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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un 25. 2015

어떻게 그림책을 만들게 됐어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 :)


  플리마켓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그림책을 만들게 됐어요? 혼자 만든 거예요? 이 책들을 다 직접 만들었어요? 이야기도 직접 썼어요? 그림도 직접 그렸어요? 나는 그 질문들에 웃으며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답을 한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도, 독립출판서점에 책을 놓자는 생각도, 플리마켓에 셀러로 나가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나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재미있어 보여 구경하는 손님일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일 년 전과는 다른 장면을 삶의 사진첩에 꽂아 넣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글을 썼지만 그때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많이 부끄러웠었다. 그때는 왠지 내 마음 속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일은 너무 창피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여전히 글을 썼다. 열정대학에서 말랑말랑한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고 친구들과 벽이 없는 이야기를 즐겁게 쓰고 보여주는데 조금씩 익숙해졌다.


   말랑말랑한 글쓰기에서 썼던 이야기는 열정대학의 다른 친구가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쉽게 이어졌다. 아 그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나는 친구들과 3개월 간 정성 들여 그림책 세 권을 만들었다. 그 중 두 권은 나의 이야기와 친구의 그림으로 채워졌다. 그림책 낭독회도 하고 적은 부수로 찍어내 그림책을 친구들에게 팔았다. 작은 서점에 입고문의도 하고, 언젠가 친구가 권했던 플리마켓에도 한 번 나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는 이런 일들에 대해 '되게 별 거 없는 삶을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재미있게 사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너무 멀리 생각하기 앞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내려 노력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은 후에는 조금 고민하다가 일단 한 번 시작했다. 그 다음 날의 일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면서. 이제부터 시작될 글들은 이런 날들에 대한 것이다. 내가 나를 위해 보낸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왔는 지에 대하여. 소중했던 순간들을 짚어보려고 이렇게 다시 또 내 앞의 무언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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