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이야기가 먼저다: Ai 창작의 본질

by 근배

AI는 도구일 뿐, 변하지 않는 것은 이야기다


대중을 겨냥하던 TV 광고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아직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AI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과거의 광고는 하나의 신호탄처럼 모두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쏘아 올렸다.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대에 맞춰 TV를 켜면, 전국민이 동시에 같은 광고를 보고 같은 유행어를 따라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SNS 광고는 대중을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을 해체한다. 무수히 잘게 쪼개진 개인, 각자만을 위한 초미세 타겟을 찾아들어간다. 한 사람의 취향과 검색 기록, 심지어 스크롤 속도까지 계산하며 알고리즘은 우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만약 앞으로 이 영역마저 AI가 대체한다면 어떻게 될까? 광고를 넘어 콘텐츠 창작의 방식까지, 우리는 개인을 향해 초집중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단편영화를 만들기가 쉬워진 시대

나는 최근 AI 단편 영화를 만들어, MBC와 경기도 AI 콘텐츠어워즈에서 상을 받았다. 그 경험을 돌이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제 단편영화를 만들기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사실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과정은 오랫동안 거대한 산업의 영역이었다. 수많은 스태프와 장비, 자본이 필요했고, 개인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이야기를 바꾸었다. 이제는 개인이 가진 생각을 손쉽게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이는 곧 개인의 목소리, 개인의 경험이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드러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물론 이 변화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더 많은 개인의 이야기를 접하게 될수록,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얻게 된다. 나는 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 글이나 영화는 눈으로 보는 것이고, 그렇다면 영화는 곧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경험이 된다. AI는 이 과정을 훨씬 더 쉽게 만든다.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

"흥행이란 무엇일까?" 사실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이제 겨우 이야기꾼으로서 첫 계단을 밟은 사람으로서, 흥행이라는 말을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는 내가 느꼈던 개인의 경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적어나가려 한다.

정보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방 안에 앉아 있는 평범한 개인이 대학교수와 똑같은 논문을 볼 수 있고, 최신 기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된다. 그럴 때 남는 차이는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그러나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그 모든 도구는 허상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 글을 읽을 여러분들에게도 말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AI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결국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는 이번 MBC SGAFF에서 특별한 한 작품을 만났다. 튀니지에서 최초로 AI로 만들어진 영화인 주베르 즐라시(Zoubeir Jlassi) 감독님의 <한 호흡 간격(A Breath Apart)>이다. 해당 영화는 주베르 감독이 실제 암 투병을 할 때 느꼈던 감정을 AI를 이용하여 영화라는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제목 <한 호흡 간격>. 그 숨 사이에서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시상식 후 뒷풀이 자리에서 번역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귀 뒤에 있는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웃었지만, 나는 속으로 "그가 살아계셔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보았기에 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작품을 통해 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된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에서 주베르 감독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상황과 제약에 굴하지 말고, AI로 영화든 무엇이든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우리는 결국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누군가의 삶에서 우러난 경험, 그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그것이 바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다.


AI는 증폭기다

나는 AI를 단순히 도구로만 느끼지는 않는다. 때로는 동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형에 감정을 몰입하듯, 때로는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차분히 돌아보면 그것은 올바른 관점은 아닐지도 모른다.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이자 AI 강의 책을 써낸 박태웅 의장은 AI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I는 당신의 능력을 증폭해주는 증폭기다." 나는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AI는 나를 대신해 이야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가진 이야기를 더 크게, 더 멀리 전할 수 있도록 증폭시켜준다.

그럼 이야기란 무엇일까? 꼭 이야기란 것이 소설이나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또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한 명인 김형석 작곡가는 이런 말을 했다. 사회자가 그에게 거창한 수식어를 붙일 때, 그는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며 자신을 이렇게 규정했다.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나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와 같이 위대한 작곡가의 말을 빌려, AI 시대에 창작자가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상기해보려 한다. 존경받는 작곡가는 AI 시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여러분들에게도 내가 메모한 내용을 들려주겠다.

SGAFF에서 그의 생각을 듣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 여느 GV와는 다르게도 무대 가운데에는 전자 피아노가 있었다. 그는 음악을 연주하고 말을 이어갔다. AI는 음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완벽하다면 예술이 필요 없을 겁니다. 삑사리, 불완전함, 그것이 갈등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죠. 봉준호 감독의 삑사리 이론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창작자라면 기술을 잘 다루는 것보다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내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싶은가?

음악과 소설은 과연 다를까? 아니, 난 근본적인 부분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책임국장이었고, 우리가 잘 아는 이웃집 토토로의 현장 책임자였던 키하라 히로카츠 씨는 거듭 중요하다며 강조하여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글을 쓰려거든, 어떤 매체를 통해 이야기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나는 김형석 작곡가와 키하라 히로카츠 씨의 말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두 사람 모두 이야기를 했다. 단지 한 사람은 음악이라는 도구를, 다른 한 사람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택했을 뿐이다.

음악, 소설,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그렇다면 결국 AI 또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창작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 시대를 향해 걷고 있다. 대중의 이야기에서 개인의 이야기로.

나는 영화제를 통해, 그리고 수많은 창작자들의 작업물을 통해 배웠다. AI는 계속 발전할 것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이야기다.

결국 남는 질문은 단 하나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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