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라져 가고 결혼은 두려워요 (1)
(삶과 마음의 어려움들을 대화로 풀어 함께 답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긴 대화들은 줄이고 정리한 것입니다. 마음대로 삭제 편집 하여도 좋습니다.)
(30대 후반, 남성. 6개월 정도 대화한 것을 압축함. 그가 살아온 과정을 먼저 대화함)
저는 30대 후반이며 요즘은 사는 재미가 없어 요가와 명상에 흥미를 두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공대를 졸업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사진을 배워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끔은 외국여행 겸 사진 작업도 하고 있어서 남들에게는 자유로운 직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독립하고 자리를 잡았지만 사진 실력 또한 아직까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반갑습니다.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제가 알도록 솔직하게 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신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길을 찾아가 보아요, 당신은 나에게 말을 하지만 자신도 그 이야기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 힘든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 넘어진 곳에서 길을 찾아내 다시 서게 될 것입니다.
그
저의 엄마는 불교 신자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어릴 때부터 절과 불경을 가까이 해왔습니다. 공부에 집중이 안 되어 형제들은 좋은 대학에 갔는데 저는 형편없는 공업대학을 나왔습니다. 자주 답답함을 느껴 일요일마다 산이나 절에 가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오래가지 않고 편하지 않아 혼자 다니는 편이었습니다. 엄마는 저를 지지를 해주는 유일한 사람인데, 5년 전에 암으로 고생하셨지요. 엄마가 아버지 몰래 모은 돈으로 스튜디오를 오픈한 지 3년이 되었고, 엄마는 암을 극복했지만 현재는 건강이 예전 만 못합니다.
질문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게 마음입니다. 제가 보기엔 열심히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누구나 불편함이나 불만족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헌데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면 답도 명확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충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고 잡생각과 걱정이 많다고 문제는 아닙니다. 인간 구조가 사회 안에서 반응하는 방식이 무력감과 걱정이기 때문입니다. 명확하게 나의 마음구조와 살아온 삶 안에서 핵심적인 돌덩이가 무엇인지 통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돌덩이를 가슴에서 들어내면 스스로 내면의 힘이 깨어나곤 하지요. 당신은 스스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그
세 번의 연애 실패로 사람에게 실망하다 보니 가끔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의 관계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의 열정과 사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상처와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을 봅니다. 점점 결혼은 힘들 것 같고 혼자 늙어갈 것도 두렵고 암울한 우울감이 많습니다.
질문
첫 번째 연애부터 이야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20대 중반의 연애는 그저 좋아서 제가 잘 맞추어주고 연락도 자주 하고 1년 정도 사귀었는데 그녀는 저만큼 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먼저 좋아했으니 용돈 모아 선물도 주고 함께 여행도 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이별 통보를 받았으나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제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사랑을 구걸하는 찌질한 남자로 보였나? 내가 예민해서 연락이 안 오면 삐지는 게 싫었나? 나와의 섹스가 별로였나? 그녀는 대체로 말이 없었고 늘 좀 시큰둥했던 것을 나중에 알아차리고 후회를 엄청했습니다. 첫 사랑이었고 저는 세상 행복했었는데 갑자기 이별선언을 당하니 절망과 허탈감으로 한동안 힘들었어요.
질문
당신은 편안한 소통을 해본 적이 없지요? 부모와 형제들과?
그
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엄마와 다투시고 평소에는 말이 없었어요. 그건 지금도 똑 같고 형과 남동생도 각자 살기 바쁘고 어릴 때 자주 싸웠지요. 저는 주로 중간에서 샌드백처럼 끼어서 소통은 커녕 그들의 불만과 투정을 들어주어야 했어요. 왜냐면 형과 남동생은 저보다 덩치도 크고 남성적인데 저는 키만 크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싫어해서 물리적인 폭력을 지극히 혐오하다 보니 형과 동생이 주먹질하는 것만 보아도 무서워 오금이 저릴 정도였어요. 기집애 같다고 놀림을 당하다 보니 지금은 연락 잘 안해요.
질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본 적이 있나요?
그
공부도 못하고 몸도 약하고 저 같은 학생은 조용히 살아야 했어요. 학창시절 내내 문제없이 없는 듯 사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러다 돈도 뺐기기도 하고 공부 못한다고 혼나고... 그런 나를 누가 좋아해요? 한두 명 짝꿍과 같이 게임이나 하며 보냈습니다. 게임은 대화할 필요가 없으니까. 손 재주는 좀 있는 편이라 뒤지지는 않았는데 아버지 눈치가 보여 집에서는 게임을 못했어요. 아, 한 번 고등학교 때 양아치 같은 일진들에게 걸려 집단 구타를 당하고 음식 쓰레기를 뒤집어 쓴 적도 있네요. 기억에서 지워졌던 부분인데....... 엄마가 학교에 와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 사과를 받기는 했어요.
질문
두 번째 여성과의 만남에서는 무엇을 배웠나요?
그
2년 정도 있다가 사진을 배우러 간 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시작되었어요. 그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외롭고 우울해서 만나면 덜 외로우니 좋았어요. 섹스도 잘 맞고 취향은 달라도 그녀가 저에게 많이 맞춰 주어 편했지만 다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었지요. 1년 동안은 괜찮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더라고요.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그녀는 아니라 해도 믿을 수 없다 보니 결국 크게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허전하고 배신감에 화가 나서 잠을 자기 위해 술을 계속 마셨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단 생각에 사진도 찍을 겸 산사와 명상센터를 돌아다니며 참선도 배우고 스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젊은 날을 허송세월한 셈이죠.
질문: 그리고 마지막 여성은 언제 쯤?
그
6년 전 쯤 등산모임에서 연상인 누나가 마음에 들어 사귀었는데 제가 두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녀에 대해 믿음이 생기지 않아 늘 나를 떠날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성격이 조용하고 아는 것도 많아 그녀와는 이런저런 제 이야기도 하고 소통을 그때 처음 해본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따뜻하고. 헌데 결정적으로 그녀는 갈수록 저를 어린아이 취급을 했어요. 너무 간섭하고 연락이 안 되면 전화를 수없이 하며 화를 내거나 숨 막히게 조여왔어요. 그때 엄마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슬픔과 공포에 빠졌었는데 이해를 해주는 듯 말은 하지만 관심이 줄어드는 저를 못 견뎌 하더니 결국 떠나더군요. 사랑이 무언지? 하는 의문이 많이 들면서 점점 사람과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때 또 술을 매일 마시게 되었고, 암 투병 중인 엄마를 차갑게 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분노로 치를 떨었습니다. 저는 제가 인간인 게 싫습니다.
질문
인간이 지구 위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안한 존재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뜰 앞의 아몬드 나무와 장미꽃 그늘 아래에서 길고양이가 늘어지게 잠든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은 여전하고 저는 평화롭습니다. 인간 만이 생각과 마음으로 괴롭군요. 어쩌면 좋을까요?
그
그녀를 떠나보낸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스튜디오도 열고 엄마도 좋아지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람을 사랑할 용기나 마음이 없어요. 그래서 작년에 위빠사나 명상센터에 가서 열흘간 침묵과 지켜봄을 해보았는데 고통과 알콜 의존증에서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또 자주 술을 마셔야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내일 모레가 40인데 제가 이룬 것도 없고 이대로 살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질문
당신이 지금 사랑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있을 수 있나요? 참선을 하면서 집착할 대상을 내려놓고 지켜보는 것을 연습하니 감정이란게 별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다행이라 생각해요. 별로 사랑하지도 별로 미워하지도 별로 의미 있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질문
당신의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이 몇가지 있군요. 기질은 DNA처럼 타고나는 것인데 몸과 마음이 예민한데 부모님의 불화로 평화와 안정감의 경험이 적다보니 여성과 성으로 당신 자신의 잃어버린 부분을 채우려 하시는 것 같군요.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여성을 성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도 좀 강해보입니다. 그리고 예민한 시각과 공간 감각으로 사진을 선택한 것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길을 선택하여 좋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
제 유일한 낙은 술과 통장에 들어오는 돈과 가끔 클럽에서 하루밤 즐기는 것입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제 몸 하나 돌보기도 힘든데 엄두를 낼 수 없고..... 가끔 너무 우울해지면 이러다 큰일 나지 싶어 요가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기도 합니다. 호흡에 집중해 편해질 때도 있지만 잠깐 입니다.
질문
위빠사나 수행을 잘 하면 알아차리는데 도움은 줍니다. '아, 내가 그렇구나.' 이런 마음이구나 하고 알아차리지만, '그럼 어떻게?' 하는 질문에는 답을 주지 못합니다. 알아차리다 보니 문제만 보입니다. 나를 작게 만드는 수행은 잠시 방편으로 쓰고, 이제부터는 본성의 나를 만나는 방편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아! 마음을 많이 알아차리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자주 떠오르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볼수록 답답하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20대 연애할 때 마냥 좋았을 때가 그립습니다. 내 생각이 이렇게 부정적이면서도 많은 줄을 미쳐 몰랐습니다.
질문
맞습니다. 위빠사나는 무의식적 마음을 보고 깨어서 행동하게 하는 좋은 초기방편입니다만 지루하고 발전이 더딥니다. 그 다음 단계로는 툭툭 마음을 털고 쓸데없이 부정적인 마음을 제거하는 노력도 필요하지요. 당신처럼 섬세한 사람은 거대한 웅덩이에 빠져 반복된 사고체계를 답답하게 지켜보게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신은 진실된 사랑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인간 모두 열망하는 것이지요. 우리 본성에 있는 사랑이 타인을 통해 드러내고 확인하며 성장시키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내면세계는 사랑을 통해 완성되고 싶은 욕구가 다른 보통의 남성보다 강한 편이군요. 사회적 성취나 성공에 매진할 나이에 실패한 사랑의 경험이 당신을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경험된 것은 배우고 깨우치기 위해 존재 합니다. 실패로부터 자유의 느낌이 내면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면 방향을 돌릴 때입니다. 최근에 무언가 새롭게 해보거나 느낌이 좋은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요?
그
녜? 아! 요즘은 억눌린 것들을 드러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억제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느낌이 너무 힘듭니다.
질문
아주 훌륭한 통찰입니다. 삶의 태도나 방향을 바꿀 때가 된 것이지요. 부정적인 과거체험에서
배울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위빠사나 명상 보다는 부정적 생각을 스톱시키는 연습을 호흡에 집중하며 지속적으로 하며 당신의 감정의 문을 열기 위해 권투나 검도 혹은 헬쓰등 몸을 일깨우고 생각을 멈추게 하는 활동 안에 감정을 몰입시켜 보시길 권합니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입니다.
그
헌데 얼마전부터 너무나 터무니 없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지금까지 당신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 살아왔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지금의 선택된
환경은 당신이 만든 것이지요. 믿거나 말거나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사실입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해 볼 수 있으면 좋습니다. 의식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당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
사실은 요즘 제가 찍은 사진들과 피사체를 들여다 보면서 가끔 그 사진 속의 풍경이나 사람에게 말을 걸곤 합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제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어 사진과 사진들을 죽 걸어놓고 대화를 이어갈 때가 있어요. 너무 외로워서 그런가 싶어 이러다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그만 두고 싶은데 새로운 사진이 걸리면 사진과 상상 속의 대화를 하지요. 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인가요?"
질문
아닙니다. 그런 상태에 있을 때 몰입이 잘 되고 평안합니까?
그
그렇죠.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흥미로우면서도 시간이 잘 가는 기분이에요. 사실 손님이 없거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가한 시간이 많거든요.
질문
그것이 바로 당신의 길이군요, 당신은 사진을 통해 글을 써보길 권합니다. 그 피사체들의 대화를 글로 바꿔 소설이나 수필 무엇이든 써보세요. 자신이 실패한 연애담을 써보아도 좋습니다. 그 안에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 보세요.
당신의 연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통의 연애입니다. 연애는 인간을 깨우치고 성장하게 하는 기회일 뿐입니다. 그들과는 가족을 이룰 인연이 아닌 것뿐입니다. 그런 실패한 감정으로 결혼을 하는 것은 도박입니다. 20대의 호르몬이 아닌 지성과 소통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해로 가정을 꾸려야 행복합니다. 30대의 감성에 적응해보면 20대 보다 열정적이지 못한 것을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