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의 첫 번째 글을 무인 세탁소인 '런더리 익스프레스'와 '크린토피아'의 브랜딩 대한 것으로 하고 싶다. 개인적인 분석을 적은 것이고 나는 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도 분명 부족한 글일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이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이다.
잘 알려진 것부터 시작하자!
크린토피아 :
전통적인 느낌의 브랜딩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자 하는 마케팅
브랜드의 마스코트는 뽀송이.
출처: 크린토피아 공식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cleantopia_
초록색 옷을 입고 뽀글 머리를 한 모습이라 뽀송이보다는 뽀송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급식 아주머니를 연상하게 되는 모습이다. 어딘가 건전하고 깨끗한 브랜드라는 느낌이 든다.
뽀송이는 디지털 마케팅 채널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각종 마케팅 채널에서 크린토피아 공식 모델들과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뽀송이의 건전한 느낌이 웃긴 콘셉트로 가려는 크린토피아의 SNS 분위기와 상충되는 면이 있다. 모두의 어머니였던 급식 아주머니를 병맛 콘셉트로 나타내려는 느낌이랄까.
출처: 크린토피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클린하고 건전한 느낌의 캐릭터를 잡은 건 아주 안전한 선택이다. 세탁이라는 주제에 아주 적절한 브랜딩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런 브랜딩은 MZ 세대를 유혹하기에 부족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것을 보완하기 위한 마케터들의 노력이 SNS 게시글들에 보인다는 것이다. SNS를 보면 최대한 재미있게/ 신세대적으로 뽀송이를 풀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뽀송이가 급식 아주머니 같아서 희화화하니 배덕한 느낌이 좀 드는 게 함정이다.
뽀송이를 웃기고 주접스러운 캐릭터가 아닌,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로 포지셔닝시켰더라면 이 인지부조화가 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린토피아의 브랜딩은 여러모로 안전하다. 그리고 무난하다.
크린토피아의 브랜드 색상도 초록색, 연두색으로 깔끔하고 신뢰가 가는 느낌이다. 소비자에게도 어필해야 하지만, 결국은 창업자들에게도 어필해야 하니 안전빵으로 이런 색상, 캐릭터를 선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전통적인 느낌의 브랜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브랜딩은 MZ세대보다는 X 세대에 어필이 된다. 다양한 브랜드와 광고를 보고자란 MZ세대에게 이런 무난한 브랜딩은 너무 싱겁다. 코인 세탁소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MZ세대보다는 X세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니, 이 브랜딩 전략이 초반에 크린토피아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소비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무인 세탁소 시장은 경쟁이 심화된 상태이다. 크린토피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MZ 세대에게 긍정적으로 포지셔닝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인다.
크린토피아는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채널(특히 SNS)을 성장시키며 전통적인 브랜딩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SNS 현황>
- 네이버 블로그 : 구독자(이웃) 2697명, 오후 5시 기준 방문자 921명, 1062개의 게시물
- 인스타그램 : 팔로워 4826, 게시물 좋아요 수 (공식 모델 차은우가 있을 때 1000개 이상, 없을 때) 200개 정도
- 유튜브 : 구독자 1.52천 명, 동영상 조회수는 1000회 정도부터 22만 회까지 다양
- 트위터 : 팔로워 4421명, 이벤트 트윗이 많아 RT도 꽤 되는 편
SNS 공식 계정 곳곳에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리고 차은우.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각종 이벤트도 많이 벌이고, MZ 세대들이 좋아하는 인물들 (차은우, 윤두준, 소련 여자, 넉살, 박막례 할머니 등등)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마케팅 예산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섭외.. 부럽다..)
신세대 소비자를 어우르고자 하는 노력이 멋져 보인다.
전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결국에 어떻게 MZ 세대들에게 포지셔닝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 브랜드다.
런더리 익스프레스 :
MZ 세대를 겨냥한 감성 세탁소
너네가 좋아할 만한 거 모아봤어
산책하다 발견한 런더리 익스프레스가 마음에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
런더리 익스프레스의 브랜딩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을 글을 쓰게 하고 말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브랜딩이 잘되어 있어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유명해질 것 같다.
1. 예술적인 공간이 된 세탁소
MZ 세대는 어떤 공간을 소비할 때 그 공간에 담긴 감성을 소비한다.
런더리 익스프레스는 그 특성을 아주 잘 잡아냈다. 런더리 익스프레스는 카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테리어가 잘되어 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세탁소가 동네에 있는 것 같다. 더 가까운 코인 세탁소가 있는데도 이불을 바리바리 싸들고 여기를 이용하게 싶어 지게 한다. 줄여서 말하면, 힙하다.
사진 출처 : 런드리 익스프레스 공식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laundry_express
그래서 그런지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은 작품 배경으로 이용했다. 화보, 뮤직비디오, 청바지 광고 촬영 등등이 런더리 익스프레스에서 이루어졌다. 역시 제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법이다.
사진 출처 : 런드리 익스프레스 공식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laundry_express
DAZED KOREA 2019년 7월호 화보 촬영이 런드리 익스프레스 서림점에서 이루어졌다.
무인 세탁소의 불편한 점 중 하나가 세탁물이 세탁되는 동안 기다릴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보통 무인 세탁소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뭔가.. 그 공간에서 세탁을 기다리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항균 세탁 시간인 40분 동안, 핸드폰만 하더라도 카페나 집을 추구했다.
하지만 런더리 익스프레스는 힙한 인테리어 덕분에 여기서 40분 동안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이 굉장히 큰 장점이다.
2. MEANING OUT(미닝 아웃)
미닝 아웃은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서, 정치적ㆍ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시사 사전) 쉽게 말하면 사회적, 정치적 신념이 자신과 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MZ세대의 트렌드이다. 이 덕분에 요즘 많은 브랜드가 착한 브랜드로써 포지셔닝하려고 한다. 소비자들이 만들어 낸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랑해 여러분.
런드리 익스프레스 서림점은 페미니즘 서적 출판사 봄알림과 함께하는 웹 다큐 <세탁소의 여자들-2018> 촬영 장소로 사용되었다. 낙태라는 주제에 대해 여성들이 대화하며 여러 가지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토크쇼라고 한다. 이에 대해 런드리 익스프레스는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서 "의미 깊은 프로젝트에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 "영상을 보며 공부가 많이 되었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작게나마 동참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페미니즘 자체가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현재 내가 근무하는 회사 대표님은 페미니즘스러운 것에 대해 조심하기를 권고 또 권고했다. 성별 갈등은 제쳐두고, 페미니즘의 본질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으로 보는 나로서는 이 부분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공식 SNS에 저런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멋져 보였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부분이 아직 런드리 익스프레스 브랜딩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윤리적인 소비, 신념을 담은 소비를 사랑하는 나로서, 런드리 익스프레스의 이런 작은 움직임도 좋아 보였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소비자가 브랜드의 팬이 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기도 한다. 나는 크린토피아, 셀피아, 런드리 익스프레스가 비슷한 거리에 있다면 런드리 익스프레스에 갈 것이다.
3. 카드결제 무인 세탁소
브랜딩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제품의 차별화된 강점이라면 그게 바로 아주 강력한 브랜딩이므로 계속 설명하고 싶다. 이 부분은 무려 업계 최초라..
기존 무인 세탁소의 불편함은 다들 코인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많이 불편하다. 나에게 현금은 길거리 붕어빵과 호두과자를 위한 것이다. 세탁을 위해 쓸 현금은 언제나 부족하다.
이를 인지한 런드리 익스프레스는 카드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이 간편한 카드결제 방식은 신세대적인 브랜딩과 시너지 효과를 이룬다. 덕분에 런드리 익스프레스가 멋진 세탁소에서 끝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공간이 되었다.
4. 자판기에 생필품 판매
덧붙여서 런드리 익스프레스는 자판기에 콘돔도 판다! 콘돔만이 아니고, 인테이크 간편 식사, 미스트, 핸드크림 등 올리브영에 팔 만한 (팔고 있는) 트렌디한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다. 급할 때 편의점 말고 여기 가서 콘돔 사면 무인이라 개꿀띠. 24시간 연중무휴 더 꿀.
자판기에 런드리 마켓이라는 이름을 붙여 다양한 카테고리 = FOOD, FASHION, SANITARY, LAUNDRY, LOVE LIFE, FABRIC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감성적인 생필품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되어 있어, 런드리 마켓에서도 브랜드의 개성이 드러난다.
'런드리 익스프레스'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내 돈 내산 후기들이 꽤 많이 상위 노출되어 있다. 브랜딩이 잘되어 있으니 블로거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받게 되나 보다. 공식 SNS 계정 게시글들도 일관성 있고 훌륭해서 마케터로서 살짝 자괴감이 들었다. 광고 예산을 늘리게 된다면 어마 무시한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창업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스마트함도 보인다. 멋진 브랜드다. 조사할수록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