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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Oct 27. 2015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두레였을 지 몰라

 우리두레라는 작은 울타리


우리두레라는 작은 울타리


  올해 봄, 말랑말랑한 글쓰기를 열심히 쓰다가 이야기를 잔뜩 품에 안고 있을 때 그림책 만들기 학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림책 작가님도 만나 뵙고, 친구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혼자 그림책과 그림공책을 만들 때에도 앞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그림책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격려해주어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나는 내 곁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주었던 건 참 운이 좋은 일이었다고, 감사함을 느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다 현묵이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두레에 관해서 보게 되었다. '우리두레'는 작은 꿈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라는 이름처럼 서로 '둘레'가 되어주면 된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예쁜 모임을 위해 함께할 사람들을 모은다는 말 아래 담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나는 결국 이것만 기억하고 우리두레에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작업할 수는 있지만 함께 하는 작업은 보다 의미 있고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기에, 특히 서로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위로가 커서 함께 하고 싶다는 지원서는 마치 마음이 혼자 툭 튀어나와 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달간 - 혹은 아주 조금 더 긴 - 매주 수요일 저녁 다섯 명이 무중력지대에서 우리두레가 되어 모이기로 했다. 하고 싶은 걸 매주 해오기로 해요. 현묵이는 자신 역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했다. 같은 책을 읽어오는 날과 같은 영화를 보고 오는 날도 있겠지만, 우리두레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창작물 하나씩을 꼭 가져오는 거예요. 무엇이든 좋으니 꼭 창작물을 가져와주었으면 한다는 현묵이가 나처럼 욕심 많고 서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좋았다. 이 친구가 가진 여유만큼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만들어올 것이다. 그게 우리의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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