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달맞이꽃의 생명이 필이에게 전이되다

by 필이

보십시오!


멀리서 바라보면,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 꽃입니다.


누군가는


필이처럼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혹은 눈에 담습니다.


누군가는


이 꽃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고




줄기를 꺾어놓습니다.








잔인하게도 꺾어다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줄기가 꺾였는데도 말입니다.




이 녀석들은

이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이리도

아름다운 꽃을 말입니다.





어제 오후입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기분이 좀 좋지 않아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저녁 산책을 합니다.


달맞이 꽃이라더니

정말로 낮에는 잠을 자고 있습니다.



낮에도 피어있다 생각한 건

필이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낮달맞이꽃을 잘못 안 것일까요?


잠자는 녀석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무엇입니까?


이른 아침보다

더 많은 줄기가!

어찌해서!








밖으로 나와있는

모든 줄기를 꺾어 놓았습니다.


어쩜 이리도 잔인할까요?

어쩜 이리도!!


다니는 데 방해가 되었던 걸까요?

그렇겠지요.


하지만 첫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리 많이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길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만큼

넓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긴 시골 작은 찻길이라

차도 거의 안 다니니


통행에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을텐데요.


모르겠습니다.

필이는 어슬렁거릴 때

지나다니는 길이라


늘 다니는 분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잔인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건


아예 길가에서 자라는 풀들은

그냥 두었다는 것입니다.


풀을 자른 것도 아니고

풀이 무성하여


오히려 그것이 더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토록이나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아파트 앞 길가에

쓰레기는 더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저히 다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그대로 둔채


이리 아름다운 꽃을!

누가!

왜!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그대로 두면서


길가에 핀 이름모를

잡초들은 그대로 두면서


어찌하여

꽃을 피우는

이 생명에게 이리도

못할 짓을 한단 말입니까.


잡초는 무성하니

꺾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까?


이 여린 꽃은

꺾기가 쉬우니

이리도 잔인하게 꺾으신 것입니까?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더러워서 치우지도 못하면서


제 생명으로 피운 꽃은

이리도 잔인하게 꺾으신 것입니까?


누군인지

정말이지


벌 받을 겁니다!!


반드시!!


인간의 잔인함에도

생명을 피워내는 이 꽃을 보며



필이는

어쩌면

자신을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꺾여진 허리로

부러진 다리로


근근히 버티고 서서

살아내고 있는


부서진 마음으로

찢어진 심장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자신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이 달맞이 꽃은

아무 이유도 모른채

이런 처참한 짓을 당한 것입니다.


필이는

과연 어떨까요?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운명이 필이에게 장난질 친 거라


장난이라 하기에

너무도 아프고

너무도 가혹하다고!


달맞이 꽃을 봅니다.


꺾여진 줄기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꽃을 봅니다!


필이도 살겠습니다!

필이도 살 것입니다!


더 많이 꺾여도

죽을만큼 꺾여도


살아내겠습니다.


운명 따위!

이젠 제가 만들어갑니다!


필이가 만들 것입니다!!


달맞이꽃의 생명이

필이에게 전이되는 아침입니다.


이 글은

오후에 발행되겠지만!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