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내 하루에 남기는 것

뛰는 시간보다 오래 머무는 흔적에 대하여

by 열찌미

러닝이 끝났다고 해서
그날의 러닝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뛰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하루 안에 오래 남아 있다.


러닝을 한 날의 하루는
조금 다르다.


일이 특별히 잘 풀린 것도 아니고,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닌데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괜히 조급해지지 않고,
작은 일에 덜 예민해진다.


러닝은
하루를 바꿔놓기보다
하루의 결을 조금 고르게 만든다.


이미 한 번
나를 위해 시간을 썼다는 사실이
하루 전체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은 시간들도
조금은 부드럽게 흘러간다.


러닝이 내 하루에 남기는 건
성취감보다
안도감에 가깝다.


오늘 하루를
이미 한 번은 잘 지나왔다는 느낌.

그 느낌 하나가
하루를 끝까지 버티게 한다.


그래서 나는
러닝을 한 날의 하루를
조금 더 믿게 된다.


러닝은
뛰는 시간보다
그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바꿔놓는다.


그게
내 하루에 남는
가장 분명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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