2. 공립 초등학교에서 시험, 대회 이런거 왠만하면 없다.

3. 그 반면 사립초등학교에서는 라떼의 초등학교에서 했던 방식으로 시험을 보고 우수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할 만한 대회들을 개최하거나 참여를 지원해준다.

4. 따라서 사립초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부모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학습적인 기본기, 습관을 기르게 된다(물론 여기 보내는 학부모가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사교육도 엄청 시킬 가능성이 높다)

5. 반면 공립초에 다니면 학부모와 학원의 콜라보로 비어있는 학습을 채워줘야 한다.

6.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공립초가 학군에 따라 또 환경이 꽤나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7. 그래서 교육열이 매우 높은 집안의 아이가 걸어갈 길은 이렇게 된다: 영유+사립초+방과후 학원으로 능력이 받쳐주는 아이는 쭉쭉 나가서 상방 레벨을 한껏 올려놓는다. 그리고 사립초에 보내고 싶었으나 떨어진, 교육열이 높은 집은 학군지로 이사가서 영유+공립초+레떼보는 학원 열심히 돌리면서 그 상방 레벨에 도달한다.

8. 나머지 집안의 아이는 공립초+적당한 학원으로 그 시기를 보내며, 아이의 역량에 따라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할텐데, 공교육 하향평준화로 7번에서 형성한 상방 한계와 일반 공립초의 평균 레벨의 갭은 이미 상당히 벌어지게 된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엘리트 초등학교 과정을 밟으며 도달한 그 상방 한계가 중학교에서 정신차리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따라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 그리고 학습 습관이라는 것이 꼭 초등학교부터 잡혀야 하는 것인가? 이다. 왜냐면 나는 영유를 보내고있지도 않고, 돌봄이 잘 되어있지 않는 사립을 보낼 여건이 되지 않을 뿐더러, 레떼를 볼 수 있을 만큼의 학습을 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7번의 트랙을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학습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때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저 갭이 너무나 벌어져서 아이가 혼자서 학원 찾아다니며 다닐 수 있을 때 시작하면 늦는거라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비그리가 상당히 사람다워졌나보다. 요새 문득 비그리의 문제 행동이 많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스푼의 자기중심성과 한 스푼의 감각적 예민함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학교 들어가기 전 2년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나와 남편은 비그리가 어린이집에서 누구 안때리고 소리 안지르고 누구 블럭 무너뜨리지 않고 하원하면 아이고 내새끼 하며 칭찬하는 수준이라 사실 냉정하게 보면 갈 길은 멀다. ^^;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야 내 새끼가 더 예뻐보이고 내 삶이 행복해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고기능 자폐아에게 필요한건 '한 스푼만 절제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