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뭐? 블로그? 그게 뭐꼬?

블로그를 시작해 날개를 단 춘자

by 필이

춘이님,

원래는 징계 중에는

팬 카페 출입도 못하는 거지만

이번에는

사죄글을 쓰고 스스로 징계를 하셨으니

출입은 가능하도록 해두겠어요.

단, 그 어떤 반응도 하면 안 됩니다.

들어와서 그냥 보는 건 상관없지만

징계기간 동안

그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 됩니다.

아셨죠?


네.


잘 아셨을 거라고 믿어요.

그럼 일주일 후에 징계 끝나고

그때 뵙죠.


네.



춘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날마다 솔도밴드 팬 카페로 간다. 어쩔 수 없다. 몸에 밴 습관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팬 카페에 들어와있다.

“오메! 내가 언제 또 여 들어와뿠노. 안된다. 나가자. 여 있으면 자꾸 글 쓰고 싶고, 사람들 글에 댓글도 달고 싶고 그라는데. 안된다. 안돼. 큰일난다. 나가자.”

춘자는 오늘도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혼잣말이다. 아예 노트북을 꺼버린 춘자는 닫혀진 노트북 뚜껑만 바라본다.


“하이고참, 곧 울 도님 생일인데 우짜노. 생일 축하할라꼬 한달 전부터 못 하는 영상이랑 사진이랑 해서 준비했는데. 참말로. 지난번 시님 생일은 병원에 있을 때라 아무것도 못해가 이번 도님 생일은 꼭 챙기고 싶었는데. 우야노. 임시 저장해놓은 글만 잔뜩이네. 이번에는 꼭 제날짜에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춘자는 잔뜩 풀이 죽었다. 날마다 솔도밴드 팬 카페인 솔도박물관으로 출근해 하루 종일 살던 춘자다. 지금도 출근은 할 수 있다. 자신이 스스로 내린 징계라 팬 카페 출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된다. 춘자는 그것이 더 괴롭다는 걸 알게 된다. 무심결에 들어갔다가는 얼른 나와버린다. 그러다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르면 그때서야 글을 써서 임시 저장해놓는다. 임시 저장글은 쌓여만 간다.


“춘이님,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 경기도 이천 공연에서 함께 했던 닐리리 너도산님이다. 우연히 가까운 곳에 앉게 되어 솔님 스티커를 하나 챙겨주게 된다. 이날 있던 공연 1부, 2부 모두를 함께 한 춘자다.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솔님 스티커가 더 많다. 더군다나 맨 앞에 앉은 덕에 스티커를 몇 개 더 받는 행운도 따른다. 자신보다 뒤쪽에 앉아 솔님 스티커를 받지 못한 너도산님에게 춘자는 자신의 스티커를 나눔한다. 그것을 계기로 너도산님과 가까워진다.

“네? 그냥 있지예. 뭐.”


“날마다 글 쓰던 분이 괜찮으세요?”


“아니예, 안 괜찮습니더. 딴 거는 모르겠는데 이제 곧 도님 생일이잖아예. 내가 마 딴거는 못하고 생일 축하 할라꼬 한달도 전부터 챙겼는기라예. 영상이니 사진이니 그런거 처음 해갖고 못하는 거지만서도 축하할라꼬 그래 준비했는데. 그걸 마 아무것도 못한께. 그게 참말로 답답합니더. 내가 마 거 뭡니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재단사 마음이 이해가 다 안갑니꺼. 답답해가 미치겠습니더. 글도 쓰고 싶고…….”


춘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하소연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가.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재단사가 되어 대나무 숲에 땅을 파서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던가. 너도산님의 한마디 물음에 춘자의 답은 끝날 줄 모른다.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아, 춘이님! 블로그 해보세요. 블로그는 누구라도 글을 쓸 수 있어요. 거기에 도님 생일 축하도 하고요. 처음 시작해서 누가 보는 사람도 잘 없겠지만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 춘이님이라면 잘하겠다. 맞네. 춘이님 블로그하면 잘하겠다.”


“네? 블. 뭐라꼬예?”


“블로그요. 블로그. 검색창에 ‘블로그’ 치면 바로 다 나와요. 한 번 해보세요. 춘이님은 조금 어려울라나? 아니, 안 어려워요. 춘이님보다 나이 더 많은 사람들도 다 해요. 한 번 검색해서 해보세요. 블 로 그!”

블로그라고예? 거다 글을 쓴다꼬예? 내도 해도 되고예?”


“그럼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 춘이님이라면 잘할 것 같아요. 꼭 해보세요.”


너도산님과 통화를 끝낸 춘자, 바로 노트북을 연다. 검색창에 ‘블로그’를 검색. 평소 자신이 자료 찾을 때 한 번씩 들어가 본 것들이 나온다.

“아, 이게 블로근가 뭔가 하는 건갑네. 시작을 우예 하노? 함보자. 이랄게 아이라 유튜브를 찾아보까. 유튜브에 설명하는 게 안 있겄나.”


솔도밴드 덕분에 유튜브랑 가까워진 춘자다. 유튜브 검색창에 ‘블로그’를 친다. 초보자용 영상을 찾는다.

‘초보자! 블로그 시작하기_왕초보용’

“아, 이거면 되겄다. 함보자. 왕초보용. 하, 나 춘자를 위해 만들었구만! 아따, 젊은 사람이 설명도 참 잘하네. 내같은 완전 초보도 다 할 수 있꾸로. 하이고마 좋다. 가만 있어보자. 보고만 있을 게 아이라 얼른 해보자. 블로근가 뭔가. 바로 해야지. 내일부터 울 도님 생일 축하 주간 시작인데, 오늘밤 0시에 글을 올리가 축하해야지. 히히히. 한달 전부터 준비해둔 거 할 수 있겄네. 별거 없지만서도 내한테는 큰일인기라. 큰일! 하하하하. 하이고마 좋다. 너도산님한테 고맙다케야 되겄네. 이런 것도 가르쳐주고. 고마븐 사람인기라. 세상에는 고마븐 사람도 있고 그란거지. 고맙다. 고마바.”


여전히 춘자는 혼잣말이다. 이번에는 기분 좋은 혼잣말이다. 잔뜩 들떠 기쁨의 목소리가 목을 뚫고 나온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함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자고 할 판이다. 너무 좋은 나머지 누구라도 붙들고 자랑하고 싶다.


처음으로 사진 편집해서 만든 축전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만든 스토리가 있는 영상이며, 자신이 직접 찍은 영상 편집해서 만든 영상이며, 역사 여행하며 본 생일 축하 삼행시며, 손편지까지! 다양하게 준비한 생일 축하 글을 하루하루 올릴 것이다.


팬 카페에 올려 도님이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춘자는 이것에 만족한다. 혼자만의 생일 축하지만 언젠가 도님이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춘자 지금 기분이 하늘을 날아올라 새들과 놀다 온다고 해도 믿지 않겠는가. 아니 구름 위에서 퐁퐁 뛰며 놀다 오는 춘자다.


춘자만의 도님 생일 축하가 시작된다. 춘자의 블로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블로그 세계에서 춘자가 어떤 존재가 될지 지금의 춘자는 알지 못한다. 도님 생일 축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춘자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