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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Dec 03. 2024

공감은 삶의 에너지

그린다는 것은 2/4

Royal Salute Series no.51 가야금 재즈 연주/창경궁

2024/12/3


처음 붓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을 때 구체화된 작품을 완성했다는 기쁨도 컸지만 집사람이 놀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말로 대신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다 결혼하고 둘만 남아있는 적적한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는 하나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흘이 멀다 하고 그려오는 그림에서 매번 처음과 같은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집사람도 뭔가 반응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점점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내가 그린 그림을 봐주고 그림 좀 그린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함부로 그림을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주위 몇몇 친구에게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좋은 취미를 가졌다는 정도의 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이해는 하면서도 의욕이 사그라드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말 그대로 온 세상이 공포에 휩싸이고 소통이 막혔습니다. 디지털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뒤따라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저였지만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에서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라인 세상의 소통에는 국가 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장벽도 없습니다. 거리도, 팬데믹도, 비용도, 언어도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친구들과 매일 안부를 묻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의 감상을 강요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그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을 계속 그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창작 활동은 작가의 갈망에서 우러나는 내적 에너지와 누군가 내 작품을 감상하고 공감해 줄 때 얻게 되는 외적 에너지가 결합할 때 지속될 수 있습니다. SNS 포스팅에 친구들이 보내는 '좋아요'와 댓글의 공감 시그널은 창작 활동의 윈동력이 됩니다. 삶의 에너지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인상파 화풍과 기법을 설명하면서 주요 인상파 화가들의 전기와 일화를 묶었습니다. 기존의 전통과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보면서 얻는 인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구상화가들은 모두 초기 인상파 선배들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기 초기 인상파 화가들은 대부분 죽은 다음에 혹은 인생 말년에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 대부분을 세상의 무관심과 멸시, 극도의 가난과 싸우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안에서 우러나는 창작의 에너지만으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수없는 작품을 남겼다는 것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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