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인자 우리는 사총삽니꺼?

사총사, 만나다

by 필이

[자유]

기다립니다.

천 년이고 만 년이고 기다립니다.

그러니 힘내십시오!

솔도밴드 with 닐리리♡♥


솔도밴드 단독콘서트가 무기한 연기가 되고 닐리리 사이에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팀 해체설까지 돌면서 말이 많다. 당연한 거라고 한다. 사람 많은 곳에 말이 많고 말이 많은 곳에 탈이 많은 법! 좋을 때는 좋아라 하지만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세 등 돌리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겠는가. 오십다섯, 세월을 헛먹지는 않은 것인지 춘자는 이런 인생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럴 때 더 불타는 것이 또 춘자다.

“올챙이님, 지난번에 다음에 솔도밴드 분들 간식할 때는 같이 하자고 했지예. 그래서 혹시나 하고 말하는 건데예. 싫으면 싫다하면 됩니더.”


“아니예요. 춘이님. 말씀하세요.”

“아, 거 머시기고. 이번에 단콘이 취소가 돼갖고 우리도 그렇지만서도 솔도밴드 분들이 더 안 힘들겠습니꺼? 그래가 다음 주에 있는 오대산 공연에 갈까 하는데예. 거 갈 때 간식을 좀 해갈까 하거든예. 이번에는 젤리나 이런거 말고 좀 더 하면 좋겠다 싶어갖고예. 거 예전에 함께 공연한 이미은 가수도 온다고 하고, 거도 간식을 드리면 안좋겠나 싶고예. 우리 솔도밴드 분들 이름 붙여갖고 드리면 안 좋겠습니꺼. 이런 팬이 있다 자랑도 될끼고. ㅎㅎ. 부담은 갖지 마시고예. 올챙이님이 안 하셔도 지는 할라꼬예. 지난번에 같이 하자는 말이 생각이 나갖고…….”


“안 그래도 팬 카페에 글 쓰신 거 봤어요. 아침에 바빠서 댓글을 못 달았는데, 좋아요. 춘이님. 같이 해요. 뭐가 됐든 힘을 합쳐서 해봐요. 솔도밴드 분들 더 힘나게 할 수 있는 거라면 우리 같이 해요.”

“아, 역시 올챙이님입니더. 마음이 착착 맞아갖고 좋습니더. 잠깐만 있어보이소. 지난번에 또 이런거 같이 하자고 한 닐리리 한 분이 계시거든예. 아시지예? 홀가분님이라꼬예.”


“아, 알죠.”


“거도 연락을 해보께예. 그라고 다시 연락하께예. 진짜 좋습니더. 올챙이님이 같이 한다꼬 하니까는 내도 이래 힘이 나는데 울 솔도밴드 분들은 얼매나 힘이 나겄습니꺼.조금만 기다려주이소.”


신나는 춘자다. 매번 혼자서 준비하던 간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것도 처음 해보는 춘자다 보니 뭘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마음은 있는데 혼자서는 한계다. 누군가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배가 된다. 힘이 난다. 그것이 마음도 잘 맞는 이라면 말해무엇하겠는가. 이런 것이 ‘덕질’이라는 것도 처음 안 춘자다.


“홀가분님예. 잘 지내시지예? 지난번에 간식 말입니더. 같이 하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가지고예. 지금 올챙이님하고 같이 할라꼬 하는데예. 혹시 같이 하실랍니꺼?”


“어머, 춘이님. 연락주셔서 감사해요. 안그래도 팬카페도 블로그도 글 봤어요. 저도 함께 하고 싶어요.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이고마, 홀가분님예. 그래 말을 해주시면 지가 어찌……. 이거마 아침부터 눈물이 그렇게나 나더만도 이제 그쳤구만. 홀가분님 말에 또 눈물이 날라하네예. 고맙십니더. 우리 함께 해보입시더.”


이렇게 삼총사가 만들어진다. 세 명 모두 덕질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뭐 좋은 거 있을까예? 델리만쥬나 호두과자 같은 거 휴게소에서 따끈한 거 사가지고 갈까예? 개별로 박스 포장도 돼있고 솔도밴드 분들 꺼는 개별로 드리고 스탭 분들 꺼랑 이미은님 꺼는 따로 더 사고예. 그라면 어떻겠습니꺼?”


“춘이님. 휴게소 것은 좀 그렇긴 해요. 따듯하다고 해도 금방 식을 것 같고. 다른 걸 생각해보면 어떻까요?”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여는 특별한 것도 없고 뭐 좋은 게 있을까예? 제가 혼자 하면 휴게소에서 델리만쥬나 호두과자 사갈까 생각했거든예?”


“아유, 아깝다. 제가 일하는 곳 가까운 곳에 수제 쿠키 집이 있는데 줄 서서 먹는 곳이거든요. 주문하면 제작해주는데 미리 이야기해야 해요. 일주일도 안 남아서 그날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라이 말입니더. 이번 공연은 못간다고 생각한 공연이라 늦어버렸습니더. 평일인데다가 강원도까지 가기가……. 이번 일 아이면 못간다고 말았을 낀데 마음이 안 되겄더라고예. 마 여 가슴이 가라고 해싸갖고. 하하하하하. 다 그렇지예?”


“맞아요. 춘이님 글 읽고 더 그런 생각 들었어요. 함께 으쌰으쌰 해봐요.”

“아유, 춘이님.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에너지도 많고 열정은 더 많고. ㅎㅎㅎㅎㅎ. 아무래도 힘을 합치면 더 낫죠. 같이 해요. 춘이님. 우리 머리 맞대고 생각해봐요.”


“고맙십니더. 모두 고맙십니더.”


“뭐가 고마워요. 우리도 솔도밴드 팬이거든요?”


“맞아요. 올챙이님이 말씀 잘 하셨어요. 춘이님, 이제 고맙다는 말은 그만 하세요. 아셨죠?”


“알겠습니더. 고맙다꼬 안할게예. 고마운 마음 요 가슴에 잘 박아놓을게예.”


오랜 시간 이야기 끝에 드디어 결론이 난다.


“그라면 올챙이님이 거 유명한 빵집에서 빵을 사오고, 홀가분님이 솔도밴드 스티커 만들어 온다는 거지예? 그라면 지는 뭐합니꺼?”


“춘이님은 솔도밴드 분들에게 편지를 쓰셔야죠.”


“맞아요. 솔도밴드 분들 이름 적은 개별 스티커도 만들어 오시고요. 저는 빵에 붙일 단체 스티커 만들어 가니깐요. 지난번 간식 주머니에 붙인 것처럼 그런 스티커 있죠? 거기에 멤버분들 이름 적어서 챙겨오세요.”


“이건 뭐 지는 날로 먹는 거 같네예.”


춘자의 웃음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퍼진다. 소음으로 신고가 들어올 판이다. 어쩔 수 없다. 춘자의 기쁨이 그만큼 큰 것을 어찌 하겠는가. 기쁘다. 솔도밴드 응원을 함께 하니 더더욱 기쁘다.


죽이 착착 맞는 닐리리 삼총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오대산 주차장에서 당일 일찍 만나기로 한다.


“거꾸로님, 엽니더. 여! 이쪽으로 오이소. 우리 여 다 모여있습니더.”


약속대로 거꾸로님을 만난다. 주차장에 모인 삼총사에게 거꾸로님을 소개한다.


“안그래도 춘이님 블로그 보고 간식 챙기는 거 알았는데 이렇게 하는지는 몰랐네요. 다음에는 저도 하게 해주세요.”


“거꾸로님은 부끄럽고 용기 없다면서 전화번호도 먼저 물어보고예. 이런것도 같이 하자 그라고예. 용기 없는 거 맞습니꺼?”


“제가 원래는 부끄럼도 많고 용기도 없는데 그래도 이런거는 같이 하면 좋잖아요.”


“맞습니더. 한 명보다 두 명이 낫고 두 명보다 세 명이 낫고 또 세 명보다 네 명이 더 안 낫겠습니꺼? 그치예? 올챙이님, 홀가분님?”


“맞습니다. 백짓장도 맞대면 낫다고 함께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요.”


“어머머머머머, 올챙이님은 말도 멋있게 하신다. 맞아요. 춘이님, 많이 하면 더 좋지요. 환영합니다. 거꾸로님!”


“아, 고맙습니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그라면 우리 이제 사총삽니꺼? 인자 사총사가 돼갖고 으쌰으쌰 하는 겁니꺼?”


“사총사 좋네요. 닐리리 사총사!”


“어머, 우리가 사총사예요? 뭔가 멋있다. 어머머머머.”


“저도 사총사가 되는 건가요?”


“하모예. 거꾸로님까지 해가 사총사지예. 이제 우리는 사총삽니더. 닐리리 사총사!”


닐리리 사총사는 오대산 주차장에 모여 꽁닥꽁닥 뭔가 한다고 야단이다. 올챙이님이 사가지고 온 건 전국에서도 유명한 빵집에서 줄서서 사 온 선물용 튀김소보로세트와 마들린세트다. 솔도밴드 멤버분들 각자 하나씩 6개에 스태프분들과 이미은님 드릴 것까지 모두 하니 양이 엄청나다.


모두 올챙이님 차 뒤 트렁크에 붙어 간식 포장 작업에 야단이다. 솔도밴드 스티커를 박스에 붙이고 솔도밴드 분들 편지를 넣고 개별 스티커를 붙인다. 작업이 끝난 박스를 쇼핑백에 담는다. 이제 끝!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한 게 아니다. 생각해보라. 10월 너무도 예쁜 가을 오대산 하늘 아래 북적대는 주차장에서 차 트렁크에 매달린 다 큰 어른들을. 옹기종기 모여 노는 아이들처럼 땀을 흘리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다 큰 어른들의 모습을. 오대산을 가득 채우는 풍악 소리만큼이나 기쁨이 넘쳐난다.

“춘이님, 제가 좀 일찍 왔거든요. 무대 바로 앞에 자리 잡아놨어요. 무대 맨 앞줄에다가요. ㅎㅎㅎㅎㅎ. 잘했죠?”


“아이고 마, 큰일 하셨네예. 젤로다가 큰일이네예. 얼른 가입시더.”


모두 양손에 빵 가방을 들고 걷는다. 통행로가 좁은 탓에 한 줄로 나란히 나란히. 앞장서는 홀가분님을 따라 나란히 나란히. 가을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춤추며 낙화한다. 닐리리 사총사를 맞이하는 꽃가루가 뿌려지는 것만 같다. 닐리리 사총사 발걸음이 가볍다. 닐리리 사총사 발걸음이 신난다. 폴짝폴짝 뛰어노는 아이들처럼 그 발걸음이 기쁘다.


주차장에서 공연장까지 제법 먼 거리다. 양손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를 실천하며 도착한다. 홀가분님이 가방을 놔둔 의자에 앉아 잠시 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개막전 축하공연이 열리는 무대치고 너무 작다. 아무리 잘 모르는 춘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다.


“여가 개막전 열리는 데가 맞습니꺼?”


“제가 물어봤어요. 여기가 맞대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깐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요?”

“사람이 문제가 아이고 뭔가 무대가 너무 쪼맨해서. 이래 큰 절에서 요래 작은 무대서 개막전을 할까예? 지도 잘은 모르지만서도 여는 영 아인 거 같기도 하고.”


“그렇긴 하네요. 행사가 무척 큰데 개막전을 하기엔 많이 작네요.”


그렇다. 홀가분님이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놓은 곳은 공연1 무대. 개막전이 열리는 메인 무대가 아니다. 춘자는 공연 준비를 하는 스태프에게 개막전이 열리는 곳을 물었고 그곳은 다리를 건너 한참 위로 더 걸어가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위쪽에도 주차장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안다.


“제가 분명히 물어봤는데. 여기서 솔도밴드 공연한다고. 안그래도 이상하다 했어요. 우리 솔도밴드 공연하기에는 작아도 너무 작지요?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봤어야 하는데…….”


“괘안십니더. 어차피 우리는 주차장도 몰라가 걸어가야 될낀데 중간에서 잘 쉬었지예. 자, 다시 가보입시더.”


곱게 물든 은행잎이 나풀나풀 낙화한다. 닐리리 사총사 가는 길에 노란 카페트를 깔아준다. 다시 한번 힘내서 나란히 나란히. 이번에는 길이 조금 더 넓으니 다 같이 걸으며 나란히 나란히.

윽, 오랜만에 많이 걷는 춘자는 조금 더 젊은 닐리리들 걸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조금씩 처지며 꼴찌가 된다. 이왕 꼴찌가 된거 가을도 담아가며 천천히 오른다. 이렇게나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솟구치는 춘자다. 다시금 솔도밴드로 얻은 건강에 솔도밴드로 얻은 행복에 감사한 춘자다.


“여기예요. 춘이님. 다 왔어요.”


홀가분님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힘을 다한다.

옥신각신 우여곡절 끝에 닐리리 사총사가 준비한 간식을 전달한다. 닐리리 사총사 얼굴에는 가을 햇살이 가득 내려앉는다. 행복을 이렇게나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온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춘자는 가슴 가득 행복을 들이마신다. 오대산 맑은 정기가 춘자의 몸을 스캔한다. 춘자는 많이 걸었음에도 더 튼튼해진 다리를 느낀다. 기쁨이 약이 된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냐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총사의 활약은 이제부터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