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가져갈 책을 만들 차례
전시회에 가져갈 책을 만들 차례
우리두레 첫 시간, 우리는 협업 프로젝트를 하자고 했었다. 다 같이 어떤 일을 벌이면 재미있을까 궁리하던 중에 전시회를 여는 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의 물꼬가 트인다. 전시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어떤 게 있어? 어떤 방식으로 했으면 해? 어디서 했으면 좋겠어? 실내에서 해도 되고, 바깥에서 해도 좋지. 요즘은 날씨가 엄청 좋잖아. 현묵이는 장소와 소재를 정하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아주 빠른 속도로 모든 게 결정된다고 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정신없이 떠들었다. 놀이터는? 다리는? 아니, 실내가 더 나은가? 실내에서라면 텐트? 가끔은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곳도 튀어나온다.
각자 전시회에 가져오고 싶은 것부터 정하기로 했다. 나는 독립 출판한 그림책과, 그림책을 만들게 된 이야기와 함께 했던 4컷의 수다쟁이까지 다 들고 가기로 했다. 『불행을 털어넣는 레시피』, 『용기를 보다듬는 레시피』 2권으로 이루어진 레시피 시리즈는 소장본 밖에 없지만 꼭 챙겨 가야겠지. 『세상의 나쁜 또라이들과 마주해야 하는 너에게』,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너에게』, 『늦은 밤 무언가를 쓰고 싶어 뒤척이는 너에게』는 스물여섯 그림책 시리즈로도, 그림 공책 시리즈로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건 과거의 내 그림책을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 할 일이 아주 많아진다.
그동안 브런치에 꾸준하게 올렸던 글을 세보았다. 열정대학 말랑말랑한 글쓰기학과부터 부천 국제영화제까지 글이 총 31개였다. 이야기 사이사이 당시에 썼던 일기들을 6개 정도 더 넣기로 하고, 사진도 골라서 넣어 보니 생각보다 페이지가 훨씬 많아진다. 그 전까지는 한 권 당 30쪽이 안 되는 그림책을 작업했는데 이렇게 글이 많은 책은 처음이라서 작업하기가 겁났다. 4컷의 수다쟁이는 총 40세트를 실을 예정이라, 160장의 카드를 스캔해서 작업해야 했다. 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전시회 날짜는 점점 코앞으로 다가온다.
아르바이트에서 여름휴가를 주어, 며칠 동안 - 이미 몇 주동안 틈틈이 작업했지만 그걸로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 방에 콕 박혀서 책 작업을 했다. 글을 많이 수정하기도 했고, 많은 글을 순차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책은 별문제 없이 시간만 오래 걸렸다면, 4컷의 수다쟁이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색연필로 색색 그려놓은 그림들이 스캔을 해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스캐너를 이용해도 색이 모두 다 탁하게 나왔다. 노트북도 화면이 자꾸만 노란색으로 나오는데 이것저것 만져도 변함이 없었다. 책 표지도 찍어서 만들어야 하고, 쪽 수도 넣어야 하고, 그야말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막막함이 밀려왔다. 우리두레 전시회에 책을 가져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