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야? 스탭 추천이라고예?

스탭이 된 춘자

by 필이

[공고]

2025년 솔도박물관 스태프를 모집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태프? 스태프면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이 하겄네. 일도 잘 해야 될 기고. 누군지 스태프 되면 고생이 많겄다. 그래도 고마븐 사람이네. 스태프가 있어야 솔도박물관이 안 돌아가겄나.’


날마다 솔도박물관으로 출근하는 춘자는 오늘 아침에 올라온 스태프 모집 공고 글을 한참 들여다본다. 처음엔 스태프가 뭔가 하고 들여다보다가 나중에 솔도박물관이 잘 운영되도록 돕는 운영진이라는 걸 알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듯이.


띠링.

‘어? 이게 뭐고?’


팬카페 개인 문자 알림이다. 메시지함을 연다.


춘이님!

스태프 모집 공고 글 보셨죠?


솔도박물관 카페 매니저다.


네. 봤습니다.

춘이님을 스탭으로 추천한 사람이 있어서요.

춘이님 생각은 어떤가 하고요.


네?

저를요?

제가 스탭을요?

네.

그래요.

하실 건지 안 하실 건지

의사를 확인해야 해서요.

저는 가입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스탭인가 그거를 할 수 있습니까?

조건은 되니깐 추천이 들어온 거겠지요?

하실 건지 안 하실 건지 그것만 말해주세요.


어, 저,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제가 스탭을 해도 되나요?

스탭 그거 하면 뭘 하는가요?

춘이님!

스탭이 되면

지금 하는 것처럼

카페에 글 올라오면 댓글도 달고

신입회원 들어오면 환영해주고

그러면 돼요.


아,

그럼, 지금 하는 것처럼 하면 됩니까?



춘자는 금세 스태프를 할 것처럼 마음이 들뜬다. 솔도박물관에 날마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사는 춘자다. 올라오는 글마다 좋아요와 댓글을 단다.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환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는 말에 당장 스태프를 하겠다 마음 먹는다.


단, 조건이 있어요.


네?

조건이오?

네.

춘이님

지금 날마다 솔도박물관에 글을 쓰시잖아요?

그건 좀 자제하셔야 할 것 같아요.

스탭이 너무 글을 많이 쓰면 안 좋거든요.

스탭은 회원들이

글을 많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본인이 글을 많이 쓰는 건 아니예요.

네?

글을요?



춘자는 고민에 빠진다. 솔도박물관에 글쓰는 게 지금 춘자 삶의 낙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쓸 거리가 생긴다. 유튜브니 뭐니. 알고리즘을 타고 날마다 새로운 소식을 전해준다. 솔도박물관에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는 춘자다. 그러니 당연히 고민에 빠진다.

특히, 역사 여행은 안하셨으면 해요.

새로운 회원들도 많이 들어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텐데요.

역사 여행한다고 자꾸 지나간 일을 들쑤시잖아요?

그건 안하셨으면 해요.

네?

역사 여행을 하지 말라고요?



춘자는 더 큰 고민에 빠진다. 역사 여행으로 닐리리 분들과 많이 친해진 춘자다. 심지어 솔도밴드 분들도 역사 여행 잘 보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춘자 자신도 역사 여행이 재밌다. 솔도밴드를 늦게 안만큼 그 전 모습을 더 많이 알고 싶다. 역사 여행을 하며 춘자처럼 늦게 솔도밴드를 만난 회원들은 못보던 예전 모습 알게 되어 재밌고 기존 오래된 회원들은 추억을 되새긴다며 즐거워한다. 모두가 좋아한다고 생각한 역사 여행을 그만 하라니. 춘자의 고민이 더 커지는 건 아주 아주 당연한 것이다.

춘자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춘자가 또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춘자 삶에 솔도밴드를 위한 스태프를 언제 또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 열정에 불타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솔도밴드와 함께 하는 솔도박물관 스태프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용기가 목까지 올라온 춘자다. 그러다 글, 특히 역사 여행을 그만하라는 말에 용기가 다시 발바닥 밑으로 떨어진다.


언제까지 답을 하면 될까요?

빠를수록 좋지만 일단 모집 날짜가 남았으니깐

마지막날 전까지는 알려주세요.

아참, 스탭이 되면

가장 중요한 건 규칙을 지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글도

지금처럼 그냥 공감하고 댓글을 다는 게 아니라

규칙에 위반되는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아셔야 해요.

규칙이오?

규칙이야 당연히 지키는 거지요.

근데 글로 읽는 거랑 실제랑 헷갈려서.

무슨 소리하세요?

규칙 뻔히 나와 있는데

글이랑 실제랑 뭐가 헷갈려요?

나와 있는 대로 그대로 지키면 되는 거죠.

규칙처럼 쉬운 게 어딨다고.

춘이님,

스탭하는 건 좋은데요.

하게 되면 규칙에 대해 좀 더 공부는 하셔야 해요.

아셨죠?


아, 네 알겠습니다.

생각 좀 해보고 늦지 않게 답할게요.


규칙을 지키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생각한다. 문제는 글쓰기다. 글 쓰기를 자제하라는 것, 특히 역사 여행은 이제 그만 하라는 것. 이것에 대해서만 고민에 빠진다.

“원이야, 니 생각은 어떻노? 엄마가 스탭인가 뭔가 그거 하면 잘 하겄나? 지금 아이면 못하겄제?”

“스태프라는 게 봉사하는 건데, 일도 많이 해야 할 거고. 엄마 지금 열정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그자? 엄마 생각도 그렇긴 하다. 누가 낼로 추천해줬는가 몰라도 지금하는거 맨치로 솔도박물관에 글 올라오는 거 챙기는 거는 자신있거든. 근데 글을 덜 써야 된다는데. 역사 여행은 그만 하고. 그게 고민이다. 우짜꼬?”

“그건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거기 법대로 따라야 하니깐. 엄마가 글 쓰고 싶은 거 조금 줄여야지 뭐. 근데 엄마 괜찮겠어? 글 쓰는 거 좋아하는데?”

“그라이 고민이제. 글도 쓰고 싶고 스탭인가 뭔가도 함 해보고 싶고. 그거 하면 우리 솔도밴드 분들 더 으샤으샤 하게 하는 거 아이겄나. 함께 하는 거지. 솔도박물관 운영진이 되는 거니깐. 쪼매라도 도움이 안 되겄나. 그자?”


“당연히 도움이 되지. 그렇게 하려고 스태프하는 거니깐.”

“그렇제? 내가 쪼매라도 솔도박물관에 도움이 되면 안 좋겄나. 그자? 그래, 해보자. 지금 아이면 언제 해보겄노. 누가 추천해줬는가 몰라도 지금 맨치로 으쌰으쌰 하는 건 잘할 자신 있다. 함해보자. 더 나이 먹기 전에 해보는 기다.”

춘자의 덕질에 날개가 달리는 순간인가. 아니면 날개가 꺾이는 순간인가. 지금의 춘자는 알지 못한다. 솔도박물관을 위해, 솔도밴드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만 빠진 춘자이기 때문이다. 춘자는 ‘풍전등화’인 자신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