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세계에서 유명해지는 춘자
팬 카페에 사죄글을 쓰고 스스로 징계를 주어 스태프까지 내려놓은 춘자다. 가슴에 커다란 대못이 박힌 것처럼 피를 흘린다. 하지만 솔도밴드를 향한 사랑은 멈출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생명수 같은 솔도밴드를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춘자는 오십 평생 살아온 에너지보다 지금 단 몇 달 솔도밴드를 만나고 난 이후의 에너지가 더 강함을 느낀다. 그동안 왜 그리도 힘들게 살아왔던가 후회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우주에 떠돌던 춘자의 에너지가 이제야 제대로 된 파장을 만나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솔도밴드라는 파장이 춘자의 떠돌던 영혼을 모은다. 곳곳에 흩어져 흔적조차 없던 영혼을 부른다.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한 탓에 자신이 춘자 영혼의 파편인지도 모르고 곳곳으로 흩어진 모든 영혼을 모은다. 어둠에 울고 있던 파편도 영원한 잠을 향해 숨어있던 영혼도 모두 모두 끌어당긴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온 우주가 소용돌이친다. 솔도밴드 파장이 일으킨 소용돌이에 우주에 떠돌던, 숨어 울던 모든 춘자의 영혼이 모인다.
소용돌이 끝에는 춘자가 있다. 솔도밴드 파장이 모아준 춘자 영혼의 파편들이 하나로 합체가 되는 순간이다. 완성체가 된 영혼이 춘자의 심장에 박힌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영혼이 춘자의 심장을 뛰게 한다. 쿠웅 쿠웅. 심장의 울림이 너무나 크다. 기뻐 뛰는 심장이 파동을 만든다. 춘자는 심장의 울림 대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춘자의 글은 어둠을 밝히는 달빛이 된다. 제 이름으로 빛나는 별이 되어 밤하늘을 빛낸다. 흐트러진 별까지 품는 온전한 밤하늘이 된다. 오십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희열이 춘자를 노트북 앞에 앉게 한다. 새벽을 깨우게 한다.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시작한 춘자다. 솔도밴드 도님 생일 축하 글을 쓰고 싶어 무작정 시작한 블로그다. 솔도밴드를 향한 글을 쓰고 싶어 무턱대고 시작한 블로그다. 춘자는 솔도밴드 팬 카페인 솔도박물관에 글을 쓰며 글쓰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이제 막 그 재미에 빠져 한참 신이 난다. 그런데 그것이 좌절되었으니 병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어 마음의 병이 난 춘자에게 블로그는 구원의 열쇠이다. 춘자는 날마다 글을 쓰며 다시 찾은 기쁨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아, 이 감동을 글로 써야제. 우리 솔도밴드 분들이 내가 존경하던 분의 고향에서 열리는 그 음악회에 함께 하다니. 이 감동이 몇 배고? 그것도 마지막 무대라갖고 더 감동이었제? 대통령님이 밤하늘에 별이 돼갖고 우리 솔도밴드 분들을 더 축복해주는 것 같고마. 이 감동을 얼른 써야 된다. 아, 맞다. 우리 솔님이 책 이야기 해줬제? 데미안? 이 책을 내가 몇 번을 읽었노. 젤로 처음에 읽은 게 중학교 때가? 고등학교 때가? 기억도 안나네. 뭔 말인지도 모르면서 헤르만 헤세에 빠져가지고마. 헤르만 헤세 책이라는 책은 다 읽고 그랬는데……. 아고 마 우리 솔님이 ‘데미안’ 이야기를 해줘갖고 추억도 몽골몽골 떠오르고……. 이라고 있을 때가 아이다. 얼른 이 감동을 글로 써야제. 감동이 가시기 전에 얼른.”
춘자는 음악회에 함께 한 솔도밴드 공연 후기를 쓴다. 솔님이 인스타에도 올려준 ‘데미안’ 이야기도 쓴다. 100장이 넘는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글로 사랑 가득한 글이 된다. 공연을 다녀온 주말과 휴일, 이틀을 온 정성을 들여 후기를 작성한다. 신나는 마음, 마음에 담아온 감동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그저 행복하다. 그렇게 작성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아이고마, 이번 글은 진짜로 기네. 이 긴 글을 누가 보겄노. 그래도 내는 좋다. 이래 말하고 싶은 걸 우야노. 다 기록해놓고 싶은 거를 우야노.”
춘자는 완성된 글을 보고 흐믓한 표정에 빠진다. 아이가 한 가지를 배우고 그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짓는 엄마의 미소와도 같다. 춘자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다음 날 아침, 춘자는 날마다 하던 것처럼 블로그를 열었다가 놀란다.
“옴마야, 이 긴 글을 누가 읽노 그랬더만 밤사이 사람들이 마이 봤네? 누가 이래 봤노. 신기하네. 내는 뭐 이웃인가 뭔가 몇 명 있지도 않은데? 함 보자. 누가 이 글에 좋아요 눌맀는가.”
공감 표시 좋아요 표시인 하트(♥)를 클릭한다. 사실 춘자는 많은 사람이 하트를 눌렀다고 했지만 정작 공감한 사람은 7명이다. 블로그를 처음 소개해준 닐리리도 닉네임을 다르게 해서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그 사람을 포함해서 총 7명. 어린애 장난 같은 수치지만 춘자는 마냥 기쁘다. 자신이 아는 솔도밴드. 자신을 살린 솔도밴드를 마음껏 자랑하고 싶다. 솔도밴드를 향한 춘자 마음을 자유롭게 실컷 표현하고 싶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기쁨이다. 이젠 이 기쁨을 세상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 아직 솔도밴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솔도밴드의 마력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니 자신의 글을, 솔도밴드 글을 7명이나 공감해준 것에 기쁘다.
“어? 데미안? 이게 뭐꼬? 데미안 글 썼다꼬 데미안이라는 사람이 좋아요를 눌맀는기가? 데미안? 누꼬? 함 가보까?”
‘데미안’이라는 닉네임을 클릭한다. 데미안님 블로그로 이동한다. 아직 블로그 세계를 전혀 모르는 춘자다. 블로그 메인 화면에 기록되어 있는 이웃 숫자나 방문 횟수 숫자를 봤다면 놀랐을 텐데. 아니, 엄청난 숫자를 봐도 그게 뭘 뜻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 춘자다. 춘자는 데미안님이 블로그에서는 연예인으로 통하는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인플루언서로 대단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 블로그를 전혀 모르는 춘자니 당연하다. 그것도 시작한지 며칠이 되지 않았으니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춘자는 데미안님이 그날 올린 글을 읽는다. ‘Joy1004’라는 작가 책을 사전 예약 판매한다는 소개글이다.
“‘Joy1004’라는 사람이 책을 냈는갑네? 우와 신기하다. 그라먼 작가 아이가? 우짜면 작가가 다 되노. 내도 죽기 전에 책 한 권 쓰는 게 소원인데 이분은 그걸 이룬 거네? 좋겠다. 어? 사전 예약? 이런 것도 있나? 아이고마, 내가 그동안 책을 너무 안 읽고 살았는갑다. 사전 예약으로 책을 다 사는 갑네. 신기하다. 어데 함 사보까? 어떤 책이고?”
춘자는 데미안님이 링크를 걸어 연결해준 Joy1004님 글로 이동한다. 자신의 책 소개와 사전 예약 소식이 있다. 춘자는 신기한 마음에 사전 예약으로 처음으로 책을 산다. 인사의 댓글을 남긴다.
춘이님,
반가워요.
제 책 사줘서 고마워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요.
전 전화로 통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괜찮으면 전화해줄래요?
010-1234-1234
“어? 이긴 또 뭐꼬? 비밀댓글? 어? Joy1004님이네? 전화? 내가 작가님이랑 통화를 한다꼬? 오메~ 블로그라는 데가 참말로 신기하네. 우째 작가님이랑 이래 가까바지노. 가만 있어보자. 심호흡을 쫌 하고. 후우 후우.”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꺼. 지 춘입니더.”
춘자는 최대한 사투리를 안 쓰려고 애쓰며 통화한다.
“오호호호호. 춘이님, 사투리 넘 재밌다. 이래서 내가 전화 통화하는 걸 좋아한다니깐. 오호호호호.”
“아, 네. 사투리 안 쓴다고 하는 데도 그기 잘 안되네예.”
“왜? 사투리가 정감가고 좋은데.”
“아, 그렇십니꺼? 사투리 괘안십니꺼? 마, 그래 말해주시니 인자 마음이 마 편해지네예. 하하하. 지가 작가님하고 이래 통화를 다 하고 영광입니더. 영광.”
“춘이님도 글 열심히 쓰고 작가되면 돼죠.”
“야? 작가라고예? 지가 작가가 된다고예? 지 좋아하는 글 쓰면 작가 될 수 있으예?”
“그럼요. 얼마든지요. 나도 이렇게 작가가 됐잖아요. 내가 북콘서트를 할 건데 초대할게요. 춘이님 한 번 와보면 좋을 거예요.”
“북콘서트예? 그런 것도 있십니꺼? 지가 마 시골서 살아갖고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네예. 감사합니더. 초대해준다카면 내 달려갈게예.”
“오호호호호. 춘이님. 나 닮았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이럴 것 같았다니깐. 오호호호호. 그래요. 초대할테니 꼭 와요. 북콘서트에서 만나요. 춘이님, 넘 보고 싶다. 오호호호호.”
“야, 지도 보고 싶습니더. 내 살아생전에 작가님이랑 이렇게 통화도 다 하고 작가님이 직접 북콘서튼간 뭔가 초대도 다 해주시고 참말로 좋습니더. 고맙십니더. 꼭 가께예. 꼭이예.”
통화를 종료한다는 빨간색 버튼이 꺼지고 다시 초록색 동그라미 버튼으로 돌아온다. 초록 동그라미는 마음 놓고 상상할 여유를 준다. 춘이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멍한 상태다. 자신이 방금 작가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춘이의 블로그 세계가 넓어지는 시작이 된다.
춘이는 꿈을 꾼다. 죽기 전에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좀 더 일찍 책을 낼 수 있기를 소망하는 꿈이다. 이제 판이 깔렸으니 그 판 위에서 마음껏 재능을 펼치면 된다. 춘이는 아직도 자신의 재능을 알지는 못한다. 그저 좋아서 글을 쓸 뿐이다. 잠재된 춘이의 능력이 조금씩 빛이 난다.
솔도밴드로 시작한 글이 춘이 내면을 채우는 글과 함께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때로는 나란히 걸으며 춘이 글에 날개를 단다.
“춘이님, 블로그가 장난 아니던데요? 이웃수가 수천 명이에요. 언제 그렇게 됐어요?”
춘이에게 블로그를 소개해준 닐리리 너도산님이다.
“야? 아, 지도 잘 모르겠십니더. 좋아서 글을 썼더만 사람들이 지 글을 좋아하네예. 우리 솔도밴드 분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 일상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막 섞이가 그렇는가바예.”
“춘이님, 춘이님이 몰라서 그렇는데 원래는 이것저것 섞어서 쓰면 안돼요. 하나의 브랜드로 밀고 가야 블로그 노출도 잘 되고 그런 거예요.”
“야? 그렇십니꺼? 그라면 지는 와?…….”
“그건 저도 모르죠. 춘이님 글이 좀 독특하고 매력이 있어서 그런가? 솔직하고 진솔하고 진정성 있고. 아프면 아프다. 좋으면 좋다. 춘이님처럼 그렇게 솔직한 글 쓰는 사람이 드물거든요. 요즘 사람들 그런 글 좋아하니깐요. 저도 춘이님 글 좋아요.”
“아이고마, 우찌 그래 좋은 말만 해주십니꺼. 안그래도 제 글마다 다 좋아요 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지가 참말로 고맙십니더. 힘이 납니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너도산님 덕분 아입니꺼. 이 은혜는 안 잊을끼라예. 너도산님 아니었으면 지가 글도 못 써가 병났지 싶어예.”
“은혜는 무슨. 내가 하는 블로그 하라고 말해준 것뿐인데……. 춘이님이 재능이 있는 거지요. 그러니 이렇게 금방 블로그가 커지고. 글이 그렇게나 쏟아지지요. 도대체 그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았어요?”
“끼예? 아하하하하. 그런 것 모릅니더. 그냥 마 어릴 때부터 책도 좋아하고 낙서하는 거 좋아해가 살았지 제대로 글을 써본 거는 처음입니더. 우리 솔도밴드 분들 만나가 처음으로 제대로 글이라는 거를 써본 깁니더. 그라이 우리 솔도밴드 분들이 지를 마 몇 번을 살게 하는지 모르겠십니더.”
“아, 춘이님. 말 나온 김에 이제 브런치에 도전해봐요? 춘이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야? 브런치요? 그거는 또 뭡니꺼?”
춘자는 블로그 세계에서 떠오르는 별이 된다. 춘자만의 솔직한 글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블로그 세계를 넘어 브런치까지 도전한다. 그 결과는 과연?
오필리아처럼~
필이~^^*