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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02. 2023

사방이 노키즈존, '아이 먼저' 생각하기

어린이의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

얼마 전 소아과와 인접해 있어 어린이 환자를 주로 받는 약국에 들어서는데, 한 여성이 휴지로 온 바닥을 훑고 있었다. 카운터에 있던 직원들의 싸늘한 눈초리와 어안이 벙벙해져서 있는 여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이를 보아하니, 아이가 바닥에 조금 구토를 한 눈치였다. 직원들은 바닥을 닦을 티슈조차 건네주지 않았는지, 그녀는 직원에게 정수기 옆에 있던 휴지를 써도 되냐고 물으며 이미 깨끗해진 바닥을 한 번 더 훑고 있었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옆에 있던 나까지 무안해진 나머지 돕는답시고 말했다. “아유 그 정도면 충분해요, 뭘 청소까지 하고 그러세요” 물론 약국 직원들 들으라고 한 소리.


그 약국의 손님 대다수는 어린이 환자이다. 평소에 약을 건넬 때 어린이들에게는 친절히 사탕을 하나씩 주는, 친절한 인상의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어린이의 실수에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다니, 퍽 실망스럽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뿔싸, 어린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이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거기에 있던 그 누구도, 구토로 깜짝 놀랐을 어린이를 보살피지 않았다. 약사라는 의료인은 보는 앞에서 아이가 토했는데 걱정해주는 말 한마디 없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고, 엄마 역시 약국에 폐 끼치는 상황을 모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조차도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보였다.


따라서 그날의 교훈으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무엇보다 아이부터 챙길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였다. 우리집 아기가 찜질방 식당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분수토를 쏟은 것이다. 너무 놀란 아기는 그 자리에서 앙앙 울었고,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는 당장 걸레를 가져와서 자리를 수습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고, 토사물이 묻은 옷을 벗긴 뒤 아이부터 다독였다. 그리고 불가마에 들어가 있던 남편을 호출해 뒷정리를 맡겼다. 덕분에 얼마 전 약국에서 본, 당황하고 외로웠을 엄마 처지는 면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호출할 남편이 없었다면 나 역시 어땠을지, 아찔할 따름이다.


급체였는지, 아기는 집에 돌아와 전날 먹은 음식까지 다 게워낸 뒤에야 구토를 멈췄다. 축 늘어져 있던 아기가 오늘 오전, 흰죽을 먹고 나서 생기가 돌길래 ‘역시 아이들은 회복이 빠른 법’ 속단하며 오후에 키즈카페에 다녀왔고, 유감스럽게도 다시 축 늘어져 버렸다.


이런 우당탕탕 엄마 같으니라고. 아가야 정말 미안해. 내일은 더욱 살뜰한 가정보육으로 속죄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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