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은 일 못하는 것을 절대로 변호해 주지 않는다.
팀장을 달고난 이후에 수십 개의 포지션으로 면접만 족히 수백 번을 본 것 같다. 이젠 면접실에 들어갈 때부터 앉아있는 지원자의 실루엣만 봐도 느낌이 온다.
"아 이분은 면접에 진심으로 온 게 아니구나"
"이분은 정말 태도가 좋구나" 등등
온갖 정성과 시간을 들여 수십 명씩 면접을 보고 가장 우리 회사와 핏이 맞는 사람 한 명을 어렵게 뽑아서 함께 일해보면 정말 실전에서는 가관인 경우도 많고, 말을 잘하다 보니 면접만 어찌 통과해서 정규직으로 출근 후 될 대로 돼 라식으로 일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분을 뽑은 내 잘못이 가장 크지만 수백 명 면접을 보고 나서 느낌은 정말 우리와 안 맞는 분만 거르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운의 영역인가 보다 싶을 정도다.
우리 회사에 너무 착하고 상냥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지 못하는 직원이 있다. 이 친구는 처음엔 적응을 빨리하고 매출 리포트를 잘 작성하니 엑셀만 잘해도 감사한 상황이었기에 (이전 직원은 엑셀도 잘 못 다뤄서 업무 팔로업이 제대로 안 됐었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커머스 포지션으로 4년 경력자가 와서 일일 매출 리포트 이외에 다른 업무에서는 진전이 없었다. 그래도 이 친구를 성장시켜야 했고, 이 친구의 성장이 브랜드의 성장과도 연결되기에 미션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업무를 지시했다.
메일로 지시한 업무들, 구두로 간단 지시한 업무들을 줄줄 놓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재고 파악이 안 됐고, 엑셀에서의 숫자도 스스로 검수를 하지 않아 틀려서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매니저라면 적어도 메인 제품이 하루에 아니 한 달에 몇 개 팔리는지는 파악이 됐었어야 했는데 입사 3개월이 지나도, 데일리 세일즈 리포트를 작성을 매일 하고 있으면서도 메인 제품이 몇 개 팔리고 있는지를 몰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 직원은 성향이 좋은 친구였다. 앞에서는 네네네 대답은 너무 잘했고 태도도 좋아서 내가 업무를 부탁하는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을 늘 노트에 잘 받아 적어주었고 언제나 밝은 얼굴이 고마웠지만, 그 친구가 일한 것을 리뷰하고 피드백을 줄 때마다 점점 뾰족해지고 지적질만 하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분명 내 앞에서 다 이해했다고 끄덕였고 지난번에 이 실수를 분명히 지적했고 내 눈앞에서 적어가는 것도 봤는데 왜 다시 가져와서는 똑같은 실수를 또 하는 걸까? 표정은 전혀 변함없이 상냥하고 밝은데 일은 제대로 팔로업 되는 게 없고, 제가 아직 경력이 짧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걸까
작은 회사에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인재다. 좋은 인재가 오는 것은 정말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도 어렵다. 처음엔 출근을 해준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정도였다. 다만 출근을 해서 업무 수준이 너무 떨어지고, 아무리 인풋을 해도 반복적인 실수 업무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직원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권고사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만났었다.
이 상냥하고 착하고 노트테이킹을 잘하는 직원은 5가지 정도의 업무를 지난해 말 전부 누락시키고 누락 한건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하고 챌린지 했더니 일주일 후 와서는 그만둔다는 드릴 말씀을 남겼다. 하도 일을 못하니 이번에는 드릴 말씀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6개월간 인풋하고 기다려주고 트레이닝하고 꾸짖어도 보고 했던 시간들과 회사에서 이 친구가 놓친 업무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던 직원들이 얼굴이 떠오르며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직원들이 그만둔다는 그 친구에 대해 하는 말
"착한데... 음...."
착한데 함께 일하고 싶진 않다는 말을 대놓고 할 순 없지만 모두 공감가능한 말이었다. 착함으로 사회생활에서 일 못함을 변호할 수 있는 유통기한은 길어야 6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