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함 보자. 오늘은 무슨 글을 쓰꼬? 글쓰는 게 우째 이래 재밌노.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여가 천국이네. 천국. 어? 이게 뭐꼬? 우리 솔도밴드 아이가?”
춘자는 눈이 번쩍 뜨인다. 유튜브로만 솔도밴드를 검색해서 볼 줄 알았지 다른 채널을 검색해볼 생각을 못한 춘자다.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로그인을 하는 춘자에게 다른 사람의 블로그 글이 보인다. 거기에 솔도밴드가 있다. 얼마나 놀랐겠는가.
“옴마야, 이게 뭐꼬?”
춘자는 얼른 글을 열어본다.
“대학교 동문 축제? 여, 우리 솔도밴드가 출연을 한다꼬? 옴마야, 이게 무신 일이고? 이거는 솔도박물관에서도 못봤는데? 아, 공연 날짜가 안주 마이 남았네? 어? 이게 뭐꼬? 대학 동문만 입장이 가능하다꼬? 그라면 우리는 못보는 기가?”
공연 소식에 신나 했다가 대학 동문만 입장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고는 실망한 춘자다.
“가만 있어 보자. 일단은 솔도박물관에다가 알리고.”
[정보공유]
다음 달에 솔도밴드 분들 공연 소식이 있어서 정보 공유합니다.
소문대학교 동문 축제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늦은 5시!
장소: 소문대학교 왕자관
그런데 일반인은 입장이 안된다고 합니다.
혹시 소문대학 동문과 사돈에 팔촌까지 아시는 분은 연락을 좀^^;;
“블로그 이웃 신청을 해가 비댓으로 함 물어봐야겄다. 블로근가 뭔가 이거 하길 잘했네. 이런 정보도 알게 되고.”
신기한 춘자다. 유튜브로만 만나던 솔도밴드를 다른 채널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춘자는 ‘조금만 생각’을 못한다. 유튜브로 처음 알게 된 솔도밴드라 유튜브로만 주야장천 만난다. 정보를 찾을 생각도 못하고 새로운 영상만 찾아댄다. 솔도박물관 역사 여행을 하며 누군가 올려놓은 기사를 보고 놀라워했던 것처럼 놀라는 춘자다. 자신도 이렇게 새로운 소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 이제 ‘조금만 생각’을 하게 되는 춘자다.
안녕하세요.
저는 솔도밴드 팬 닐리리 춘이라고 합니다.
공연 소식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어요.
그런데 일반인은 참석을 전혀 못하는가요?
소문대학교에 아는 분이 아무도 없어여ㅠㅠ
혹시 공연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가운 마음에 달려와 부탁드려 봅니다.^^;;;
울 솔도밴드 분들 만날 수 있기를~~♡
“이란다고 될랑가 몰라도 안하는 것보다 안 낫겄나? 보러 갈 수 있으면 좋을 긴데…….”
띠링
“옴마야, 답글이네? 답글을 벌써 달아주네? 좋은 사람인 기라. 아, 좋은 소식이면 좋을 긴데…….”
춘자는 설레며 비밀 댓글에 달린 답글을 열어본다.
안녕하세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동문이 우선 입장이고 남는 표가 있으면
회의를 거쳐 일반인에게 제공됩니다.
“남는 표? 그라먼 희망은 있네? 옴마야.”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꼭!
울 솔도밴드 공연 함께 하고 싶습니다.
꼭~~~^^*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춘자는 이날부터 수시로 해누리님 블로그에 드나든다. 춘자가 잘하는 댓글 달기로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해누리님에게 인사를 한다. 새로운 글이 없을 때는 지난번 비밀 댓글로 나누었던 곳으로 간다. 새로운 답이 있을까 날마다 희망을 가지고.
띠링!
“어? 해누리님이다.”
춘자에게 비밀 댓글 알림이 뜬다. 얼른 열어보는 춘자다. 설렘과 기대와 두려움이 범벅된 마음으로 손끝이 살짝 떨린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지요?
남은 표가 있어 일반인에게 곧 열릴 것입니다.
회의 결과,
솔도밴드 팬들에게 우선권을 주고자 합니다.
소식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민우 가수도 출연합니다.
이민우 가수 팬이 우리 동문이더라구요.
이분을 통해 이민우 가수 팬들이 많이 예약을 해주셨습니다.
출연자분들의 균형을 위해서도 이왕이면 솔도밴드 팬들이
어느 정도 와주면 좋겠다는 것이 운영진 회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먼저 춘이님께 알려드립니다.
계속 기다리고 계셔주시니.
제 전화번호는 010-1234-1234입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최대한 빨리 연락주십시오.
비밀 댓글을 보자마자 심장이 열 개 아니 백 개가 되어 방망이질을 해대는 춘자다.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없는 길이 열리는 순간이다. 춘자는 떨리는 마음 감추지도 못하고 전화부터 한다.
“해누리님! 지가 춘이입니더. 연락주셔서 진짜진짜 고맙십니더.”
“아, 춘이님? 춘이님 같은 분 처음 봤습니다. 몇 년째 동문 축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지만 춘이님 같은 팬은 처음입니다. 운영진에서 좋게 보고 결정을 내려줬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내용 전달할게요.”
내용은 이러하다. 일반인에게 티켓팅이 열리기 하루 전까지 춘이를 통해 솔도밴드 팬이 예약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몇 명인지 정확한 명수와 예약자 이름까지 파악하고 당연히 티켓값까지 입금 완료되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춘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일반인에게조차 개방을 할지 말지 결정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 다음 날 오전까지는 입금까지 모두 마쳐야 하는 상태. 춘자는 솔도박물관에 글부터 올린다.
[중요정보]
지난번 소문대학교 동문 축제 공연 소식 올려드렸던 것 기억하시지요?
이 공연에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잔여 50좌석 정도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제가 블로그 이웃분께 지속적으로 연락을 드렸는데요.
지난 주말 회의 결과,
일반인에게도 공연 관람을 개방하기로 결정이 났다는 것입니다.
참여 링크가 포함된 전체 공지글은 이삼일 후에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연락온 블로그 이웃분 말씀이,
전문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곳도 아니고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것이고 하니
진짜 일반인들보다는 저처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팬분들이 오면 더 좋겠다고 하여
제게 먼저 연락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너무 기니 그것은 생략!^^;;
전체 공지도 나가야 하고
좌석 배정도 다른 분이 담당이라 빠르게 연락을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오늘 오후 7시까지만 신청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을 보시고 함께 하실 분들은
제 개인 메신저로 연락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권을 저에게 주어서
최대한 많은 팬분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솔도밴드~!!
울 솔도밴드 분들
응원하러 가입시더~!!
해당 글이 있는 블로그입니다.
참고하시고 연락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심장이 몇 개가 되어 방망이질을 해대는지도 모른다. 심장이 분할하여 수천 개가 되기라도 한 것일까? 얼마나 심장이 쿵쾅거리는지 춘자는 지금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볼 지경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간절히 원하면 길이 열린다’. 평소 하던 생각이 이루어진 것만 같아 기쁘다.
춘자가 올린 글에 댓글 반응도 뜨겁다. 기적을 만들어냈다, 능력이 짱짱이다,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댓글마저 춘자에게 힘을 준다.
춘자는 바쁘게 움직인다. 개인메신저 확인하고 전화번호 전달하고 통화하고 정확한 의사 확인한 후 명단에 올리고 티켓값을 입금받는 등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에 정신이 없다. 흔히 하는 말로 누가 돈 주고 시켜서 하라고 하면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공연 관람조차 하지 못할 줄 알았던 공연에 좌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니. 그것도 앞좌석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앞좌석은 후원 좌석이라 티켓값이 일반 좌석보다 많이 비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대 바로 앞에서 솔도밴드를 볼 수 있다는 것! 아무래도 대학 동문 축제라 티켓값의 부담이 있었던지 앞좌석이 남아 있었고 그 좌석을 포함하여 우선권을 받은 춘자다. 그러니 얼마나 설레겠는가. 그러니 얼마나 떨리겠는가. 그러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솔도밴드 팬 닐리리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소 솔도박물관에서 활동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연락이 온다.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바쁘고 정신없지만 그것보다 더 큰 기쁨으로 연락을 받고 챙기는 춘자다. 하지만 기쁨이, 행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띠링!
개인메신저 알림이다. 이번에는 솔도박물관 운영진이다. 한때 함께 한 운영진이었으나 지금은 춘자가 사퇴한 상태가 아닌가. 그것도 명예롭지 못한 사퇴. 자발적인 사퇴이긴 하나 춘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심장에 못이 박히는 커다란 사건. 개인 메신저를 여는 춘자의 손끝이 떨린다.
해누리님의 댓글을 여는 손끝의 떨림과는 차원이 다른 떨림이다. 손끝이 갑자기 얼기라도 한 듯 차갑다. 냉동인간이라도 된 듯 빳빳하게 굳는다. 온몸의 굳음이 손끝까지 굳게 만든다. 마음마저 꽁꽁 얼어버리는 차가운 바람이 손끝까지 전해진다.
솔도박물관 운영진, 스태프를 사퇴하고 솔도박물관에 글을 올리는 것마저 조심스러운 춘자다. 아무리 해도 처음 솔도박물관에 글을 올릴 때처럼 활기차고 신나게 올릴 수가 없다. 말도 행동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찾아 기뻐한 춘자다.
기쁨이 우물 속 깊이 빠져버리는 끈 떨어진 두레박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안 것일까. 춘자의 손끝이 파르르르 잔물결을 만들어 내며 알림창을 연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