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자폐쪽으로 유명한 의사선생님이 모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여러 방향의 생각이 들었다.
그 선생님은 자폐아에게 너무 사랑을 많이 주며 "허용적으로 키우지 말아라"라고 단언하셨다.
물론 이 문장에서 방점은 "사랑을 많이 주지 말라"는 것보다는 "허용적으로 키우지 말라"라는 것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드는 반응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데 사랑을 주지 않고 키울 수가 있어?'이다.
이 천둥벌거숭이 고삐풀린 망아지를 키우다 보면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걸까?'라는 의문을 떠올릴 때가 없지 않지만, 이렇게 해맑게 웃는 말랑말랑한 생명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키울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여러 방식의 훈육과 무시와 소리지름 등등을 시도해본 결과 근본적으로 아이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훈육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애정표현을 적게 하고 강하게 훈육하는 아빠가 지시하는 것 보다 내가 뭔가 강하게 지시할 때 이 아이가 그 지시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결론을 내렸던 적도 있다. 우쭈주 아이고 잘한다 너무 멋져를 퍼붓고 사랑을 듬뿍듬뿍 주면서 아이가 자기 역량을 100% 발휘한다고 느끼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게 맞아'라고 결론을 낼 찰라,
이 아이는 선을 넘고 지멋대로력을 130% 발휘하여 나와 남편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말아야지... 다시는 안속는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아노미 상태에 이르렀다.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노아이디어! 애라 모르겠다. 걍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태에 이르렀고, 나는 기회가 되면 어린이집, 센터, 병원에 "이 아이 훈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를 간절한 마음으로 물어봤더랬다. 그 어디에서도 '자폐아'에게 적합한 훈육방법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카페에서 딱 나의 고민에 답하는 글을 발견했는데 그 대답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이 아이에게 사랑을 마음껏 주지 말라니... 이 아이를 위하여...
그러다 얼마 전에 ABA 교육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듣고 100%는 아니지만 그 카페의 글을 어느정도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자폐아에게는 구조화된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ABA는 워낙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행동수정요법이라 가만 들어보면 내가 비그리를 훈육할 때, 놀이 치료를 할 때, 언어치료를 할 때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원리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 아이가 나아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보상체계와 단계 설정이 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과 정량화된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 치료의 효과를 평가한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하는 행동에, 특히 문제가 되는 행동에, '사랑'을 한 스푼 잘못 타게 되면 기준이 흔들리고 잘못된 메세지를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의 문제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 피곤한가? 졸린가?'라는 마음은 잡아두고 동일한 treatment를 제공해야 한다.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서 냉철한 검사의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해야한다는 것... 어려운 일이다.
특히 관심을 받고싶어 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하여 아이의 다가옴을 외면해야만 할때 마음이 좋지 않다. 반대로 부모의 감정을 긁는 부정적인 행동에 과잉 처벌하지 않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렇게 훈육을 하다보면 문제행동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비그리는 하루 종일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는 것 같아서 이게 정말 최선인가 싶다. 그래도 이게 가장 검증된 자폐 치료법이라니...
이러저러한 고민 끝에 정리한 나의 행동 강령은
1. 꼭 수정해야하는 행동 한개 또는 두개에 대해서만 ABA 방식을 적용한다.
2. ABA를 적용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제공한다. 기계적인 treatment!
3. 대신 아이가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물고 빠는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4. 그러나 나와 아이 모두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정상인 인간도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20% 정도?의 오류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