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된 핍박, 헤쳐나가자. 사총사와 함께
춘이님!
이번 소문대학교 동문 축제 말씀인데요.
그걸 왜 춘이님이 그렇게 하고 있는 거죠?
운영진을 두고 춘이님이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건 어디까지 솔도밴드 팬 이름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걸 왜 춘이님 개인이 하고 있는 거죠?
아, 오해가 있는가 봅니다.
이건 솔도밴드 팬 이름으로 좌석을 준 것이라기보다
저를 통해서 자리 우선권을 준 것이라서요.
내용에도 적긴 했는데 오해가 있나 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시간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운영진에게 넘기시죠.
아무리 그래도 솔도밴드 팬 이름으로 가는 건데
어떤 불상사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안전에 대한 책임도 필요하고 개인정보 관리도 그렇고요.
네?
개인정보라고 하면 뭘 말씀하시는지요?
실명으로 예약해야 한다면서요?
실명이랑 연락처가 있어야 된다고 하면
그건 개인정보에 해당하죠.
그걸 왜 개인인 춘이님이 관리하시냐는 거죠?
아,
그게 관리가 아니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지금은 예약자 이름이랑 연락처까지 받은 상태인데요.
입금까지 확인하고 있고요.
그러면 지금 한 사람씩 다 연락해서
이 정보를 운영진에게 전달해도 되는지를 물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공은 춘이님이 가져가시고
일은 우리 운영진이 한다는 말이었는데
그걸 안 받아들이신다는 것으로 알면 되는 거죠?
네?
공이요?
무슨 공?
공 그딴 거 없습니다.
우리 솔도밴드 분들 공연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보면 좋고,
응원도 같이 하면 더 힘이 나고 그런 거지.
공, 그딴 거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오해를 단단히 하신 모양입니다.
알았습니다.
춘이님 뜻이 그렇다면 잘 알겠습니다.
춘자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다. 솔도밴드 공연을 본다고 벌렁거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심장의 벌렁거림. 검은 피가 마구 솟구치는 것만 같다. 시커먼 피가 솟구쳐 온몸을 뒤덮은 것만 같은 어두운 떨림이 춘자를 얼게 한다. 춥지도 않은데 춘자는 춥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전화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춘자다.
“춘이님, 솔도박물관 글 올라온 거 보셨어요?”
“네? 아, 올챙이님. 솔도박물관예? 아니예. 안 들어가봤십니더. 지금 이거 소문대학교 이거 한다꼬 쪼매 바빠갖고예. 와예? 무신일 있습니꺼?”
“안그래도 소문대학교 공연 관련해서 운영진이 글 올렸어요. 놀라지는 마시고 그것부터 보고 오세요.”
“소문대학교 공연예? 알았십니더. 쪼매만 기다리주이소. 빨리 보고 전화하께예.”
또다시 심장이 방망이질이다. 검은 피가 온몸을 덮으며 춘자를 떨게 한다. 솔도박물관에 운영진 이름으로 공지가 게시되었다.
소문대학교 공연과 관련
하여, 솔도밴드 팬 이름으로 가는 공연에 개인이 나서서 하는 것에 대한 잘못을 나열해놓고 있다. 공은 가지고 가고 일은 운영진이 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뜻을 따르지 않았다는 말까지 적혀있다. 이것에 대한 잘못과 유감이라는 글이 뛰어난 언변가를 자랑하듯 박혀있다.
글을 읽는 춘자의 눈이 아파온다. 송곳으로 눈알을 찌르는 것만 같은 고통이다. 눈알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게시글만 보면 춘자는 공을 위해 운영진이 하는 일을 가로챈 아주 나쁜 사람이다. 춘자는 생각해본다. 이것이 운영진 일인 건가? 춘자 개인에게 온 연락이다. 춘자 개인에게 주어진 좌석이다. 춘자가 솔도밴드 팬으로 함께 하고자 한 것이다. 공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한 명이라도 더! 함께 하고 함께 응원하고 싶은 것이 춘자다. 그것이 공을 가로채는 행동이었나 춘자는 혼란스럽다.
“춘이님, 괜찮으세요?”
“아, 괘안치는 않네예. 지는 잘 모르겠십니더. 이게 어째 이래 되는 긴가. 아무도 못 보게 될 거를 볼 수 있게 돼갖고 기뻐갖고 한 건데예. 한 명이라도 더 같이 하고 싶어갖고예. 이게 잘못된 겁니꺼? 다른 사람들은 고맙다고 카는데 이게 공을 가로채는 겁니꺼? 공 그딴 거 생각도 안했는데예. 이게 뭡니꺼?”
“춘이님, 잘못한 거 없으니깐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지금 시간도 없잖아요. 일단 티켓부터 마무리하시고 뒷일 같이 의논해봐요.”
“알겠십니더. 고맙십니더. 올챙이님.”
“춘이님, 놀라셨지요? 마음도 약한 분이 글 읽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제가 읽어도 놀랐는데. 춘이님이 완전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춘이님, 일단 내일까지 마무리하시고 우리 사총사 함께 의논해요. 우리가 있잖아요. 사총사! 아셨죠? 춘이님?”
“야, 고맙십니더. 홀가분님예. 맞십니더. 사총사가 있지예. 고맙십니더.”
“춘이님, 괜찮으세요? 어쩜 말을 그렇게 하는지. 놀라셨지요? 춘이님 진심 다 아니깐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그리고 게시글에 댓글은 다는 게 어떨까요? 우리가 막 달까요?”
“아입니더. 거꾸로님. 지가 달께예. 오해가 있는 부분이랑 사실이 다른 부분이랑 지가 달고 티켓 마무리 하께예. 고맙십니더. 거꾸로님.”
“아유, 고맙기는요. 사총사라면서요. 저도 끼워주신다고 하셨잖아요. 함께 헤쳐나가요. 춘이님 마음, 운영진 빼고는 다 아니깐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요.”
“야, 고맙십니더. 참말로 고맙십니더.”
춘자는 든든한 사총사의 위로와 응원에 정신을 차린다. 게시물에 댓글을 단다. 일일이 해명을 하지 않는다. 이 일이 전개된 이야기와 자신이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담백하게 마무리한다.
게시물에는 춘자의 댓글만이 유일하다. 그 누구도 단 한 사람도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것일까. 춘자 개인 메신저로 연락이 온다. 응원의 글에 힘이 나는 춘자다.
“그래, 진심은 통하게 돼 있는 기라. 개똥 같은 소리 해싸도 내 진심은 다 아는 기라.”
평소 잘 모르던 닐리리까지 개인 메신저로 연락이 온다. 힘내라며 응원을 해준다. 초창기부터 닐리리였다는 모나리자님의 연락을 받는다.
“지는 잘 모르겠십니더. 어떻게 해야 됐겠십니꺼? 시간도 없고 지한테 연락이 온 거고, 지 때문에 생긴 좌석인데예. 그걸 언제 운영진한테 전달을 해갖고 그래합니꺼? 공 그딴 거는 생각할 시간도 없었는데예. 운영진이 말해갖고 그제야 알았십니더. 이게 어째서 공치사하는 게 됩니꺼? 지는 모르겠십니더. 모나리자님이라면 어떻게 했겠십니꺼? 좀 가르쳐 주이소.”
“나라면, 아무도 모르게 저만 가죠. 저랑 가까운 사람만 살짝 연락해서 몇 명만 그렇게 갔겠죠. 춘이님처럼 사람을 모아서 갈 생각도 안 했을 거예요. 춘이님이 대단한 거예요. 아무도 춘이님처럼 안 해요. 자기들만 가지. 누가 번거롭고 힘들게 춘이님처럼 다 같이 가자고 해요. 자기만 좋으면 그만인데.”
“야? 그래야 되는 겁니꺼? 그라면 몇 명 못간다 아입니꺼? 한 사람이라도 더 보면 좋다 아입니꺼. 거 같이 공연하는 이민우 가수는 팬이 거 동문이라가지고예. 팬들이 많이 간다 안합니꺼. 그래가 내한테 연락한 것도 있는데예. 너무 한쪽만 팬이 몰리니깐예. 어렵게 회의해갖고 내한테 기회를 준 건데예. 그게 와 일이 이렇게 됩니꺼? 지난번 일도 그렇고. 솔도박물관에 우리 솔도밴드 분들도 다 본다카는데 거다가 그래 적어놔삐면 지는 뭐가 됩니꺼? 운영진은 와그리 지를 미워하까예?”
“그거야, 춘이님이 너무 잘하니깐 그렇죠. 춘이님 솔도밴드 사랑하는 마음 상상도 못할 정도라는 거, 그걸 표현하니깐 그런 거죠. 너무 잘하니깐요. 질투죠. 시샘이고요. 자신들은 못하니깐? 아무도 못해요. 춘이님이니깐 하는 거지. 다 조용히 쉬쉬하면서 자기들만 좋으면 그만이잖아요. 누가 춘이님처럼 다 같이 하려고 번거롭게 그렇게 해요? 힘들게.”
“그라먼 지가 잘못된 깁니꺼? 이래 다 같이 좋아하고 다 같이 응원하면 안됩니꺼? 다 같이 응원하면 우리 솔도밴드 분들도 더 힘이 안 나까예?”
“거야, 당연히 힘도 나고 좋지요. 그게 번거롭기도 하고. 아무튼 춘이님이 잘못한 건 없어요. 너무 잘해서 탈인 거죠. 힘내세요. 응원하는 사람들 많으니깐요.”
“야, 고맙십니더. 일부러 전화까지 주고, 이래 말씀해줘가 고맙십니더. 힘내겠십니더.”
울고 싶은 춘자다. 불법촬영을 했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사죄글을 쓰고 스스로 스태프직을 사퇴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지 않은가. 몸을 사리며 주춤한 춘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아니 있었다. 그것에 찬물을 끼얹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한 춘자다.
모나리자님 말처럼 혼자만 갔어야 했을까. 사총사한테만 살짝 말해서 우리끼리만 가야 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하지만 금방 결론을 내린다. 그건 아니다. 춘자는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솔도밴드 공연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보면 좋은 것이다. 더 많이 가서 함께 응원하고 싶은 춘자다. 그러니 나만 아는 정보로 나만 아는 혜택을 누리며 나만이 즐기는 덕질을 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춘자는 이를 깨문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다.
다음 날 오전, 표를 마무리하고 티켓비까지 모두 입금한다. 사총사 회의가 시작된다. 솔도밴드 멤버들에게 힘을 실어줄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이번에는 출연자가 많아요. 대학 동문 축제니깐 다양한 출연자가 있네요? 대표적인 가수는 우리 솔도밴드랑 이민우지만 그 외에도 출연자는 많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뭡니꺼? 솔도밴드 알리는 거지예? 그래가 울 솔도밴드 분들 어깨 빵 하게 해주고 싶은 거지예? 그라이 다 하입시더. 다른 출연자들은 팀별로 상자로 넣어주고 사회자 하고 여 포스터에 나와 있는 팀들 다 하입시더. 우리 솔도밴드 분들은 한 명씩 다 따로 하고예. 어떻십니꺼? 관객들도 쪼매난 거라도 하면 어떻겠십니꺼? 이민우 가수 그짜 팬들도 간식을 제공한다고 카네예. 우리도 하입시더. 솔도밴드 스티커 붙여갖고예. 관객들도 다 우리 솔도밴드 분들 알구로 그래 하입시더. 어떻십니꺼?”
“어머머머머머머. 역시 춘이님은 통이 크시다. 그렇게 해요. 이왕 하는 거 전부 다 해요. 춘이님, 역시 멋있다. 내가 춘이님 이 모습에 반했잖아요.”
“하이고마 와이라십니꺼. 홀가분님 때문에 얼굴이 마 부끄러버갖고 마. 아하하하하.”
“맞아요. 저도 춘이님 평소 글 올리시는 거랑 솔도밴드 분들 대하는 마음이랑 진심이 느껴지더라구요. 사총사 끼워줘서 고마워요. 춘이님.”
“하이고, 거꾸로님까지 와이라십니꺼. 지가 무신. 그라고 사총사 끼워주는 게 아이고예. 그냥 사총삽니더. 사총사! 우리는 사총사라예. 지가 얼매나 든든한지 모릅니더. 지 혼자 백날 해도 이래 몬합니더. 사총사가 함께 하니까는 이래 하는 거지예. 고맙십니더. 올챙이님도 홀가분님도 거꾸로님도 이래 다 같이 하니까는예. 얼매나 좋은지 모릅니더.”
“어머머머. 춘이님은. 우리도 솔도밴드 팬이라는 거 잊으셨어요? 우리도 이렇게 같이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요. 사총사 너무 좋아요. 사총사. 최고!”
“맞아요. 사총사 최고예요.”
“자, 이제 사총사 자랑 그만 하고 시작해볼가요? 언니들!”
“오호호호호. 올챙이님은 우리 중에 제일로 어려가지고 언니들 수다 다 받아주고. 삼천포로 빠지는 우리를 잘 챙긴다니깐요. 올챙이님도 최고!”
“아하하하하. 다 최곱니더 최고라예. 우리 사총사, 최곱니더. 자 일해보입시더.”
이리하여 소문대학교 솔도밴드 공연에 간식 공수 작전이 시작된다. 사회자부터 전 출연자들의 스티커를 제작한다. 팀별로 수제쿠키 종류별로 두 상자를 준비하고 솔도밴드에게는 스태프들 큰 상자와 개인 멤버별로 작은 상자를 준비한다. 전 관객에게 전해줄 작은 쿠키도 준비한다. 당연히 솔도밴드 스티커가 붙는다. 소문대학교 학생회에도 큰 두 상자를 준비한다.
뿌듯함이 춘자의 가슴을 채운다. 사총사와 함께 하니 모든 게 척척이다.
공연 당일, 춘자를 통해 함께 온 닐리리들이 한 데 모였다. 모이니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 솔도밴드 응원에 솔도밴드 멤버들도 신난다. 이것이다. 춘자가 원한 것은. 다 함께 응원하고 함께 행복하자는 바로 이것!
사총사와 함께 이번 간식 공수 작전도 대성공이다. 기쁨이 춘자의 머리카락에 붙어 춤춘다. 한 가닥 한 가닥 기쁨에 춤을 춘다. 아시겠는가? 머리카락 수가 얼마나 많은지? 그 한 가닥마다 기쁨이 붙어 춤을 추는 광경이 얼마나 행복한 모습일지 상상에 맡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