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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pr 27. 2016

설레는 우리들의 전시회

설레는 우리두레 전시회

* 우리두레 전시회에서 4컷의 수다쟁이를 담아낸 미희의 사진들

설레는 우리두레 전시회


  우리두레 전시회 전 마지막 모임까지 내 책은 나오지 않았다. 쉼 없이 만들고 인쇄를 맡겼지만 인쇄소의 착오 때문에 나는 준비한 책도 손에 쥐지 못하고 마지막 모임에 가야 했다. 우리두레 친구들은 각자 어떤 작품을 가지고 나올지 고민했고, 전시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간 우리두레를 하면서 준비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많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전시회에 모든 작품을 가져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그 몇 달 간 우리는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전시회 장소는 고민 끝에 무중력 지대로 정했다. 우리가 매주 창작 모임을 해온 그곳에서 우리는 그간 준비해 온 작품들을 보여주기로 했다. 조금 넓은 공간에 각자 필요한 만큼의 책상 몇 개와 의자 몇 개를 배치했다. 영상을 보여줘야 하거나 작품을 벽에 붙여야 하는 친구들은 벽 쪽에 배치를 했고, 넓은 자리에서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 나와 음악을 듣는 공간이 필요한 현묵이는 중앙 쪽에 자리잡기로 했다. 한쪽은 완전히 유리벽면이라서 무중력 지대에 들린 다른 사람들도 우리 작품을 보러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두레 전시회만큼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냥 작품을 세워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구역을 담당해서, 내 작품의 큐레이터가 되는 일이었다. 먼길을 온 손님들이 그냥 한 바퀴 둘러보고 가는 공간 말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해주고 질문이 있다면 대화로 바로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우리의 작품들을 두루 보다가 현묵이의 공연을 함께 듣는다. 그냥 한 번 쓱- 훑고 지나가는 일보다는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나는 또 욕심에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떼를 썼다. 전시회에 부를 친구가 없으니, 엄마가 꼭 와줬으면 해. 엄마는 도무지 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 딸의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 건지 전시회가 시작되자마자 도착했다. 내가 직접 우리두레 친구들을 소개해주었고, 한 바퀴 설명을 들으며 듣다 노래까지 들었다. 물론, 엄마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 여럿에게 시간이 비면 오라고 미리 말해둔 상태여서 아무도 오지 않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엄마가 그동안 내가 해온 것들, 우리두레에서 함께 했던 것들을 보고 함께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서 그렇게나 떼를 썼다.

  우리두레 다섯 명이 자신들의 손님을 불러 맞이했고, 전시회는 생각보다 훨씬 북적북적했다. 한참 머물다 간 사람들도 있고 전시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나 귀 기울여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해 주었다. 그래서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전시회를 둘러 본 사람들에게 작가를 위한 한 마디씩 적어달라 포스트잇을 나눠주었는데, 마무리할 때 칠판에 적힌 포스트잇을 하나씩 읽어가며 주인에게 주었다. 내 다이어리에는 여전히 그때 그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나에게 적어준 포스트잇 하나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내 13년 지기 친구가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준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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