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부를 다 누리는데 불행합니다.(4)
질문
이번 일을 기회로 자신을 주장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신다면 자존감이 자라날 것입니다. 힘드시겠지만 그녀는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당신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착복한 것입니다. 지금 그녀와의 우정을 이어가지도 못하면서 돈까지 잃은 상황을 피하지 말고 직면해 보십시요. 직면하는 용기가 없이 스스로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억울하게 살지 않는 삶이 자기 사랑이지요.
그녀
그래도 몇 년 만에 불쑥 카톡을 보내기도 어렵고,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얼굴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질문
간단합니다. 직면하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명확히 포기하십시요. 마음이 여러 개이고 결정하지 못할 때 가장 에너지가 소모되고 갈등은 우울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한 마음이 되라고 하는 것이지요. 마음을 내려놓던가 들고 있던가, 해결하던가 포기하던가 숙고하십시오.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아직 때가 아니므로 일 년 후에 꺼내기로 마음 먹어도 됩니다.
잡다한 해결할 과제들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습관 대신에 지금 여기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내려놓으세요. 지금 여기를 살면 순조롭습니다. 언젠가 전체 우주가 해결될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직면할 기회가 찾아옵니다. 당신은 항상 여러 가지 마음이 오가는 것 속에서 휘둘리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중심을 잃곤 합니다. 주인의식이 성장할수록 옳지 않은 일들은 바르게 잡고, 억울한 일을 해결하는 힘이 생겨야 정상입니다. 당신은 그녀를 용서한 것이 아니고 애써 무시하고 잊고 싶었을 뿐이지요. 용서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무시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용서가 된다고 자칫 용서를 오해합니다. 억울한 일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없애거나 충분히 이해하면 사라집니다. 이일은 당신이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잊고 있던 돈이 갑자기 의식되는 것이지요.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
그럼 어렵지만 용기를 내서 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카톡을 보내어 만나자고 해보겠습니다.
질문
그분과의 우정은 그분이 스스로 깨뜨린 것이므로 시작하면 성공해 반드시 돈을 받기를 추천해요. 다만 그분을 정말 만나고 싶지 않다면 변호사를 고용하는 편도 좋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짐을 남기지 마세요. 마음에 찌꺼기들이 타인이든 나 자신에게든 - 원한, 사뭇힘, 사랑이 아닌 집착, 억울함 등 -의 깊은 상처가 있다면 윤회는 계속될 것이니 당신의 평화를 깨는 것을 제거하고, 제거할 수 없다면 부딪혀 이해하고 통찰하여 넘어서야 하는데, 이런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억울한 일은 실제로 풀어야 합니다. 마음 승리한다고 용서했다는 착각으로 자칫 자신을 속이기 쉽습니다.
그녀
헌데, 영 두렵고 죄의식이 느껴집니다. 내가 부족한 것 같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쪼잔한 것 같고, 최근에 그녀의 남편이 아프단 말도 듣게 되니까 더 어렵네요.
질문
그것이 바로 과거의 마음 속에 갖힌 입력된 마음 패턴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의식의 본질인 자유정신은 아닙니다. 우선 그녀의 상황이 어떠한지 소통하고 이해가 된다면 당신 마음의 억울함이 설득되겠지요. 그녀 또한 친구를 이용한 사람으로 죄의식을 갖고 살지 않도록 도와 주세요. 그녀의 죄의식은 당신에게 그대로 동일시가 되어 있으니 정말 죄의식이 든다면 그 돈을 받아서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성취해보지도 않고 마음을 억눌러 봐야 반복됩니다.
그녀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한달 후 어렵게 연락을 했고 어쨌든 내년까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즉시 천만원을 보내왔다고 하였다.)
그녀
돈을 받았는데 한편 내가 나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답
당신의 도덕 기준은 참으로 독특하군요. 하 하
그녀
그러나 기분은 좋습니다. 에고를 미워하지 않고 잘 활용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신은 깨달음을 어떻게 얻었나요?
답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우리는 모두 깨어 살고 있습니다. 깨어난 정도의 차이는 화엄경에서 보듯 깊이나 넓이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완성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도 계속 배우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통증을 다스리며 몸을 돌보신 지 다섯 달이 되었는데 어떠신지요?
그녀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헌데 이유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명상 유튜브나 책도 볼 만큼 본 것 같고 똑 같은 말을 매일 듣기도 지겹고, 이제 명상이 뭔지 깨달음이 뭔지 머리로는 다 알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나는 여전히 나일 뿐 아닙니까? 하나도 달라진 게 없으니...
질문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며 생각입니다. 본성의 참나는 사실, 하나도 달라질 게 없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존재이지요.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지만 믿을 수 없으니 내면화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은 왔다 가는 손님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창조적인 에너지로 가족과 당신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털어내고 지금 여기서 진리의 눈으로 보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녀
벌써 수년째 노력했는데 참 어렵습니다.
질문
이제야 말인데 당신은 사실 명상의 길보다는 사랑과 수용의 길이 더 어울리는 분입니다. 그 이유로는 당신은 남편과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깊고 영향을 받으며 마음의 에너지가 늘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딸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요. 명상은 사랑과 만날 때 깊은 울림을 갖게 되고 깊어집니다. 아라한 적으로 혼자 견성삼매에 들었다 해도 곧 무너지는 이유가 삶 전반에 장애물들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그것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때문이지요. 이제 명상적 태도를 이해하고 훈련이 되어 마음에서 좀 벗어났으니 당신을 지금까지 인내하고 견뎌내게 해준 사랑을 드러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
저는 자본주의적이고 질투도 많고 그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질문
그렇게 평가하며 자신을 보면 행복한가요? 당신에게 조금 남아 있는 사랑마저 사라집니다. 사랑과 기쁨이 숨 쉴 공간이 비어 있어야 참나가 그 안에서 자라납니다. 그렇게 몰아치면 본성이 드러나기 어렵습니다. 잘 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십시요. 당신은 겸손한 듯 자기비하를 활용하지만 실재로는 자신감 혹은 오만함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면서도 다행히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마음이 없습니다. 다행히 진리를 알고자 하고, 진리에 대해 겸손하려 합니다. 오만한 에고가 필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환경이 준 선물인 오만함으로 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한 인간으로 돌아와 겸손을 가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겸손과 오만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지요. 우린 모두 신 안에서 평등하고 존귀함 그자체일 뿐입니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수증기가 보이는 것처럼 꾸준히 지성의 힘을 일깨우고 무지를 벗어던지고 있으니 언젠가 수증기를 볼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생에 축적해 놓은 감정과 생각들은 한번에 버리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부정적인 나를 만들고 있는 에고를 보고 '사랑한다. 괜찮다. 너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참나는 고요이며 평화일 뿐.' 하고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명확하게 '앎'이 찾아옵니다.
그녀
과연 그럴까요? 요즘 다시 이 모양인 내가 깨달음이란 것이 가능한 한 것인지 마음이 과거로 돌아갑니다. 제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런 마음이 오면 내버려두니까 전 보다 붙잡지 않게 되어 곧 사라지긴 하더군요.
(그리고 한 달 동안 공에 떨어져 우울감에 깊히 빠져 있다가 네팔을 다녀왔고 다시 한 달이 흘렀다. 너무 깊은 무력감으로 의욕상실이었지만 무력감도 환영해주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질문
에고는 늘 욕망하고 성취하며 의미를 잡고 살지만, 참 나는 그러지 않아도 늘 평화로운 그 자체입니다. 우습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완전한데 나 혼자만 우울에 빠져 있다니! 한 번 더 깊이 숙고하고 내면의 텅 빈 나를 수용해 봅시다.
당신은 모르는 것 같지만, 지난 번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 많은 변화를 하였습니다. 많은 생각과 갈등이 잠들었고, 진리에 열망으로 세속적인 집착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당신은 순수한 열정을 지닌 드문 사람입니다. 게다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실재 사랑을 많이 느끼게 합니다. 이는 당신이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사실 순수한 사람에게서 더 깊은 가능성을 봅니다. 혼탁하고 남을 공격하며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은 세탁 하는데 오래 걸립니다. 강력한 에고는 간교하여 기쁨이나 행복감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를 둘러 싼 환경과 자신을 수용해 갈수록 그 안에 기쁨과 평화가 있습니다. 누구의 삶을 들여다보아도 그 안에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녀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제가 변하긴 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심한 거부감이 들어서 의심이 치고 올라왔는데 지금은 하여튼 무언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마음공부에 대한 지식들이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고 그 이치를 알 것 같습니다. 존재 쪽으로 중심이 옮겨가니 마음의 움직임이 보이고 다룰 수 있겠다는 느낌입니다.
질문
아주 훌륭합니다. 마음 속에 이래야 한다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현실을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변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조화로운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이 생겨야 에고가 작아진 것이며, 생명은 그 자체로 온전하여 문제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평온해집니다. 이 '앎'을 붙잡고 죽 밀고 나갈 힘이 생길 것입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라 어느곳으로 방향을 잡고 사는가가 핵심입니다. 과정 중에 삶이 무의미하고 지루하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에고가 죽고 싶지 않아 당신의 신성에 반항할 때입니다. 지나가세요.
그녀
아, 제가 변한 것이 또 있네요. 어린 시절부터 착하고 유능한 딸로 자라선지 요즘은 참고 있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자학하기 보다는 대상을 떠올리고 사랑의 빛을 보냅니다. 나올 것은 나와야 한다는 당신의 말을 믿고 연금술을 발휘해 긍정화하고 있습니다.
우울한 것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이제 여여하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알려주신 대로 호흡에 집중하고 만트라를 활용하면 전보다 쉽게 넘어가서 좋습니다. 당분간 조용히 엄마로 아내로 돌아가 요리도 하고 가족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질문
당신의 치솟는 열정이 이제는 조용해질 때가 되었군요. 드디어 밖으로만 흐르던 에너지가 내면으로도 흐르게 될 것입니다. 조금씩 준비해온 에너지의 방향을 내면화하니 밖에서 구걸하던 것을 멈추고 자신으로 돌아가 집에 도착하는 것이지요. 타인에게 기대와 만족을 구걸하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시간을 잘 돌보며 즐길 것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보세요. 깨달음이니 명상이니 하는 것은 저 강을 건너기 위한 배일 뿐 각자의 길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이 지름길 입니다. 놀고 춤추고 즐기고 누리면서 살아도 지성의 작용이 바르면 깨닫기 마련입니다. 진리의 길을 이해하고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될 때는 때가 아닌것일 뿐이고 이해한 만큼 이익입니다. 바른 이해로 삶을 산다면 언젠가 결실을 갖게 됩니다.
(한달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녀
오랫만에 연락드립니다. 저는 지금 평화롭습니다. 자유를 느끼기도 합니다.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가족들과 수다도 떨지만 내면에서는 묵언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사랑합니다. 말로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다시 어디선가 언젠가 바람처럼 기쁘게 만날 것입니다. 깨달음은 황홀한 체험인 줄 알고 추구했지만 저의 길은 평범한 일상에서 잔잔한 평화를 누리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어떻게 자유와 평화를 느끼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몰입력과 열정으로 자신에게 돌아간 경우였다. 깨어남은 합리적 단계가 있지만 궁극의 체험은 이런 사고체계를 넘어서 찾아온다. 이유가 있으나 머리로 헤아릴 수 없다. 가슴과 느낌의 영역이며 절대의 앎 혹은 깨우침일 뿐이다. 우린 다 그렇게 나름의 의식 안에 살고 있기도 하다. 이 상태를 잊으면 다시 돌아오고 또 돌아오다 보면 일상의 많은 시간을 자유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 신뢰와 자존감이 자라 흔들려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