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도밴드 첫 직관, 입이 떡 벌어진 춘자
[공지]
솔도밴드 부산 공연!
2024년 6월 31일 토요일
늦은 5시!
티켓예매처 여기!
솔도밴드 팬 여러분!
솔도밴드 부산 단독 공연입니다.
모두 규칙 잘 지켜서
더욱 즐거운 공연 문화 만들어요.
다시 한번 더 규칙 숙지!
“원이야, 원이야.”
춘자는 ‘또’ 다급하게 아들 원이를 찾는다. 솔도밴드를 만나고 부쩍 원이를 애타게 찾는다. 원이는 ‘또’ 뛰어온다. 잘 넘어지고 잘 다치는 엄마가 넘어지기라도 한 줄 알고 놀라서 뛰어온다.
“원이야, 원이야. 이것 좀 봐라. 솔도밴드 분들, 공연이란다. 단독 공연. 단독 공연이라는 게 솔도밴드 분들만 공연한다는 말이제? 그라면 노래도 마이 하겠제? 내 가도 되겄나? 엄마 다리로 가도 되겄나?”
아들 원이는 이번에도 엄마가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다 안심한다. 이러다 엄마 춘자가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게 아닐까. 아니다. 아들 원이는 엄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다. 오랜 병원 생활에 아픈 곳이 많으니 우울해하는 엄마 모습을 많이 보며 자란 원이다.
그런 엄마가 솔도밴드를 만나고부터 웃음이 많아졌다. 솔도밴드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다. 그러다 한 번씩 따라 부른다. 정확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노래는 아직은 없는 것 같다. 만날 한 부분씩 부른다. 청소할 때도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영상을 보면서 먹는다. 어떨 때는 춤도 춘다. 솔도밴드 리더 솔님이 추는 춤을 따라 박자에 맞춰 추는 것 같은데 어찌 어설프다.
그래도 좋다. 원이는 이런 엄마가 좋다. 웃음이 많아지고 행복해하는 엄마가 너무 좋다. 그러니 괜찮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엄마가 다급하게 자신을 불러도 된다. 다친 것이 아니면 된다. 아픈 게 아니면 된다. 춘자의 오랜 병원 생활이 아들 원이를 다 큰 어른으로 만들어놓았다.
“실내에서 하는 공연이니깐 가도 되지 않을까?”
“그렇제? 안에서 하는 거니깐, 밖에서 하는 거맨치로 막 뛰지는 않을 거 아이가? 그자? 그라면 내 가도 되겄제?”
“어, 그래도 조심하고. 혹시라도 일어나서 뛰어라고 해도 뛰면 안 된다.”
“그래, 그래. 알았다. 내 뛰라 해도 못 뛴다.”
“신발도 편한 거 신고 가고.”
“어, 알았다. 그나저나 원이야, 이게 꿈이가 생시가. 엄마가 솔도밴드 분들 직접 만나는 기가? 직접! 얼굴을 이래 보고. 공연을 직접 보는 거가? 믿어지지가 않는다. 언제고? 엄마가 억수로 젊었을 때, 안있나? 언젠가 기억도 안난다. 그 옛날에 공연장에 한 번 가보고 여태 공연장에 가본 적이 없다. 노래하는 이런 공연장에 말이다.”
춘자는 순간 랩퍼가 되어버린다. 아들 원이가 대답할 새도 없이 속사포 랩을 퍼붓는다. 혼자 신난다. 아니다. 원이도 신난다. 엄마가 신나니 덩달아 아들도 신난다.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다. 언제나 무심한 듯한 표정을 유지한다. 하지만 원이도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행복의 파장이 엄마도 아이도 하나 되게 해주기 때문이다.
“춘이님?”
“네, 지가 춘입니더.”
공연장에 도착해 입장권을 받은 춘자는 자신을 부른 사람을 찾는다.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바로 춘자 곁에 두 사람이 서 있기 때문이다.
“지가 춘인데예. 어떻게 알았십니꺼?”
“아하하하하. 춘이님 사투리! 너무 귀엽다. 오호호호호.”
닐리리, 사랑님과 올챙이님이다. 사랑님은 웃고 올챙이님은 그 옆에 서 있다.
“네? 지 사투리가예? 아하하하하. 이기 잘 안 고쳐지네예. 아하하하하”
춘자도 따라 웃는다.
“춘이님은 다 알죠. 솔도박물관에 ‘역사여행’하는 분이잖아요.”
“아, 이제 두 개 썼는데예. 근데도 알아줍니꺼? 아, 혹시. 닐리리 분 맞지예?”
“맞죠. 그럼. 저는 사랑, 여긴 올챙이님. 올챙이님도 오늘 처음이래요. 어쩌다보니 옆자리더라고요? 호호호호호. 여기 역사여행 팬들 많아요. 솔도박물관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를 써주니깐 재밌어요. 그때 생각도 나고. 글을 아주 잘 쓰시던데요? 글이 술술 읽히는 게 재밌어요.”
“아입니더. 그냥 지가 궁금해가지고예. 내는 너무 늦게 우리 솔도밴드 분들 알아가지고예. 그전에는 우쨌는가 궁금해가지고 그래 하는 건데. 이래 좋아해주시니까는…….”
말을 끝낼 필요도 없다. 입장 시작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들어가요. 좌석 몇 번이에요? 아, 중간이구나!”
“이것도 겨우 구했십니더. 근데 맨 앞자리네예? 우와, 우짜면 맨 앞자리를! 우와, 대단하십니더.”
“호호호호호. 춘이님도 조금만 있으면 다 이렇게 돼요. 호호호호호. 공연 재밌게 봐요.”
“네, 들어가이소. 아, 내도 들어가고예.”
좌석 번호를 찾아 앉는 춘자. 그제야 반갑다는 인사도 안 한 걸 기억한다. 마치고 나갈 때 보면 인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무대가 어두워진다.
솔도밴드 첫 공연! 아니 춘자가 직관하는 솔도밴드 첫 공연의 막이 오른다. 춘자 심장은 벌써부터 방망이질로 야단이다. 이러다 심한 펌프질로 피가 너무 빨리 흐르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이다. 벌써부터 피가 온몸을 돌아 몸을 뜨겁게 하니 어쩌겠는가. 더 빨리 돌았다가는 춘자 몸에서 불꽃이라도 피어오를 판이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솔도밴드 공연은 뜨거운 춘자를 더 뜨겁게 만든다. 솔도밴드 노래 따라 울다가 웃다가 숨이 멎었다가 다시 뛰다가. 공연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는데 끝났다.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나가주셔야 합니다.”
“아, 네.”
넋이 반쯤 빠져 자리에 앉아 있던 춘자는 그제야 자신이 가장 마지막 관객이라는 것을 안다. 얼른 일어난다. 밖으로 나오니 닐리리 분들이 모여 있다.
“여기 와이리 있습니꺼? 집에 안 갑니꺼?”
“저도 처음이라 잘 몰라요. 퇴근길인가 뭔가 한다고 기다리길래 따라 기다리는 거예요.”
올챙이님이다.
“퇴근길예?”
“그렇다나 봐요. 솔도밴드 분들 이쪽으로 퇴근한다고 그렇게 부르나 봐요.”
“아, 마이 아시네예.”
“아니예요. 제가 좀 일찍 왔거든요. 주워들은 이야기예요. 시간 안 바쁘시면 기다렸다 같이 가요. 저도 처음이라 좀 낯설기도 하고……. 아참, 저도 ‘역사여행’ 재밌게 보고 있어요.”
“아, 네. 아이고마. 부끄럽구로.”
춘자는 올챙이님과 한참을 이야기한다. 서로 처음 직관 온 거라 반갑다. 올챙이님은 솔도박물관은 일찍 가입했는데 여태 활동을 안 하다가 이제야 첫 직관을 하는 거란다. 춘자는 동글동글 좋은 인상을 가진 올챙이님과 함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것저것 이야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오, 이제 나오시나 봐요. 어머어머.”
침착한 것 같던 올챙이님이 들썩인다. 춘자는 올챙이님 시선을 따라간다. 이게 무슨 일인가. 솔도밴드 멤버들이 아닌가. 끼악. 춘자는 고함을 지른다. 아니, 고함을 질렀던가? 숨은 제대로 쉬었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모두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공연에서 또 만나요.”
솔도밴드 리더 솔님이다.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든다. 보디가드인가? 막아서는 사람들이 있어 가까이 가지는 못한다. 가까이? 이보다 더 가까이가 있겠는가?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솔도밴드 분들이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데. 춘자를 향해 손까지 흔들어주며. 춘자는 분명 숨을 못 쉬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오직 솔도밴드 분들만 환하게 빛을 내며 웃고 있다. 춘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춘이님, 조심해서 가세요. 다음 공연에 또 만나요. 아참, ‘역사여행’ 응원합니다. 저도 팬이에요.”
올챙이님은 마지막 인사까지도 동그랗게 하고 간다. 솔도밴드 첫 직관으로 타격을 받은 춘자는 솔도밴드 멤버들 퇴근길 연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거기에 동그란 올챙이님까지 몽글몽글 감동을 주니. 춘자는 부산 첫 직관! 솔도밴드 공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 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