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정말 중요한가

단순히 '중요한 일'이어서가 아니라

by 강진영

대부분의 경우, '기후 변화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이고 이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라는 명제에 있어서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환경부의 2024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인 10명 중 약 9명 정도는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기후변화의 영향은 먼 미래의 일이라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에는 10명 중 7명 가량이 동의하지 않았기, 즉 걱정해야 한다는 것에 10명 중 7명 가량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에 동의하는 것과 별개로, 과연 지금 당장 우리의 삶에서 기후변화를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가? 기후변화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과연 물가, 주거, 취업 등 다른 중요한 일들과 함께 놓고 비교했을 때도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게 여겨질까?

현재의 기후변화는 수많은 중요한 이슈들 중 하나로서 생각되고는 있지만, 그 중요한 이슈들 사이에서 기후는 뒤로 밀려나기 쉽다. 물론 2025년 들어 소위 '이상기후'가 많이 발생해 실생활에서도 기후변화를 체감할 정도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것보단 당장의 학점이 중요하며, 취업이 중요하고 어떻게 사는가가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도 경제, 부동산과 같은 "개인의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문제가 기후변화 같은 문제보다는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늘 "기후 변화는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인으로서 기후 변화가 과연 심각한 문제일까?"라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것 같다. 영향을 심하게 받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별 피해를 안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 모른다.

한 번, "나만 잘 살면 되지"라는 태도에서 출발해보자. 이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이기적인 태도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생존 본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어디에 살고 있을지도 한 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라. 기후 변화가 과연 "어떻게" 전 사회적으로,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 영향이 과연 정말 심각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기후 변화가 정말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까?


먼저 기후 자체의 변화, 즉 온도가 올라가고 흔히 말하는 "이상 기후", 좀 더 자세히는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의 폭염이나 가뭄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 그리고 며칠간 집중되는 강수와 폭설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면 그 자체로 1차적인 피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보호 기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다면 어쩌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소득이 적거나 나라 자체의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어렵겠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에 산다면 나름 피해를 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기후 변화의 피해가 겨우 이 수준서 그친다면 우리는 온실가스를 굳이 줄이기보다 잘 벌어서 버티는 게 더 나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돈이라는 교환 수단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것은 크게는 부동산이나 주식이 될수도 있고, 작게는 편의점에서 사먹는 라면이나 김밥 정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것들은 결국 그것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금속 자원이 필요할 것이며, 치킨 하나를 먹기 위해서는 닭과 밀가루를 만들기 위한 밀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우리가 만들어내진 않는다.

기후 변화는 '자연에서 얻는 것'들의 동시다발적인 공급 변화를 강제한다. 그리고 원자재의 공급 변화는 자연스레 그 원자재를 기반으로 하는 물자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농작물을 예로 들면, 통계청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찹쌀은 26.2%, 무는 26.7%, 마늘은 20.7% 정도 급등했다. 이런 식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원자재의 공급이 줄어들면, 물가는 올라가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킨다.

기후 변화의 특징은, 이는 경제 구조 바깥에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자원을 공급하는 환경 자체를 바꿔 자원 자체를 희소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즉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막을 수 없다. 크고 지속적인 외부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2024년 한은이 내놓은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CRI를 활용해 전품목, 식료품, 과실, 채소에 관련된 소비자물가지수의 필립스 곡선을 추정해보면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0년 이후 대부분 품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 및 과실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2023년 중반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사회 시스템의 구조는 현재의 기후에 맞춰져 있다. 기후대에 맞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도 그렇고, 패션 산업의 경우 여름에는 여름옷을 생산하고 겨울에는 겨울옷을 생산하는 식으로 굴러간다. 대한민국 같이 사계절이 다 있는 경우에는 봄, 가을도 있기 때문에 이때는 또 이 시즌에 맞는 옷을 생산할 것이다. 관광 산업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봤을 때 관광지로 적합한 곳"을 내세운다.


게다가, 사회의 인프라 또한 현재 기후에 기반해 세워진다. 홍수가 많이 났던 곳에서는 홍수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폭염이 잦은 곳에서는 폭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등 각자 현재 환경에 최적화된 대책을 마련해왔다. 홍수가 안 날 경우 굳이 홍수 방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는가?

기후가 변화함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의 전제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이제 이 변화가 어떤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을까? 기반이 변화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사회적 비효율, 수익 감소, 물리적 피해와 같은 여러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면 돈 자체가 그 피해를 메꾸는 쪽으로 많이 몰릴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가치 창출이 적은 분야에 투자되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소위 먹고 사는 것과 동떨어져 있는 분야들, 문화·예술 분야와 순수과학과 같은 분야가 바로 그 예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발발 이후, 2022년 문화 예산을 전년도의 절반으로 축소했고, 많은 예산을 군사 및 보안에 편성했다. 이처럼 당장의 생존이 우선되는 사회에선 아름다움이나 탐구 자체의 가치는 사치로 여겨지기 쉽다. 만일 기후 변화 또한 생존의 문제로 들어서게 된다면, 이 또한 그대로 되풀이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한 곳이 살기 힘들어진다고 무조건 전체가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상호 교류로서 풀어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해도,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극복해낼 수 있다. 기후 변화 역시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것만 빼고 본다면, 꽤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과연 우리나라 혼자만의 문제일까?


사회 내부의 시스템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비용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 문제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 또한 동일한 구조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더 이상 ‘무역’과 ‘협력’만으로는 이러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자원 분배와 국익 경쟁의 문제, 다시 말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장된다.

물론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북극 항로 개발, 농업 생산량 증가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지만 이런 국가들 역시 극심한 기온 변화, 자연재해 위험 증가 등 심각한 리스크에도 직면한다. 그리고 이런 국면에서 자원이 전체적으로 희소해진다면, 그리고 전체적으로 각 국가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면. 과연 서로 협력할까? 아니면 자국의 안위를 중시할까?

자원 경쟁과 같은 문제가 심화된다면 결국 자국중심주의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며 주요 선진국들이 핵심산업의 자국중심주의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듯, 기후 변화 또한 결국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이기에 마찬가지로 전세계의 자국중심주의 산업정책을 촉진시킬 것이다.


이때 자급률이 낮을수록 이러한 국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식량, 에너지, 그리고 원자재 모두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기후 변화 시대 하에서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적어도 기후 변화 시대에서, 잘먹고 잘살기 위한 선택지로서 대한민국은 그리 좋은 옵션이 아니다.


이건 단발성 작용이 아니다.


또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온실가스가 많아져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게 되어 영구동토층이라는 걸 녹이게 될 정도가 된다면, 이게 녹아 메탄이라는 온실가스를 내뿜음으로서 계속 온도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과정을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라 하는데, 이는 단순히 기후 시스템에 국한된 게 아닌, 사회 시스템에서도 이러한 연쇄 작용이 발생한다.


비효율은 더 큰 비효율을 낳으며, 이 비효율은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데 드는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만일 이러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난 뒤 상황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데 비용을 많이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 과정에서, 원래도 살기 힘들었던 계층은 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이며 나머지 계층의 경우에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한 번 생각해볼까? 이렇게 기후 변화로 인해 먹고 살기 팍팍해지면 이는 국가 내에서 폭동이나 체제 불안 같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2010년 전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이 있다. Marco Lagi 등(2011)의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의 대규모 시위와 정권 붕괴는 2007~2010년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제한과 극심한 폭염이 촉발한 식량 위기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이는 생계비 상승, 정치적 불만, 실업과 겹쳐져 폭발한 것이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급률이 낮고 가난한 국가는 결국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은 수용하든 그렇지 않든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가파른 물가 상승은 노동계층의 몰락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과 사회 불안을 동반하며 또 다른 물가 상승과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인 거시경제 이론인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물가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보지만, 기후변화는 전통적인 수요·공급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급측 외부 충격이다.


기후 변화는 경제에 비정형적 리스크를 주입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유발할 수 있다. IMF는 2022년 기후 관련 보고서에서 “기후 충격이 고물가와 저성장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 또한, 지금까지 사회적 작용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처음에 언급했듯 이상기후 자체도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두자. 그리고, 이러한 이상기후를 대비하는 것 또한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도. 기후 변화는, 단순히 '환경 문제'라는 문제 들 중 한 종류로서 여겨질 것은 아니다. 단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바탕, 즉 '환경'으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두면 좋겠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왜 해야 할까? 왜 알고 있어야 할까?


이 이야기만 들으면, 누군가는 반박할 거리가 아직 남아있거나 ㅡ 또는 새로 생겼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 이야기를 이해하고, 또 동의하는 이들 중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뭔데?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에 영향이 있다는데,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개인이 일개 분리수거 하나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저기 중국은 (아님 미국은) 공장 몇백개씩 돌려대며 온실가스를 마구 내뱉는데, 내가 이런 문제를 신경 써봐야 우울해지기만 하는 것 아냐? 국가나 정부가 나서야 하는 문제 아냐?"


또는


"문제가 심각한건 알겠는데, 결국 현재로서는 답이 없지 않아? 개인이 알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굉장한 기술 하나가 나와야 하는 거 아냐?"


맞다! 이 문제는 절대 개인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개 국가 하나가 바뀐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물론 중국이나 미국만 바뀐다고 될 문제도 아닐뿐더러, 후술하겠지만 대단한 기술이 나온다고 단번에 바뀔 문제 역시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는 일단 잘살고 잘먹고 싶고, 기후 변화라는 것은 적어도 미래에 큰 변수가 됨이 틀림없다. 그러면 적어도 이러한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덜 못 살기 위해서(혹은 더 잘 살기 위해서)라도 일단 이게 대체 뭔지 정도는 알아두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밥이라도 굶지 않을지, 아니면 어떻게 살아가야 이 변화하는 기후를 배경삼아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용이하지 않을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한테 해가 되는 변수를 완화시키고 싶다는 이들은 국가와 기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건 시민들의 여론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소위 주변인들에게 '친환경 행동'을 권유하고, '기후변화'라는 의제를 국가와 기업이 이야기하도록 해야 앞으로의 미래에서 기후 변화라는 변수가 조금은 작아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말을 할 때는 본인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약간의 친환경 행동이라도 먼저 해야 함은 명심해두도록 하자.


첫 글을 마무리하며


앞서 밝혔듯, 이 시리즈는 독자의 행동을 유도하기보다는,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글에 가깝다. 혹시 앞선 두 단락에서 불편함을 느꼈더라도, 계속 읽어나가 주길 바란다. 이 글의 목적은 기후 변화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는 것 정도를 같이 생각해보며 직접 느껴보는 것에 있다.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은 후속 편에서 천천히 이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해 중요하다라고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모든 논의의 전제인 과연 기후 변화가 실재하는가? 그리고 기후 과학은 과연 믿을만 한가?에 대한 답변을 먼저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편부터는, '기후 변화'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되짚어보고 이것이 과연 실재하는지에 대한 부정론과 같은 여러 의견들을 살펴본 뒤 기후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