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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 (69)

두통과 위장장애, 돈과 섹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2)

질문

남편의 흐름은 비교적 평범한 행복? 혹은 친구처럼 함께 살아가기? 가 가능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 흐름을 버리고 떠났군요. 이는 당신의 오랜 숙제를 풀기 위함인데 그러므로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이혼을 하고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합니다. 성욕과 사랑 욕구를 깊은 곳에 누르고 살았다면 반대체험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왜 나는 이렇게 충동적이지? 왜 이런 선택을 하지?’ 하면서도 반복하지요. 지성이 깨어나 자신의 마음 구조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어떻습니까? 


그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감정을 헤아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때 여행 중에 만난 외국인과 며칠을 보냈는데 한국에 돌아와 다시 그 남자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간곡하게 설득해서 그때는 참았지만 3년 후에 여행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결국 이혼을 했지요. 저는 이혼에 대해 나의 엄마처럼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혼 후에 남자들을 좀 만나면서 불꽃같이 뜨거운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을 채우고 싶었는데, 저는 늘 똑 같더라고요. 남자친구에게 헌신하고 그가 날 덜 사랑하는 것 같으면 위장이 탈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그러다 보니 나이도 많아지면서 성욕도 줄고 마음도 줄어들었습니다. 피곤하더군요. 사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고 삶이 재미가 없습니다.

질문

과거 마음에서 깨어나 미래를 그려 보려면 정리가 되어야 하지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고 피하니까 뒤죽박죽으로 무의식 안에 무겁게 당신을 누르고 있으니 버릴 것은 버리고 배울 것은 배워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마음을 무시하는 당신의 습관이 발목을 잡고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결단하고 변화할 축적된 내면 에너지가 준비된 것 같지 않으니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당신은 혹시 딸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까? 한마디로 지쳐 있으니 점진적으로 주어진 환경을 통해 깨우쳐가는 것이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녀

 아! 저는 그녀를 볼 때 자주 미안하고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 딸은 제가 불쑥 떠나고 이혼을 해버린 과정에서 버림받은 강렬한 경험이 상처가 되어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는 아빠 없이 자랐는데 시엄마에 자상한 아빠가 있는데 그녀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자살시도 한 것도 몰랐고 매일 울었다는 것도 나중에 듣게 되었어요. 저도 힘들었거든요. 시어머니가 잘 돌볼 것이라 생각했어요. 어차피 그동안에도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질문

당신은 딸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느낍니까?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어렸고 제 선택은 불가피했기에 크게 잘못된 것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어차피 딸로 태어났으니 함께 제 흐름을 나누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것인데 왜 현재까지 끌고 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녀를 위해 돈도 쓰고 필요한 것도 사주고 희생하고 있습니다. 왜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깊은 이해는 안 됩니다. 딸이라지만 저에게 화를 내면 그 마음을 제가 왜 다 알아야 하는지 저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을 안다고 변하는게 무엇입니까? 각자의 마음인데.

저는 그렇게 마음이나 감정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한계로 느껴지지만 그게 나다 하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갑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실재적인 것이고 소통을 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나요? 소통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차라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사랑 아닌가요?


질문

당신은 소통 보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만족스러우면, 남자를 사랑한다 느끼면서 헌신하고 인내하고 받아들였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웠습니까? 그것이 사랑일까요? 당신은 절대적인 사랑을 줄 누군가를 기대한 것은 아닙니까? 

이유도 없이 허전하고 우울할 수는 없는데 근원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그 프레임화된 당신이라는 에고는 해체될 수 없습니다. 명상 상태나 요가 운동 속에서 잠시 잊거나 섹스 중에 에고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금방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지요. 본래 내면 깊은 곳의 사랑은 하나이지만 자녀와 남성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다릅니다. 당신은 딸에게는 사랑 보다는 지쳐있는 귀찮음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녀

제가 그러고 보니 남성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몸을 섞는 즐거움을 주는 존재 그리고 내 삶의 불안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 아빠 같은 존재를 그리워했나 봅니다. 저의 엄마는 어쩌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던져주는 돈과 하룻밤 잠자리로 일곱형제를 낳고 견디셨습니다. 항상 혼자 땀 흘리며 농사짓는 엄마를 도와주는 자식은 저였지요. 그러고 보니 엄마와 많이 닮아있네요.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저를 유독 좋아했지만 대학을 그만두고 남자를 따라 몰래 결혼하자 제 머리채를 잡고 때렸었습니다. 

질문

지금 당신의 남자친구는 어떻습니까?

그녀

그 남자에게는 전처와 아이 둘이 있고 저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역시 2년 동안 저에게 지극정성이다가 돌변하여 바람을 피고 몰래 아들을 낳기까지 했으니........ 두 아이 양육비로 자신이 버는 돈은 그들에게 보내야 해서 제가 생활비를 모두 충당해야 했습니다. 그건 제가 할 수 있으니 참을 만 했는데, 갑자기 돌변해 헤어지자 하니 불안하여 미칠 듯한 심정이 되었었습니다. 결국 제가 스킨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게 필리핀으로 온갖 경비를 지원해 보냈는데 그곳에서 바람을 피우고 아들까지 만든 것을 알고 너무 괴로워서 우울증이 심각했습니다.

지금은 헤어지지 못하고 같이 살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제 입에서 불만, 짜증과 잔소리, 혹은 폭언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저도 이런 제가 너무나 싫지만 헤어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질문 

누군가와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은 당신의 인격으로는 자신은 잘 모르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잘 맞는 부분이 있겠지요? 성관계라든가 감정적으로 일치하는 것들이든가.

그녀

네, 무엇보다 성관계에서 아주 잘 맞고 저를 지성적으로 몰고 가거나 전남편처럼 "너는 생각을 왜 안 하니? 물으면 답을 해라. 등등" 잔소리하며 괴롭히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그는 저보다도 더 생각이 없고 단순하며 본능적인 사람이라 저의 밑바닥까지 솔직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편합니다.

질문

수백 권의 책을 보기 이전에 당신의 삶을 보는 것이 바로 길입니다. 당신은 이상으로 꿈꾸는 자신과 당신의 삶 사이에 이해되지 않는 블랙홀에 갇혀 있는 모습입니다. 질문을 통해 지금부터는 당신의 삶을 이해해 보도록 스스로 깊히 마음을 열고 내면의 솔직한 소리를 듣도록 함께 노력해 봅시다. 이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누가 결정하고 행한 것입니까?

그녀

제가 했지요.

질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훌륭한 주인의식입니다.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단점이자 장점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라 생각되는지요.

그녀

사람과 깊게 관계 맺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평등하게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갑이 되어야 편하고 제가 결정하는 것을 모두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질문

맞습니다. 당신은 강한 하나 된 상태의 기질이 이 생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기질대로 살아지지 않는 현실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남자로부터 버림 받자 남편을 쉽게 버렸고 보상을 받고 싶었지요. 사실 당신에게 남자는 그다지 존중할 만한 존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처 받은 영혼을 스스로 치유할 대상이었으니까요. 가장 강력한 삶의 동기가 사랑이었는데 첫 경험부터 버림 받는 심정과 만나면서 당신은 오직 절대적인 사랑을 갈망해왔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남성을 만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로 당신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그녀

사랑을 열망하는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소망이 아닌가요? 저는 제 바람을 인정하고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질문

맞습니다. 당신의 마음 구조가 후회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느냐 후회하느냐가 결코 아닙니다. 후회가 아니라 무엇을 당신은 그 경험 속에서 깨우쳤는가 하는 것일 뿐입니다. 당신이 이 경험에서 배운 것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게 합니다. 깨우친다면 넘어서서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그녀

글쎄요. 후 어렵습니다. 저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돈 벌고 맛있는 것 먹고 엄마와 딸과 함께 하는 것이 제 삶이고 지금은 그다지 문제라기 보다는 억지로라도 잘 살고 있다 생각하고 싶습니다. 두통과 위장장애만 없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질문

 당신은 당신의 삶에 대한 사고 과정이나 성찰이 없습니다. 당신의 전남편과 시어머니와 당신을 사랑했던 스승과 지인들에 대해 그들이 보여준 사랑과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쉽게 말해 감사하며 자신의 서투름으로 상처받은 딸과 결혼했을 때의 가족을 진심으로 대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이때 진심이란 것은 내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즉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열고 미안함을 느끼고 감사해 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의 바람끼와 무책임을 그들은 용서하고 지지해주며 그들은 생활비조차 없었음에도 당신의 빚을 청산해주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사실 그런 상황인지 관심도 없었겠지만, 당신은 아픈 시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한 번이라도 감사하며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쓰면서 감사하며 홀로 남겨진 딸이 공부 잘하며 견뎠던 것에 감사한 적이 있습니까?

그녀 

감사하기 보다는 원망했다고 해야 맞겠지요. 철부지 대학생 때 눈이 멀어 결혼하고 저는 우울증과 무기력감으로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질문

사랑의 열망이 지금은 사라졌습니까?

그녀

녜. 남자에게 이제 실망했고 기대가 없습니다.

질문

사랑은 당신 가슴에 있습니까? 이생에서 당신은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요?

그녀

 나를 인정해주지 않던 첫 경험의 배신 이후로, 나는 아마도 남자는 나의 성욕을 채우고 그에게 만족스러운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몰두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별 것 아닌 과거를 자주 이야기하니 불쾌합니다.

질문

 불쾌한 마음이 있다는 것은 걸림이 있고 해결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불쾌합니까? 문제가 없다면? 

 나이를 먹으니 오래지 않아 엄마도 돌아가시면 저도 쉬고 싶습니다. 성에 대해서도 시들해지고 충분히 한 것 같고 피곤하니 점차 관심이 없어지기는 합니다. 허망한 경험이란 생각이 가끔 고개를 들면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질문

 당신은 남 보다 단순하며 몰두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제 남친을 바꾸는 반복을 멈추었다니 지금의 남친이 준 선물입니다. 물론 나이도 있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내려놓기도 하였으니 이제 내면으로 들어가도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선합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오신 것이지요. 긍정적인 마음 에너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을 용서할 때입니다.

그녀

나는 그다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나를 용서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질문

도덕적 고결함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당신은 그 기준이 낮은 편입니다. 즉,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와 사랑으로 이어져 있기보다는 편의적으로 자신을 옹호하는 경향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즉, 당신 안에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직 당신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의리가 있고 순수한 면이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을 다시 본래의 당신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을 특히 그동안 당신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 과거 인연들을 인정하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실재로는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에 멈추어 있을 뿐. 그것은 생각이지 실체가 아닙니다. 당신은 잘 잘못의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옳고 그름에 집착하기 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일어난 모든 일의 원인이 나에게 있고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며 넘어가는 통찰이 필요할 뿐입니다. 다음 생에도 당신은 이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열망하며 더 멋진 혹은 나와 잘 맞는 남성을 찾아 헤매고 싶습니까? 사랑의 표현을 돈으로 하며 이것이 나의 사랑이야 하며 합리화하며 죄의식을 덜어내려니 돈을 위한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며 살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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