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이럴 거면 다 때리치아라!

죽음을 맛보는 춘자

by 필이

“원아, 내보고 사죄글을 쓰란다. 내가 안 쓰면 자기들이 쓸 거란다. 그라면 누군지 다 알 꺼라꼬. 그라면 더 창피할 거란다. 우야노. 우야면 좋노. 내 죽을 것 같다. 솔도밴드 멤버들이 다 본다카는데. 나더러 여다가 잘못했다고 쓰란다. 원아, 엄마 죽을 것 같다. 우야노. 우야면 좋노.”


엉엉엉엉.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을까.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울어대는 꼴이 차마 볼 수가 없다. 거울을 들여다본다면 당장 거울을 집어 던져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춘자의 얼굴은 이제 막 자신의 울음으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생아의 얼굴처럼 쭈글쭈글한데다 뻘겋기까지하다. 사람 얼굴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음 약한 아들도 금세 얼굴이 실룩실룩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결국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를 안아준다.


“엄마, 하지 마라. 이럴 거면 하지 마라. 엄마 아프다 안 하고 행복하고 좋아서 하는 건데. 이렇게 힘들 거면 하지 마라. 당장 그만두라.”


아들 원이 얼굴도 쭈글쭈글해지기 시작한다.


“내 어째 그만 두노. 내를 살려줬는데 내 그만두면 우예 살라고. 지금 그만 둬삐면 내는 몬산다. 내를 살려줬는데, 어떻게 그만 두노. 원아, 엉엉엉엉”


신파극도 이런 신파극이 없다. 누가 보면 하늘이라도 무너진 줄 알겠다. 춘자네 모자는 서로 꼭 껴안고는 울어댄다. 서로의 옷에다가 콧물 눈물 다 묻혀가면서 그렇게. 하늘이 무너진 것보다도 더 힘든 일이 생겼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흐흐흐, 이번 후기는 바로 올리지 말고 예고편을 먼저 올려야 되겄다. 후기는 신경을 쪼매 더 써가지고 올리구로. 흐흐흐.’


춘자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는다. 토요일에 있었던 솔도밴드 공연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매 공연이 특별하고 새로웠지만 이번 공연은 압도적이다. 솔도밴드 멤버들이 치마를 입고 등장한다. 그것도 색동 치마를! 예쁜 색동 치마 입고 연주하는 모습이라니.


춘자는 처음 본 멤버들 모습에 이미 뺏긴 마음 더 뺏길 게 없다고 생각한 마음을 또 뺏기고 만다. 마음이란 녀석이 파면 팔수록 새로운 물이 샘솟는 샘물도 아니고 어디서 이런 마음이 자꾸만 등장하는지 춘자도 알 수 없다. 춘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솔도밴드를 향한 마음은 날마다 새롭게 솟아난다는 것뿐. 어디에 그 마음이란 녀석의 원초가 숨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경기도 이천에서 있었던 공연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문 무용팀과 협연을 하는 공연이라 솔도밴드의 새로운 모습이 엄청나다. 이제 세 번째 직관하는 춘자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후유증으로 일요일인 오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양의 막대 사탕처럼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착각마저 드는 전혀 색다른 공연이다. 춘자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다. 거기다가 보컬 솔도가 자신의 물까지 마시다니.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지 않은 게 기적이다.


“앗싸, 후기 예고편은 올렸고. 이제 후기 작성 해볼까? 사진 정리해놓은 것부터 요래요래 임시 저장해놓고.”

춘자는 옆에 누가 듣고 있기라도 하듯 신나게 말을 한다. 한참을 솔도밴드 이천 공연 사진을 정리한다.


“이번에는 더 특별하니깐 액자까지 넣어볼까?”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던 사진 편집 앱을 열어다가 요리조리 액자까지 씌운다. 이번 이천 공연이 특별하긴 한가 보다. 평소 글을 쓰는 건 좋아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촬영도 잘 못하지만 편집은 더 못하는 춘자다.

이런 춘자가 몇 시간째 사진을 자르고 앨범을 씌운다고 난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로켓을 타고 달아나는 것마냥 빠르다고 하더니 춘자는 시간이 흐른 것도 모르고 사진 편집해서 임시 저장글에 붙인다고 난리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춘자가 속해 있는 솔도밴드 팬카페 스태프 단톡방 알림이 계속해서 울려댄다.


춘이님!

잘 쉬고 계신가요?

어제 공연에서 있었던 일 말인데요.


네.



몰래 촬영하셨죠.

앵콜곡 외엔 촬영금지라고 분명히 되어 있는데 말이죠.


앗, 네.

근데 거기 암묵적으로 촬영이 되는 거 아니었나요?



무슨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는 거예요?

입장할 때 분명히 앵콜만 촬영된다고 알림해줬잖아요.



맞아요. 근데

같이 입장한 부부 그 남자분이 그러는데

작년에도 이 공연 봤는데 촬영했다고,

촬영 다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거 뭐냐 ‘암묵적 허용’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요.


맞다. 분명히 봤다. 촬영이 안 되는 공연이지만 영상을 촬영해서 솔도밴드 팬카페에 올린 것을 봤다. 그걸 ‘암묵적 허용’이라고 제목도 붙어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분명히 본 단어를 다시 꺼낸다.


자꾸 그런 헛소리 하실 건가요?

스탭이면 더 규칙을 잘 지켜야죠.

스탭이 규칙을 어겼으니 어떻게 하실 건가요?


네?

어떻게요??


다른 사람들도 촬영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규칙에 대해서 엄중하게 말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스탭이 자신의 잘못을 말하면서 앞으로 규칙을 잘 지키자

이러면 그림이 좋겠는데요.

뭐. 본인이 하기 싫다면 제가 할 수밖에 없고요.


오고 간 단톡방 메시지가 끝날 줄 모른다. 춘자의 몸이 점점 떨려오기 시작한다. 세상이 깜깜해지면서 하늘과 땅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점점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붙어서는 납작해지고 만다. 그 사이에 낀 춘자는 숨을 쉴 수도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다. 그래도 살려고 숨을 헐떡거리며 안간힘을 쓴다. 애처롭다.

서로의 한쪽 어깨가 서로의 눈물 콧물로 젖어 들어 축축해져서야 춘자와 아들 원이는 떨어진다. 실컷 울어버려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말라버린 것만 같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코도 풀고 눈물도 닦는다.

춘자는 노트북 앞에 앉는다. 만 명이 넘는 팬들이 있는 팬카페. 솔도밴드 멤버들이 자주 들어와 글을 읽는다고 하는 그 팬카페에 자신이 불법촬영을 했다고 죄를 고하는 사죄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밤이 가기 전에 아니 해가 떠오르기 전에 모든 죄를 사하기 위한 의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