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안되는 게 어딨노.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춘자, 닐리리 춘이로 날개를 펴다

by 필이

[공지]

예정되어 있던 솔도밴드 단독콘서트가

사정에 의해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랜 시간 기대하며 기다려주신

닐리리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더 좋은 무대로 만나 뵙기를 약속합니다.


“옴마야, 단독콘서트가 연기돼뿠네? 가만 있어 보자. 이게 뭐꼬? 반응이 와 이 모양이고? 그렇지, 그래. 기다려왔는데 실망은 돼지. 얼마 안 된 내도 이렇는데 오래된 닐리리들은 어떻겠노. 그래도 실망했다는 말을 여다가 해놓노. 솔도밴드 분들이 다 본다카던데. 아이고마. 별사람들이 다 있는 기라. 하기야 그것도 그렇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 내맘 같겄나. 그나저나 솔도밴드 분들, 마음이 힘들겄네. 우리도 우리지만 당사자들이 더 기다렸을 긴데. 와 연기가 돼갖고……. 무신 사정인지 참…….”


여전히 혼잣말에 빠진 춘자다. 날마다 출근하는 팬 카페에 새로운 공지가 떴다. 춘자가 일이 바빠 잠깐 들어오지 못한 한나절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기다리던 단독콘서트가 연기된 소식보다 더 마음이 쓰이는 건 팬들의 반응이다. 실망이라고 댓글을 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물론 춘자처럼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곳곳에 있는 안 좋은 표현들이 신경쓰이는 춘자다.

“와 그랄꼬? 좋아하는데도 이라나? 하긴 맞다. 사람들이 다 내맘 같겄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글 보면 우리 솔도밴드 분들이 얼매나 맴이 더 안 좋을끼고. 참말로 사람들이 내맘 같지 않네. 내가 이상한 기가? 아일낀데? 사람이 많응께 다양하겄지. 그래도 울 솔도밴드 분들 마음이 더 안 좋을 긴데. 우야노. 뭐 할만한 게 없겄나.”


혼잣말에 혼자 고민에 빠진 춘자다. 오십 평생 팬클럽이라고는 처음 가입 해 본 춘자다. 오십다섯이 되도록 무언가에 빠져 이렇게나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건 처음이다. 아주 잠시지만 솔도밴드와 함께 한다는 그 마음, 그 열정으로 젊은 사람들 틈에서 스태프도 해보고 공연장마다 쫓아다니며 열정적인 응원도 한다.


첫 직관인 부산 공연 이후 그 감동의 여파로 태어나 처음으로 연예인 소속사로 선물을 보낸다. 첫 직관의 감동이 얼마나 컸던지 무엇이든 작은 보답을 하고 싶어진 것이다. 선물이라고 해야 젤리나 초콜릿 등으로 간식 주머니를 만들고, 건강을 위한 비타민 한 통, 춘이가 좋아하는 동백꽃차 한 통, 지친 피부를 위한 마스크 팩 2매를 멤버 수 대로 작게 포장하여 담은 것이다. 춘이 생애 최초로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다. 춘이에게는 엄청난 의미다. 그것도 소속사로 선물 보내기! 말로만 들어보던 것을 처음 해본 춘이다.

한번은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공연이 있다. 지난번 함께 한 전문 무용팀과 또다시 협연하게 된다. 이번에는 규모가 얼마나 큰지 함께 하는 팀들이 무척 많다. 춘자는 솔도밴드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지난번처럼 간식 주머니를 만들어 가기로 한다. 처음 소속사로 보낸 이후, 몇 번 간식 주머니 선물을 한 춘자다. 처음에는 솔도밴드 분들 것만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함께 하는 무용팀이 신경 쓰인다.


“우야꼬? 그래도 얼굴도 보고 인사도 했는데, 무용수 한 분하고는 사진도 찍고, 울 아들보고 시크한 게 멋있다고도 해주고, ㅎㅎㅎ. 안 되겄다. 이분들 것도 만들어야 되겄다.”


“가만 있어 보자. 어린이 무용단? 오메. 어린이도 함께 하네? 그라면 야들 꺼도 만들어야제. 아들을 놔두고 어른들만 우예 먹겄노. 가만 보자. 몇 명이고? 23명? 많긴 하네. 하하하. 그래도 여까지는 해보자.”


이렇게 시작한 간식 주머니가 무려 196개가 된다. 물론, 솔도밴드 분들 것이 가장 크고 다음은 무용팀과 어린이 무용팀이 조금 더 크다. 나머지는 작은 간식 주머니였지만 그 개수가 어마어마하다. 춘자조차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많아야 100개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한다. 공연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알게 된 최종 인원이 194명! 시작한 것이니 끝은 봐야지. 이렇게 하여 남은 간식으로 여유 2개를 더 만들어 196개가 된다.

간식은 계속 추가 주문하고 3일에 걸친 긴긴 노동 끝에 드디어 간식 주머니가 완성된 다. 춘자는 작은 거실 한쪽을 다 채운 간식 주머니를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원아, 이거 두 번은 못하겄다.”

“나는 한 번도 못하겠다. 엄마, 진짜 대단하다. 이걸 해내네?”


아들에게 칭찬까지 받고 더 신나는 춘자다.

“춘이님, 혼자서 그 많은 간식을!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걸! 다음에는 같이 하세요.”

부산 첫 직관 이후 가장 친해진 닐리리 올챙이님이다. 3일 간의 여정을 사진으로 담아 날마다 보고한 사이다. 언제 이렇게나 가까워진 건지, 솔도밴드를 생각하는 마음이 서로 통한다. 나 한 명 좋아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솔도밴드를 알리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영혼을 치유해주는 솔도밴드 음악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올챙이님도 아플 때 솔도밴드 음악을 만나 치유했다고 한다. 춘자처럼 몸을 여기저기 수술하고 삐걱대는 것은 아니지만 솔도밴드 음악으로 몸도 마음도 치료된 건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다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나 하나가 돋보이거나 솔도밴드 분들이 나만 알아봐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나를 알아봐주면 좋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응원을 보내고 싶은 것이 둘은 닮았다.


작은 간식이지만 정성에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춘자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이다. 행복은 잠시! 이것을 가지고 가는 게 또 문제다. 작은 것이라 해도 개수가 많으니 그 무게도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이것을 가지고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다리 수술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춘자라 걱정이 더 크다. 하지만 해낸다.


춘자는 할 수 있다 없다 재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한다. 그리고 해낸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하고 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으면 한다. 일단 한다. 그리고 해낸다. 해내고 났을 때의 기쁨은 살아온 삶에 축복을 받는 것처럼 환한 빛으로 내려온다.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날들이 다 보상받는 것만 같다. 기쁨 그 자체, 행복 그 자체다.


하다가 안 되면 또 어떤가. 해보지 않고 앉아서 걱정하고 생각만 하는 것보다 해보고 안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것이 춘자가 살아온 힘이다. 춘자의 이 힘은 솔도밴드를 만나고 더 크게 그 힘을 발휘한다.

팬 카페에 가입할 때만 해도 춘자 나름 정해놓은 것이 있다. 지방, 그것도 산골에 사는 춘자이기에 먼 곳까지는 갈 생각도 못한다. 직장까지 다니는 춘자라 먼 거리까지 공연을 가기엔 무리다. 당연히 춘자가 사는 지방 가까운 곳에 공연이 있을 때만 직관하러 간다는 것이 춘자가 단 하나 정해놓은 나름의 틀이다.


첫 직관인 부산 공연 이후 춘자의 틀은 다 깨졌다. 전국 어디든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 가게 된 춘자다. 이름하여 솔도밴드 따라 전국 닐리리 여행! 춘자는 생각한다. 이것은 솔도밴드의 마력에 빠진 것이라고. 누구라도 솔도밴드 공연을 직관하고 나면 이런 마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자신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고 싶으면 시작하고 보는 춘자의 힘이 솔도밴드 마력에 빠져 더 커져버린다.


“아유, 춘이님! 대단하시다. 어떻게 그 많은 간식을 혼자서 하셨어요? 다음에는 그런 거 있으면 같이 하세요. 저도 도움이 될련가 몰라도 함께 하면 좋겠어요.”

닐리리 홀가분님이다. 춘자가 블로그에 196개의 간식 주머니 이야기를 포스팅한 걸 본 것이다. 부산 첫 직관 때부터 춘자를 봤다고 한다. 조용히 공연만 보고 가는 닐리리다. 공연장에서 몇 번 마주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 사이다.

춘이님,

안녕하세요.

저는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닐리리인데요.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메신저로 연락이 온다.


네,

괜찮습니다.

저도 얼마 안 된 닐리리라

아는 게 많이는 없어요.

그래도

아는 선에서는 말씀드릴게요.


네, 고마워요.

저 우연히 솔도밴드 검색하다가

춘이님 블로그를 봤어요.

공연장에 가고는 싶은데

아는 사람도 없고

용기도 없고

공연은 가고 싶은데….

혹시 다음 공연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아, 네. 물론이지요.

저도 처음에 혼자 다녔어요.

혼자 가도

닐리리 분들 있으니깐 괜찮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이라 혼자 가기가 좀….


네, 그래요.

다음 공연에는 같이 만나서 가요.


춘이님, 고마워요.

제 개인 번호는 010-XXXX-XXXX예요.

혹시 춘이는 번호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네.

제 번호는 010-XXXX-XXXX예요.

다음 공연에서 뵐게요.



다음 공연에서 만나게 될 닐리리 거꾸로님이다.

닐리리 춘이,

닐리리 올챙이,

닐리리 홀가분,

닐리리 거꾸로.


닐리리 사총사가 된 이야기! 궁금한가? 다음 화를 기다려주시라.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